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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와 당신]"고양이가 왜 좋냐옹~"…반려묘 급증 시대

입력 2018.01.13. 15:51 댓글 0개
애묘인들 "조용하고 깔끔해…도도한 밀당의 매력"
개처럼 심하진 않지만 혼자 오래 두면 스트레스 받아
주인과 정서적으로 밀착한 고양이들은 불안 증세도

작년 반려묘 233만마리…'냥집사' 가구수 날로 증가

1인 가구·고령화 사회 추세 속 '독립적 성향' 선호

【서울=뉴시스】유자비 기자 = '라임이'라는 이름의 흑백 점박이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부산 거주 교사 H(28)씨. 언니가 회사 천장에서 구조해온 새끼 고양이를 잠시 돌본다는 게 어느덧 2년 반이 흘렀다.

그는 "라임이는 도도하지만 애교도 가~끔 부리는 매력 덩어리"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라임이는 처음 집에 왔을 때부터 혼자 대소변을 가렸고 지금까지 사람이 먹는 음식을 달라고 조른 적도 없다고 한다.

H씨는 "새 주인을 찾아주려다 결국 라임이를 가족으로 맞이했다"며 "집에 혼자 있을 때면 울며 외로움을 호소하고 낯선 사람을 극도로 싫어해 걱정이지만 우리 가족밖에 모르는 라임이가 그저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애묘인(愛猫人)'이 급증 추세다. 고양이를 '모신다'는 의미가 담긴 '집사'라는 말은 널리 쓰인 지 이미 오래다. 반려동물 문화 확산, 인구구조 변화 등이 맞물려 고양이가 국민들 집 안으로 속속 들어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반려묘 233만마리…냥집사 가정 '쑥쑥'

우리나라에서는 전반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 비율은 28.1%(약 593만 가구)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2010년 17.4%, 2012년 17.9%, 2015년에는 21.8% 등으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고양이의 '선전'이 돋보인다.

지난해 국내 전체 가구수 대비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구수 비중에서 반려견은 24.1%, 반려묘는 6.3% 등으로 아직은 개를 키우는 가구수가 훨씬 많다. 하지만 성장세로 보면 반려견 수는 2012년 440만마리에서 지난해 662만여마리로 1.5배 증가했고, 같은 기간 반려묘 수는 2배(116만마리→233만마리)를 넘어 고양이가 앞섰다.

관련 시장도 성장세다. 한국펫사료협회가 지난해 처음 개최한 고양이 전문 박람회 케이캣페어에는 230여개 부스가 참여하고 1만여명이 방문했다. 올해도 고양이 전문 전시회 '2018 국제캣산업박람회', '2018 케이캣페어' 등이 열릴 예정이다.

◇"줄듯 말듯 애교에 사르르"…1~2인 가구 선호 이유는

고양이의 인기는 반려동물 문화 확산, 1~2인 가구 증가 등에 힘입어 갈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 전문가 이웅종 연암대 동물보호계열과 교수는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형성된 지는 10년, 활성화된 지는 4~5년일 정도로 문화가 짧다"며 "반려동물이 인기를 끌면서 고양이 품종이 다양해지고 마니아층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과거 '도둑고양이'와 같은 부정적인 인식도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양이의 깨끗하고 조용한 성격, 상대적으로 혼자서도 잘 지내는 성향이 대표적인 매력 요인이다.

이 교수는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영향으로 개보다는 손이 덜 가는 고양이의 인기가 커졌다"며 "개는 사람 보호에 의해 움직인다면, 고양이는 사람 보호 없이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고양이는 철저히 자기 영역 중심이기 때문에 개와 달리 산책을 시켜주지 않아도 되고, 배변 훈련도 쉬워 나홀로 가구나 노령층의 선호도가 높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펫사료협회가 지난해 반려동물 양육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주택유형별로 양육 중인 애완동물 종류를 살펴보면 '아파트' '단독주택' '다세대주택'에서는 개가 70~80%를 차지해 압도적이었고 고양이는 10~20% 정도였다. 반면 1~2인 가구들이 선호하는 '원룸 및 오피스텔'에서는 고양이 비중이 41%로 나타나 개(53%)를 바짝 뒤쫓고 있었다.

고양이가 독립적인 성향을 가졌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애정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자칭 애묘인들은 "고양이의 줄듯 말듯한 애교에 녹아든다"고 말한다. '개냥이(개+고양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로 사람에게 살갑게 굴고 애교를 부리는 고양이들도 많다.

연인의 고양이를 돌봐주며 그 매력에 빠지게 됐다는 이모(31)씨는 "고양이는 정을 줄듯 말듯 '밀당(밀고 당기기)'을 잘 한다"라며 "사랑을 아무리 구해도 주지 않다가 막상 기대하지 않고 있을 때 다가와 애교를 부리니 마음이 녹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2년째 반려묘와 함께 하고 있는 조모(29)씨는 "사람을 귀찮아 하면서도 졸졸 따라다니거나, 간식을 달라고 조르면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는 매력이 있다"고 전했다. 길냥이를 데려와 5년째 키우고 있다는 김모(22)씨는 "이전에는 강아지만 좋아했는데 지금은 고양이의 매력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다. 내가 다가가면 도망가고, 가만히 있으면 안기는 도도함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항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갯과(科) 동물은 무리 지어 사냥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복종이 필수고 동료와 공감하는 능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반면 고양잇과 동물은 혼자 숨어 있다가 공격해서 먹이를 잡기 때문에 여럿이 함께하면 방해된다"며 "이런 본능을 사람들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발전시킨 게 현재의 개와 고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 성향에 따라 단독 생활을 해온 고양잇과 동물의 본성을 더 좋아할 수 있다"면서도 "개처럼 심하진 않지만 고양이들도 혼자 오래 두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주인과 정서적으로 밀착한 고양이들은 주인을 반기고 주인과 떨어지면 불안 증세를 보인다"고 덧붙였다.

jabi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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