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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거지소굴' 질문하는 CNN기자에 "너 나가"

입력 2018.01.17. 17:26 댓글 0개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거지 소굴'(shithole) 발언에 대한 질문을 퍼붓는 CNN방송의 '원수' 기자에게 "나가(Out)"라고 응수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회동하고 기자들로부터 간단한 질문을 받았다. 그가 CNN방송 기자와 또 다시 부딪힌 건 행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CNN방송의 짐 아코스타 백악관 수석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지 소굴' 발언의 진의를 따져 물었다. 트럼프는 지난 11일 이민 정책 회의에서 아이티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거지 소굴'이라고 표현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아코스타 기자는 "노르웨이에서만 더 많은 사람이 오면 좋겠다는 뜻이었나요? 대통령님, 그게 맞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트럼프는 "모든 곳에서 오길 바란다. 다들 정말 고맙다"고 회견을 끝내려고 했다.

아코스타 기자는 그러나 질문을 이어갔다. 그는 "코카시언(백인종)이나 백인 국가들만이 아니고요?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유색 인종인 사람들도 오기를 바랍니까?"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쾌한 표정으로 아코스타 기자를 노려봤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아코스타 기자를 지목하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아웃'이라고 말하고 시선을 돌렸다.

아코스타 기자는 트럼프의 말에 멈칫하더니 겸연쩍은듯 질문하기를 그만뒀다. 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면박당하는 장면은 현장에 있던 방송 카메라들에 그대로 찍혔다.

아코스타는 추후 CNN방송의 앤더슨 쿠퍼 앵커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 대통령에 관해 보도하고 있는 게 맞나 싶다"며 "마치 미국보다 민주적이지 못한 다른 나라의 대통령을 취재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가 단 한 마디로 CNN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대통령이 단어 하나로 가장 미워하는 CNN 기자의 입을 닫았다" 등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와 CNN방송의 악연은 잘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작년 7월 트위터에 프로레슬링 경기장에서 CNN방송 로고가 얼굴에 합성된 남성을 때려눕히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올렸다.

트럼프는 CNN방송이 자신에 대해 악의적인 보도를 일삼는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CNN방송의 백악관 전담인 아코스타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원수지간으로 통한다.

아코스타와 트럼프는 이전에도 트럼프의 러시아 스캔들 보도를 놓고 수차례 갈등을 겪었다. 작년 8월 한 행사에서 아코스타가 질문하자 트럼프가 "난 진짜 뉴스가 좋다. 당신은 가짜 뉴스"라고 대답한 게 대표적이다.

ez@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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