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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신규 사업자 진입 막은 지멘스에 '62억 과징금'

입력 2018.01.17. 12:00 댓글 0개
CT·MRI 장비 시장 1위 지위 이용 '유지보수 시장'서 경쟁자 진입 제한
후속시장 경쟁제한 제재 최초 사례...유지보수 최소 비용으로 제공 명령

【세종=뉴시스】박상영 기자 =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유지보수 시장에서 중소 사업자의 진입을 막은 글로벌 기업 지멘스가 62억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자사 CT·MRI 유지보수 시장에 신규 진입한 중소 유지보수사업자를 배제한 지멘스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약 62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가 후속 시장의 경쟁제한에 대해 제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후속 시장은 프린터기의 잉크 카트리지, 자동차 부품, 장비 유지보수 등 주 상품의 보완재로 기능하는 부 상품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을 말한다.

주 상품 시장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부 상품 시장에서 지식재산권을 남용하거나 별개의 상품을 끼워 파는 행위가 주로 문제가 된다.

독일에 본사를 둔 지멘스는 국내 CT·MRI 장비 시장에서 4년 연속 업계 1위를 차지했다.

과거 지멘스는 자사 CT, MRI 유지보수 시장을 독점했으나 2013년 말, 유지보수 서비스만 제공하는 독립유지보수사업자(ISO)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하게 됐다.

2016년 기준 지멘스는 자사 장비 유지보수 시장에서 9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했다. 관련 시장에 진입한 ISO 4개사의 시장점유율 합계는 10% 미만이었다.

지멘스는 경쟁 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해 ISO와 거래하는지 여부에 따라 장비 안전관리 와 유지보수에 필수적인 서비스키 발급조건을 차별적으로 적용했다.

지멘스는 ISO와 거래하지 않는 병원에서 요청한 경우, 고급 자동 진단기능을 포함한 상위 레벨 서비스키를 무상으로 요청 당일 즉시 발급했다.

ISO와 거래하는 병원에서 요청한 경우에는 장비 안전관리 및 유지보수에 필수적인 기능으로 구성된 기초 레벨 서비스키를 유상으로, 요청 후 최대 25일 소요 후에 판매했다.

이로 인해 ISO 4개 업체 중 2개 업체가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되는 등 경쟁 시장이 제한됐다.

지멘스는 ISO와 거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안전업데이트 및 저작권침해 문제를 병원에 과장해 알리기도 했다.

공정위는 ISO의 시장진입 초기단계로 병원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공문을 통해 중요 사실관계에 대해 왜곡된 정보를 전달해 병원의 오인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정위는 지멘스 CT·MRI 장비 소유권자인 병원이 자기 장비의 유지보수를 위해 필수적인 서비스 소프트웨어 접근 권한을 요청할 경우, 24시간 이내 최소 행정비용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환자 및 장비사용자 안전에 직결되는 사항의 경우, 장비 제조사의 정보공개 의무를 보다 구체화하는 방안에 대해 식약처 등 관계부처에 검토를 요청할 예정이다.

신영호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앞으로도 역량있는 중소기업의 시장진입 및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시장지배력 남용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sypar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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