무등일보

예술·스포츠 넘쳐나는 바르셀로나, 스페인의 광주

입력 2018.01.19. 09:38 댓글 0개
민경제의 세계문화기행- 카탈루냐에 주목하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홀 중 하나로 꼽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 음악당'. 이 건물은 지난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스페인의 광주, 바르셀로나 그리고 캄프 누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내 귓가에는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와 소프라노 몽세라 카바예가 부르던 '바르셀로나'라는 노래가 맴돈다. 그 노래에서 프레디 머큐리는 "바르셀로나는 태양 아래 빛나는 보석"이라 찬양했으나, 그런 감탄만 가진 채로 가기엔 상황이 뭔가 복잡미묘하다.

비행기가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는 작년 10월 1일은 카탈루냐 독립 투표가 있는 날이자, 어쩌면 '라 리가'에서 'FC바르셀로나'의 경기를 볼 수 있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매해 카탈루냐 독립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왔지만 이번에는 그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많은 이들이 바르셀로나와 가우디를 거의 동일시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서 바르셀로나를 이해하는 것은 뭔가 부족하다. 마치 광주를 예향이자 맛의 고장이라고만 표현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의 광주이고, 그 유명한 축구단 'FC바르셀로나'는 '해태 타이거즈', 그리고 경기장 '캄프 누'는 무등경기장과 마찬가지이다. 바르셀로나에 있어서 축구는, 축구 그 이상의 의미를 간직한 곳이다.

아름다운 음악당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바르셀로나를 방문하면 한번쯤은 경험해보길 바란다.

◆무관중 경기의 캄프 누

 바르셀로나를 여행하기로 결정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FC바르셀로나의 경기일정을 확인해 보는 것이었다. 체류하는 10여일 동안 딱 하루 경기가 있었다. 현지 도착 당일 오후 7시. 하지만 출발 일주일 전 오후 4시로 경기 시간이 변경됐다.

긴 비행을 마치고 오후 1시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경기장 주변에 예약해 둔 숙소에 짐을 맡기고 곧바로 캄프 누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지하철 안에는 바르샤(FC바르셀로나의 애칭)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경기장에 도착하니 전세계에서 몰려든 수많은 축구팬들과 취재팀이 가득하다. 그런데 경기장에 들어가질 못하고 있다. 왠일인가 했더니 당일 경기가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낭패가!

이런 결정은 독립투표가 끝난 뒤 수많은 인파들이 경기장에 몰려들면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평생의 로망을 안고 방문한 캄프 누에서의 FC바르셀로나의 경기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바르셀로나 독립운동이라는 역사의 현장에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은 벅찼다.

경기가 시작되기까지 경기장 바깥에 있는 바르샤 기념품 판매점과 축구 박물관 등을 둘러보며, 작년에 많은 광주시민들을 기쁘게 만들었던 챔피언스 필드도 이런 경영마인드에 기반한 기념품 판매점 및 관련 시설들을 마련하는 것은 어떤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타이거즈'와 '챔피언스 필드'라면 충분히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광주의 자랑이 아닌가.

쇼핑을 끝내고 수많은 바르샤의 팬들과 근처의 펍에서 중계되는 경기를 보며, 바르셀로나 독립의 상징인 에스트레야(별)가 박힌 로컬 맥주 에스트레야 담으로 건배를 하니, 모든 이들이 금세 친구가 된다. 스포츠의 힘이다. 그러나 친구는 친구일 뿐, 경기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바르셀로나의 악명 높은 지하철 소매치기에 감탄한다. 한 번의 부딪힘이 있었을 뿐이었건만 뒷주머니에 있던 내 핸드폰은 사라지고 말았다.

◆아름다운 카탈루냐 음악당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홀 중 하나라는 '카탈루냐 음악당'은 바르셀로나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엇는 곳이다.

이 음악당은 바르셀로나의 수많은 가우디의 작품들 명성에 가리기는 했으나,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루이스 도메네크 이 몬타네르(1850~1923)의 작품이다.

붉은 빛이 도는 벽돌과 아르누보풍의 조각, 모자이크 타일 장식,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다운 건물로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 건물은 원래 1891년 설립된 아마추어 시민합창단, '오르페오 카탈루냐'를 위한 것이다.

당시 바르셀로나는 철강산업, 무역업 등으로 다양한 부를 축적하면서 시민들의 문화수준이 상당히 높아졌고,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는 자발적인 참여로 이어져 '오르페오 카탈루냐'로 결실을 맺게 되었다. 그리고 이 합창단이 연습하고 공연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함에 따라 지역사회와 시민들의 모금활동으로 이 음악당이 건설된 것이다. FC바르셀로나도 마찬가지지만, 바르셀로나의 힘이라는 것이 이런 것 같다. 참여와 자치!

광주에도 시민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립예술단들이 제법 있다. 교향악단, 합창단, 발레단, 국악관현악단 등이다. 최근에는 오페라단도 만들어졌다. 광주를 예향이라 하지만, 이 예향이란 칭호는 창작자들과 문화예술가들만 존재해서는 영속될 수 없는 명칭이다. 그에 상응하는 시민들의 참여가 함께 해주어야 한다. 비단 예술만 그렇겠는가? 정치도 그러하다.

우르키나오역에서 좁은 골목길을 따라 조금만 들어가면 모자이크 타일의 기둥과 바흐, 베토벤, 바그너 등 유명 작곡가들의 흉상들로 장식된 파사드가 있는 건물이 보인다. 그러나 방문시기가 시기인지라 많은 취재진이 집중하고 있는 곳은 따로 있는데, 바로 음악당 외벽의 카탈루냐의 3대 성인 '산 조르디'와 카탈루냐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조각상이다. 시민들이 생동감 넘치게 조각되어 있는 이 작품은 이 공간이 카탈루냐의 공간임을 여실히 드러내준다.

카탈루냐를 상징하는 산 조르디와 카탈루냐 사람들.

◆장애인 위한 세심한 배려도

 실내 공연장은 더욱 화려하며 아름다운데, 특히 푸른 황금색의 둥근 스테인드글라스 천공관이 백미이다. 그밖에도 곳곳이 화려한 색감의 타일장식과 장미문양, 그리고 신화 속의 장면이 조각된 상들로 가득하다. 무대에도 조각들이 있는데 빛이 없을 때는 입체감이 덜한 부조 같으나 조명을 받으니 입체감을 띄면서 18명의 음악의 여신들이 앞으로 다가오면서 공연을 함께 하는 것 같다.

공연장을 풍성하게 감싸는 사운드와 플라멩코 무용수들의 격정적인 몸짓은 스페인을 느끼게끔 해준다. 바르셀로나가 건축적, 미술적, 맛기행 만으로 끝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무엇보다 이 공연장에서 눈에 띄는 것은 맨 뒤에 위치한 장애인석이다. 이동경로도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도록 계단이 아니다. 작지만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몸이 불편한 분들도 좋은 위치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작지만 소중한 배려? 우리나라의 공연장에도 통로의 한쪽은 계단을 없애고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지난 2017년 10월 1일은 역사에 남은 캄프 누의 무관중 경기가 있던 날이다.

민경제 기술문화법연구소장

 지적재산권법을 전공한 법학박사로 전남대에서 지적재산권법과 글쓰기 등을 가르치고 있다. '한미FTA 이행을 위한 개정 저작권법 고찰'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고 최근에는 기술과 문화 그리고 법의 상호 어울림과 합리적 조정을 통한 디지털시대에 부응하는 저작권법과 문화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사진전, '시베리아 횡단열차 A to Z (공저)'를 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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