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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헌정사 새로 쓰는 '가벼운 검사 탄핵'

입력 2023.12.07. 09:31 댓글 0개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하종민 기자 = "구성원들끼리 밤샘 토론을 했다. 우리 손으로 만든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끌어내린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누구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정이 필요했고, 우리는 결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던 한 의원이 수년이 지나 '탄핵'의 무게를 이야기했다. 법에서 정한 최후의 보루, 탄핵의 정당성, 절차적 충족 등을 고려하면 탄핵이란 결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는 소회다.

그런 탄핵이 최근 자주 언급된다.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를 시작으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등 현직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물론 검사는 검찰청법에 따라 분명한 탄핵 대상이다. 다만 헌정사 처음과 두 번째라는 순번을 달 만큼 중대한 위법이었는지, 탄핵이라는 그 무게감만큼이나 정치적 고려 없이 결정됐는지는 의문이다.

안 검사는 '유우성 대북송금 사건'을 담당하면서 보복성 기소를 했다는 이유로 탄핵안이 제출됐다. 검찰이 2010년 유우성 씨의 대북송금 혐의를 기소유예로 마무리했지만, 4년 후 다시 끄집어내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손 검사는 '고발사주 의혹'으로 탄핵안이 제출됐다. 현재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중이며,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 검사는 일반인에 대한 범죄기록 무단조회·부정청탁 등의 개인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검사를 대신해 발령된 안병수 수원지검 2차장검사도 탄핵 대상으로 오르내린다. 수사 무마 및 기밀 유출 의혹이 있고, 윤석열 사단으로 꼽힌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10년 전 일을 문제 삼고, 수사와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 탄핵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 업무를 채 익히기도 전에 탄핵 대상으로 거론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조계에서는 '모든 검사가 탄핵당해야 끝난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안부를 묻는 간단한 질문에도 '이거 말하면 탄핵되는거 아니냐'는 추임새가 붙는다. 엄중하고 무겁던 탄핵이 한낱 비웃음거리로 전락해 버렸다.

부작용은 불 보듯 뻔하다. 검사 탄핵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때마다 직무정지로 수사업무가 멈추거나, 직무정지를 염려해 수사가 위축될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헌정사 N번째 검사 탄핵안'이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할 것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정치적 목적', '외압' 등 단어와 함께 "개별검사가 아닌 나를 탄핵하라"고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한 수장의 몸부림이다.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란, 모든 법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단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의 경우를 말한다. 특히 대통령의 경우에는 파면결정의 효과가 지대하기 때문에 파면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이를 압도할 수 있는 중대한 법위반이 존재해야 한다.'

지난 201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명시한 부분이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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