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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사람]송세경 퓨처로봇 대표 "로봇, '인간 소외감' 덜어주는 존재될 것"

입력 2018.01.17. 14:52 댓글 0개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로봇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사는 사람을 초라하지 않게 해줍니다. 감정을 공유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8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만난 송세경 퓨처로봇 대표는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삶을 그리고 있었다.

그는 전자기기와 필연적으로 공존할 수밖에 없는 현대 일상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디지털 소외감'을 로봇이 일정 부분 해소해줄 수 있다고 봤다. 외형이 있고 상호작용까지 하는 로봇은, 단순히 기기를 상대로 명령을 내리고 결과 값을 마주하는 방식에선 느낄 수 없는 감성적인 부분까지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갈수록 자아계발이 되지 않는 단순노동을 피하려고 합니다. 현재 그런 일을 대신할 수 있는 키오스크 같은 제품은 기능만 있을 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어 인간에게 소외감을 느끼게 하죠. 하지만 로봇은 환영을 해주는 식으로 감정을 공유한다는 느낌을 주면서 사람의 마음을 외롭지 않게 해줄 수 있습니다. 과거 산업용 로봇은 혼자 일하지만, 인간은 사회성이 있지 않습니까. 말과 표정, 콘텐츠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송 대표는 CES에 5년째 개근하는 벤처기업인이다. 그는 지난 2009년 처음 로봇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각종 국제 전시회를 발로 뛰어다니고 있다고 했다. 초기에 홀로 사업을 꾸려가면서 어려움도 겪었지만, 점차 로봇 산업 자체가 궤도에 오르면서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통신과 AI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른바 '로봇 산업 시대'가 도래했음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초창기에는 열정만으로 버틴 것 같습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함께 일할 사람을 찾았습니다. 제품을 겨우 하나 만든 뒤 정부에서 사업을 받거나 하고, 공식 시장에 선을 보이고 나서는 세빗(CeBIT), CES 같은 전 세계 주요 전시회를 다니면서 알리는 일을 했습니다. 7~8년 전에는 이런 제품이 아예 없던 시절이었죠. 전시회에서 제품을 보고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기는 했지만, 실제 매출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을 경험도 했습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이 함께 일을 해보자는 제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상호 협력이 지지부진해 지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기술만 뺏긴 일도 있었다.

"어려운 시기를 거쳐 지금은 초기에 생각했던 것들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통신망이나 음성인식 기술 같은 것들이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생각만 했던 기능들이 현실화되고 있기도 합니다."

송 대표는 국내 제조 대기업에서 로봇 관련 업무를 하다가 퇴사한 인물이다.

그는 퇴사 이후 거의 100일 동안 매일 등산하면서 앞으로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로봇 분야에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구체화시켰다고 했다. 로봇과 미래를 조합한 '퓨로'라는 제품 브랜드도 이때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능만하는 단순한 기계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하고 있음을 사용자가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로봇을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송 대표는 말했다.

"근무하던 직장에서 나온 뒤에 어떤 사업을 왜 해야 할지를 고민했습니다. 언젠가는 큰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만 있었는데, 등산을 하면서 생각을 깊게 해보니 확신이 들었어요. "

그는 앞으론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혼합된 '디지로그' 시대가 될 것이고, 그 중심에 서게 될 것이 로봇이라고 봤다.

"얼굴에는 아바타, 가슴에는 모니터가 있고 정보 서비스를 하면서 소셜 기능도 있는 그런 로봇을 구상했습니다. 사람 곁에 있는 로봇을 만들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기계끼리 소통하지만, 사람과도 소통할 수 있는 로봇이요. 대학에서 기계공학를 전공한 뒤 카이스트에서 로봇 관련 석·박사 과정을 거치기도 했고, 전 직장에서 전략기획 업무도 해봤기 때문에 한 번 해볼만 하다고 생각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퓨처로봇은 인간로봇상호작용(HRI) 기술을 적용한 로봇 제품을 만들고 있다. 퓨로 브랜드가 붙은 로봇들은 일종의 두뇌 역할을 하는 '퓨로웨어'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인간의 접근 여부, 상대방의 성별·나이·기분 등을 파악해 반응한다. 퓨로웨어는 영상·음성·터치·공간적 정보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조합해 로봇이 적절한 반응을 내놓는다고 송 대표는 설명했다.

먼저 카메라와 마이크, 디스플레이, 초음파·레이저 센서 등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정보가 로봇에 들어온다. 그러면 퓨로웨어가 입력 값의 형태가 영상이면 이미지 분석을 하거나, 터치일 경우엔 그에 맞는 웹페이지를 내놓는 식으로 반응이 이뤄진다. 음성 입력 값은 구글 어시스턴트나 IBM 왓슨 등 자연어처리 엔진을 통해 처리된다. 사람의 접근 여부는 공간을 지각할 수 있는 RGBD 센서를 이용해 인지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퓨로웨어는 상대방과의 거리를 통해 반응 여부를 판단하고, 외형으로 가늠할 수 있는 정보와 실제 입력되는 값을 바탕으로 정해진 시나리오별로 행동할 것을 로봇에 지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표현이 자연스럽고 생동감 있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HRI 기술이 필요했다. 실제로 이를 구현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인 퓨로웨어를 구축했다. 퓨로 제품들은 기존에 있던 기기의 기능들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인간이 하던 행위를 더한 것이다.

"한가할 때에는 홍보를 하거나, 사람을 반겨주는 식이죠. '반갑다'라고 말하면 웃는 표정이 디스플레이되면서 '안녕하세요'라고 대답합니다. 로봇이 응답을 하면서 관련된 서비스를 계속 제공합니다. 그러면서 노하우와 데이터가 쌓이게 되고 이를 통해 로봇의 행동은 점점 정교화되는 거죠. 물론 생각만큼 쉽지는 않습니다. 하고자 하는 것들이 전부 기술로 구현이 되어야 하고, 움직이면서 정보를 취합하고 또 이를 토대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일들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죠."

송 대표는 이번 CES에서 퓨처로봇 전시장이 그간 상대적으로 창업 초기기업 또는 중소기업 위주로 전시관을 구성하게 되는 샌즈 엑스포(Sands EXPO) 컨벤션센터에서, 대기업과 핵심 산업 소속 기업이 몰려 있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을 의미 있게 해석했다. 전 세계적으로 로봇 산업이 유망 분야로 인정받아 본궤도에 올랐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메인홀에서 전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LVCC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기업과 커갈 기업들이 모이는 장소죠. 로봇이 4차 산업혁명의 주력 분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이번 CES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소니가 만든 '아이보'를 유심히 봤습니다. 정말 강아지와 비슷하지 않나요. 그런데 소셜로봇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플레이어가 많지 않습니다. 넓게는 국내외 대기업들이나 중국 쪽에서 로봇을 만들고 있지만 아직은 전반적으로 유사한 제품이 많은 것 같아요."

그는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지배적인 업체가 아직은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봤다. 다만 로봇 산업에 중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아울러 한국에서는 로봇 산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환경이 아직 부족한 여건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로봇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기 위한 생태계가 국내에서도 한시바삐 조성되길 바랐다.

"이번 CES에서는 지난해보다 중국 기업들이 정돈된 것 같이 보였습니다. 주요 업종의 주자들이나 제품, 부스, 시장들이 정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난해보다 많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 기업이 그리 많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건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

로봇은 융복합 기술이 적용돼야 하기 때문에 협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은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학교는 학교대로 각자 일하는 분위기가 너무 강하다는 생각이다.

"로봇 산업에서는 아직 주요 주자들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판단합니다. 특히 소셜로봇 쪽은 잠재 시장적인 성격이 강하면서도 신사업으로서 가능성이 있는 분야라고 봅니다. AI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인텔리전트 싱스가 바로 로봇입니다. 한국에서도 산업간, 산학 간에 실질적인 협력이 이뤄지는 생태계가 하루 빨리 구축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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