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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현송월 남북 대화 데뷔…곳곳에 드러난 '실세' 자신감

입력 2018.01.15. 22:32 댓글 0개
남측 실무접촉 대표 "평등하게 발언"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베일에 싸여 있던 현송월 북한 모란봉악단 단장이 15일 남북 당국 간 대화를 계기로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그는 지난 2015년 12월 모란봉악단이 중국 베이징 공연을 추진할 당시 외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더욱이 그가 중국 당정 지도부를 대상으로 한 공연을 불과 수 시간 전에 돌연 취소 결저을 내리고 귀국하면서 '대좌 계급장의 여성 악단장'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진 바 있다. 당시 그는 무대 배경화면 등을 놓고 마찰을 빚다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란봉악단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 직후인 2012년에 직접 만들었고, 이후 전국 순회공연까지 펼치며 정권의 '음악통치' 선봉에 있었다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정권에 대한 그의 충성도가 어느 정도일지는 짐작할 수 있다.

현 단장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를 계기로 당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당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은 100여명 남짓이다. 통일부가 발간한 2017년도 북한주요기관·단체 인명록을 보면 당중앙위원회 위원은 129명, 후보위원은 106명이다. 전체 서열 200위권 안팎의 최고 엘리트층에 포함된 것이다.

그의 위상은 이번 예술단 파견 실무접촉에서도 가감 없이 드러났다. 그는 이번 실무접촉 대표단 명단에서 3번째로 호명됐으나, 이날 오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는 단장 바로 뒤에 서서 남측 대표단을 영접했다. 자연스러운 미소와 또렷하게 들리는 "반갑습니다"라는 인사말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후 실무접촉 전체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되기까지 그가 보여준 행동에서도 '실세'의 자신감을 읽혀졌다. 양측 대표단이 회의실로 입장할 때 그가 신은 하이힐의 '또각또각' 소리가 회의장을 가득 채우기도 했다. 그만큼 다른 참석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모든 대표단이 무채색의 갈색 표지의 서류철만 갖고 있는 데 반해 현 단장은 녹색 가죽으로 만든 고급 손가방까지 회의장 테이블에 개의치 않고 올려놓았다. 이어 수석대표의 모두발언 때도 그는 특유의 여유로운 표정으로 맞은편에 앉은 우리 측 대표단의 얼굴을 쳐다보기도 했다.

이번 실무접촉 우리 측 대표로 참가했던 이원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이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마친 후 '실무접촉에서 북측 현 단장이 어느 정도의 발언권을 가졌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평등하게 발언했다"며 실무접촉 수석대표가 아닌 현 단장에게도 어느 정도 이상의 발언권이 있었음을 전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러한 행동은 자신의 위상을 인지하고 있기에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며 "북측 예술단에 관해 현 단장이 실질적인 단장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jikim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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