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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테러리스트 표기 말라" VOA 지침에 미 의원들 발끈

입력 2023.11.30. 10:33 댓글 0개
"가치 판단 개입된 표현이 언론 중립성 해친다"에
VOA 예산권 쥔 의원들 "미 납세자 이익 대변못한다" 비판
AP 스타일북도 테러리즘, 테러리스트 표현 말도록 제시
[이스탄불=AP/뉴시스] 7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축하하는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며 반이스라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미 상원의원들이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로 표기하지 말라는 미국의 소리(VOA)의 보도 지침을 비난했다. 2023.11.30.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 정부 산하 언론매체인 미국의 소리(VOA) 편집진이 하마스와 하마스 전투원을 테러리스트로 직접 표기하지 말라는 보도지침을 세운 것에 대해 미 공화당 의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VOA는 미 정부로부터 올해 2억6750만 달러의 예산 지원을 받는 정부 산하 언론사다.

캐롤 귄스버그 VOA 보도 기준 담당 부에디터는 지난달 10일 전 직원들에 보낸 이메일에서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테러리스트 행위(terrorist act)” 또는 “테러 행위(acts of terror)”로 표기할 수 있으나 직접 인용하는 경우 이외에는 “하마스와 구성원들을 테러리스트(terrorists)로 표기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이 지침은 편집진들이 토론을 거쳐 제시한 것이다. “테러리스트”라는 표현이 가치 판단이 개입돼 언론의 중립성을 해치기 때문에 대신 “전투원(militant 또는 combatant)”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기자들 사이에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빌 해거티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 7일 VOA의 모 기관인 미 글로벌미디어국(USAGM)에 보낸 서한에서 “‘테러리스트’ 표현을 금지하는 VOA의 편집 정책이 ‘정확하고 객관적이며 포괄적인 뉴스’를 제공한다는 VOA 목적에 위배된다고 본다”며 “미국의 세금을 사용하는 VOA가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지 의심스럽다”고 썼다.

이 서한에는 테드 크루즈, 마코 루비오, 린지 그레이엄, 피트 리케츠, 존 바라소, 뎁 피셔 등 6명의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서명했다. 이들은 모두 VOA 예산 심사를 담당하는 위원회 소속이다.

VOA는 정관에 명시된 “방화벽” 덕분에 공식적으로는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다. 그러나 공화당 의원들의 서한은 USAGM과 VOA로선 중대한 사안이다. 의회가 예산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의회와 충돌을 피하려 노력해 왔다.

어맨더 베넷 USAGM 책임자는 지난 27일 상원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VOA의 보도 지침이 반드시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산하 언론 기관 5곳 모두 “테러”, “테러리즘”, “테러리스트”라는 표현의 사용을 금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지난 8월 중순부터 11월 중순 사이에 VOA의 하마스 관련 기사 가운데 39%가 “테러”라는 표현을 반복 사용했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한편 가장 권위 있는 AP통신 스타일북은 “테러리즘”과 “테러리스트”라는 표현이 “정치화됐으며 일관되지 못하게 쓰이고 있다”면서 이들 표현 대신 “구체적 잔혹행위, 학살, 폭파…등으로 표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과 미 정부 당국자들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테러리즘”으로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로 표현해왔다. 미 국무부도 20년 이상 가자 지구를 통치해온 하마스를 테러 단체로 지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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