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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와 당신]4년만에 절반 감소한 길고양이…"없애기보단 공존을"

입력 2018.01.14. 21:26 댓글 0개
길냥이 돌보려는 캣맘들에게 "먹이 주지 말라" 마찰
전문가들 "인간사회 도움되기도…제거가 능사 아냐"
"중성화 등 통해 함께 사는 방법 꾸준히 모색해야"

서울시에 2013년 25만마리→2017년 13만여마리로

먹이와 쉼터 제공하며 '인간과 공존' 추구 시민 많아

소음·불결 민원에 '요물'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여전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20대 청년 4명이 뭉쳐 만든 단체 '해비캣(HABICAT)'은 조금 특별한 집을 짓는다. 모양은 삼각기둥, 가로 77㎝·세로 44㎝·높이 38㎝다. 분양 대상은 다름 아닌 길고양이들. 집 이름은 '캣터'다.

이들은 2016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온라인 '스토리펀딩'을 통해 캣터 제작비를 모금했다. 2016년에는 당초 350만원을 목표로 했는데 880만원이 넘게 모였다. 지난해 2차 펀딩도 200만원 목표에서 920만원이 넘는 후원금이 모였다. 잘 팔린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것. 길냥이가 많고, 이들을 도우려는 사람들도 많다는 방증이다.

◇서울에만 14만 마리 육박…독립심·역사적 이유도

길고양이는 도심의 주택가 주변에서 거주하는 고양이다. 산 등에서 서식하는 들고양이와는 다르다. 또 집에서 키우다 유실된 유기묘와도 구분된다.

전국적으로 길고양이 수를 집계한 통계는 없다. 다만 서울시의 경우에는 자체 모니터링을 실시해 길고양이 개체수를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3만9000마리의 길고양이가 서울시에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4분기(10~12월) 기준 13만4000여명이 거주하는 서울 중구의 주민등록 인구수를 뛰어넘는다.

흔히 길냥이가 많은 이유를 고양이의 '독립성'에서 꼽는 경우가 많다. 임영기 동물인권단체 케어 사무국장은 "개와 달리 고양이는 독립심도 있고 사냥 본능을 간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길강아지는 드물지만 길고양이는 많은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만의 역사적인 이유도 있다. 이항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동남아시아 등에 가면 길강아지들도 많다"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900년대 일제 시절에 광견병 예방으로 개를 모두 잡아들여 길고양이가 눈에 띄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우는 소리 시끄럽다" "지저분하다" "원래 요물이다"…민원 잇따라

길고양이에 대한 불만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조사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신고된 전체 5만402건의 동물 민원 중 길고양이와 관련된 민원이 2만6328건으로 절반이 넘는다.

길고양이 민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소음'이다. 발정기나 영역 싸움을 할 때 내는 울음소리가 불편하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가 원룸에 사는 조모(26)씨는 "밤 중에 고양이 울음 소리 때문에 자다 깬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라며 "마치 아이가 우는 소리가 나는데 시끄럽기도 하고 기분도 영 별로"라고 푸념했다.

주택가에서는 음식물쓰레기로 인한 불쾌감도 꼽힌다. 서울의 한 오피스텔 경비원 김모(59)씨는 "건물 밖에 있는 음식물쓰레기 수거함에 고양이가 들어가 있어 놀랐다거나 새벽 미화원 수거를 위해 놓았던 쓰레기봉투를 찢어 놓는다는 민원을 종종 듣는다"며 "우선 지저분해지는 게 문제 아니겠느냐"라고 전했다.

고양이가 '요물'이라는 오랜 부정적 관념도 간과할 수 없다. 주부 서모(54)씨는 "내가 나이 먹은 사람이라 그런지 몰라도 아파트 주변에서 어슬렁 거리는 고양이를 마주치면 기분이 좋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런 사람들이 적지 않다보니 길고양이들의 부모를 자처하는 '캣맘'들과 마찰을 빚는 사례가 반복된다. 최근 서울 용산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협조문이 붙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계속 밥을 줘서 길고양이 수를 늘리는 것 같다' '동물보호도 중요하지만 사람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한다'라는 글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보호해야 할 생명체...인간 삶 실질적 도움도

전문가들은 길고양이 관련 피해를 최소화 하면서도 공존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길고양이는 집으로 돌아가거나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길 자체가 그들의 집'이라는 것이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길고양이는 쥐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등 실질적으로 인간사회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며 "무조건 길고양이를 분리하고 없애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 해결책으로 우선 제시되는 것이 중성화과정(TNR)을 통한 '개체수 조절'이다. TNR은 'Trap-Neuter-Return'의 줄인말로 길고양이를 포획, 중성화 수술을 거쳐 다시 방사하는 것을 뜻한다.

동물의 번식능력을 제거한다는 이유로 당초 동물인권단체들이 반대를 하기도 했으나 고양이와 인간, 나아가 생태계 전체를 위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임 사무국장은 "중성화 수술을 통한 개체수 조절은 소음 민원을 해결하는 동시에 음식이나 자리에 대한 고양이들간 경쟁을 완화한다"며 "인간과 길고양이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8년부터 TNR정책을 추진한 서울시는 길고양이 수가 확연히 줄었다. 서울시 동물보호과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조사 때 길고양이 수는 25만마리에 달했으나 2015년 20만마리, 2017년에는 13만9000마리로 감소했다. 윤소라 주무관은 "꾸준히 TNR 대상을 늘리고 있다"며 "그 결과 길고양이 수가 줄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 음식물쓰레기를 헤집는 행동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물과 사료를 꾸준히 공급하는 '캣맘'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채 정책팀장은 "길고양이는 원래 인간과 함께 살아왔다가 주거환경이 바뀌면서 우리 주위에 몇 안 남은 동물"이라며 "그러니 아예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newki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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