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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당원 명부 유출 의혹' 파장 어디까지

입력 2018.01.14. 11:37 수정 2018.01.14. 12:18 댓글 0개
"시스템상 허점, 당원모집 과열 탓" 지적도
당내 조사-경찰 수사 투 트랙, 4∼5개 혐의
'지지율 1위'에 악재, 경선-공천 판도 촉각

신규 권리당원 실명 적힌 신년메시지 발단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6월 지방선거를 5개월 여 앞두고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으로 광주지역 정가가 시끄럽다.

국민 기본권으로 철저히 보호받아야 할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된 점도 문제지만, 광역단체장 출마예정자인 유력 정치인 측에서 이를 이용해 당내 경선투표권을 지닌 권리당원들에게 타깃성 대량 문자를 보낸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정치쟁점화되고 있다.

피해 당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섰고, 추가 고발 등을 준비중인 가운데 당은 진상조사에, 경찰은 수사에 착수하면서 파장과 불똥이 어디로 튈 지 지역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내 번호 어떻게 알았지" 유출 의혹 제기

광주시장 출마예정자인 A씨는 지난 2일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대량 발송했다. A씨는 이 글에서 신년 인사와 더불어 새 정부에서 자신이 일궈온 업무성과를 설명했다. 아울러 홍보용 영상메시지도 첨부했다. 문자메시지는 지난해 12월28일에 이어 두번째 전달됐다.

문제는 신년에 전송된 두번째 메시지에 수신자 실명이 일일이 적시됐는데 A씨와는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경쟁 후보자의 처 조카, 경쟁 후보자 최측근의 대학 신입생 딸 등도 포함됐다. 특히 수신자 상당수가 대선 이후 지난해 9월 이후 신규 입당한 당원들이라는 점에서 '누군가 당원 명부를 외부에 유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한 당원은 "A씨와 일면식도 없는데, 내 신상을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해 주변 당원들에게 물었더니 공교롭게도 수신자 대부분이 신규 당원이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광주시장 출마예정자 B씨는 "100m 달리기에서 누구는 출발선에서, 누구는 50m 지점에서 출발해야 쓰겠느냐. 있을 수 없는 불공정한 일이 벌어졌다"고 분개했다.

민주당 소속 광주시장 출마 예정자는 모두 8명으로, 유출 의혹은 A후보를 제외한 대다수 후보 진영에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입지자는 14일 "지지자들 중 개인신상이 노출된 권리당원만 얼추 200∼300명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선 이후 지방선거 입지자들이 급증하고 경선룰이 여론 50%, 권리당원 50%로 가닥이 잡히면서 경선투표권자인 권리당원 모집전이 치열했다"며 "이 과정에서 당비대납 논란도 끊이질 않았고 당원 명부 확보에도 혈안이 돼 있었다"고 말해 과열 경쟁이 유출을 부추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늬만 극비, 실제론 식은 죽 먹기"

당원 명부는 당원 개개인의 실명과 주민번호, 전화번호, 주소, 입당·출당 내역, e메일 등 개인정보가 총망라돼 있어 철저히 비공개 대외비를 원칙으로 하며, 중앙당에서 시·도당 소속 극소수 당직자들에게만 전달된다. 관리권한은 중앙당 조직국장과 조직국 간부, 17개 시·도당 조직국장과 지역위 사무국장으로 제한돼 있다. 시·도당위원장, 사무처장, 정책실장도 원칙적으로 볼 수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복사나 다운로드가 손 쉬어 누구나 주고받을 수 있는 동창회 명단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게 지역 정가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극비 문서지만 휴대용 USB 형태여서 의도적으로 유출할 경우 특정 후보 진영이나 정치권 이해당사자의 PC나 노트북에 당원 명부 USB를 꽂아 불과 수초 만에 다운로드하면 명단이 고스란히 유출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광주지역 8개 지역위 USB, 즉 '8분의 1 명단'을 서로 교환해 짜깁기할 경우 전체 명단이 재생산될 수도 있다. 경쟁 후보 진영에 자기 사람을 심거나 이른바 '양다리 당원'이 소위 '보험용'으로 유출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내가 아닌 이벤트 업체나 문자발송업체에 유출하는 경우도 배제할 순 없다.

지역정가 한 관계자는 "몇년 전만 해도 100만∼200만원에 특정지역 권리당원(진성당원 또는 책임당원) 명단을 사서 기초단체장이나 광역의원 선거운동을 벌인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귀뜸했다.

실제 2012년 당시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과 당원명부 서버접속 권한을 가진 조직국 직원이 문자 발송업체로부터 수백만원을 받는 대가로 당원 명부를 유출했다가 6명이 사법처리됐고, 당시 민주통합당에서도 경남지역 당원 4만2000여 명의 명단이 유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등 총선 정가가 발칵 뒤집힌 바 있다.

◇진상조사-경찰 수사 어떻게

의혹 규명은 투 트랙으로 진행된다. 우선, 민주당에서는 추미애 당 대표의 특별지시로 중앙당 차원의 현지 조사가 이뤄진 데 이어 광주시당도 법률가와 주요 당직자를 중심으로 진상조사단을 꾸려 15일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시당 사무처장과 8개 지역위 당원관리 책임자, 지난해 12월 말 3개월 만에 당직을 그만둔 전 시당 조직국장 등 당원관리책임자 전원이 조사 대상이다.

중앙당에는 진정서도 이어지고 있다.민주당 당규 제2호 당원 규정에 따르면 당원의 성명,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정당한 절차없이 타인에게 유출하거나 열람시켜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권리당원 3명의 고발에 따른 것으로, 100여 명의 추가 고발도 예고되고 있다. 수사 대상 혐의는 크게 4∼5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다.

우선 개인정보보호법으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함부로 유출되거나 본인동의없이 사용할 경우 2∼3년 이하 징역이나 700만∼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정인에 대한 동의없는 발송의 경우 정보통신망법 위반 소지도 있다.

정당법도 문제다. 정당법 제24조에서 정당은 당원 명부 비치 의무가 있으며, 이 명부는 법원이 재판상 요구하는 경우와 선거관리위원회가 당원 사항을 확인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열람의 강요를 당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고,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문자메시지와 동영상을 발송한 웹사이트와 문자메시지 등이 몇 명에게 발송됐는지, 그 중 민주당원이 몇 명인지, 발송과 제작비용의 규모와 출처는 어떻게 되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장물 취득, 명부 뒷거래 의혹도 실체 규명이 요구되는 사안들이다.

◇지방선거 판도 영향 미치나

현재 광주시장 출마 예정자는 민주당 8명, 국민의당 2명 등 양당만도 10명에 이른다. 지난해 대선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A씨가 20% 중·후반대 지지율로 민주당 입지자는 물론 전체 입지자 중 단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국회의원, 장관까지 화려한 스펙으로 30% 안팎의 견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현직 광주시장이 두자릿수 지지율도 뒤를 쫓고 있고, 전·현직 중앙당 최고위원과 잔뼈 굵은 구청장 출신, 다선의 국민의당 의원들이 추격하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A씨가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이라는 예기찮은 정치적 변수에 휘말리면서 당 자체조사와 경찰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판세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광역단체장 공천권을 쥐고 있는 중앙당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도 중요 변수이자 가늠자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단순한 사고'로 보이지만 매우 강한 폭발력을 지닌 '정치적 사건'이 될 수 있고, 지지율에 변화가 생길 경우 경선 판도도 출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A씨 측은 이에 "시장 선거에 두 번 나오고 국회의원에 두 번 당선되는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베이스가 20만명에 이르고, 이들에게 매년 신년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당원 명부를 건네받거나 부당 취득한 적은 결코 없다. 유력 후보 흠집내기"라고 반박했다. 또 "그같은 문자메시지는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들도 모두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goodch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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