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이상문학상 대상에 소설가 손홍규

입력 2018.01.12. 09:06 수정 2018.01.12. 10:59 댓글 0개
이상문학상 대상, 손홍규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소설가 손홍규(42)씨가 문학사상이 주관하는 제42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중편소설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이다.

이상문학상은 1977년 월간 ‘문학사상’이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1910~1937) 문학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했다.

손 씨는 8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이상문학상 간담회에서 “소설가 이상은 가장 경외하는 사람 중 한 명”이라며 “그이의 소설은 내가 쓰는 모든 글에 암묵적으로 드리워져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상은 후대의 작가들이 자신의 글을 딛고 비상하기를 바랐을 것”이라며 “지금 저는 그 어려운 일을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의무를 느낀다”고 했다.

손홍규 작가는 2001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이후 소설집 ‘사람의 신화’, ‘봉섭이 가라사대’를 비롯해 장편소설 ‘귀신의 시대’, ‘청년의사 장기려’, ‘이슬람 정육점’ 등을 발표한 중진 작가다.

그는 “이상문학상을 제정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심사위원 선생님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며 “그분들이 제게 주신 격려와 위로를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글을 써오면서 힘든 순간마다 고비를 넘을 수 있게 저를 믿어주고 도와주신 스승인 신경림, 장영우, 이상문, 이원규 선생님을 비롯해 오랜 세월 고민을 나누었던 글벗들에게도 감사하다”며 “마지막으로 저와 더불어 한 생을 건너가는 아내와 딸에게, 소설가의 아내와 소설가의 딸로 소설가보다 소설가답게 살지 않으면 안 되었던 두 사람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전했다.

‘문학사상’ 이상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손 작가의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에 대해 “근래에 흔하지 않은 중편소설로서 소설적 주제의 무게와 그 진지한 추구 방식에서 심사위원 전원의 지지를 받았다”고 평했다.

“이 작품은 장편소설이 추구하는 서사의 역사성과 단편소설에서 강조하는 상황성을 절묘하게 조합하고 있는 점에서 중편다운 무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서사적 진행 방식은 현재에서 과거로 이끌어 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경험적 과거는 기억 속의 회상이 되지만 일종의 환상처럼 처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법적 고안은 리얼리티에 대한 추구에 집착해온 작가 자신의 새로운 실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는 꿈의 언어로 폭력의 기원을 더듬는 특이한 서술을 보여준 작품이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권영민 문학평론가는 “한 가정의 붕괴를 통해 폭력의 기원을 탐색한 이 중편소설은 폭력이 만연한 우리사회를 잘 반영했다”고 평했다.

손 작가는 소설 쓰기를 “마음의 구조(플롯)를 탐색하는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부부인 영택과 순희(영택의 여동생 혜경, 부부의 딸인 주희와 아들인 윤수, 영택의 어머니 등 그 외 다른 인물들도 등장합니다만)의 마음을 들여다봤다”며 “그 이유는 마음이라는 게 어디에서 기원했는지 왜 지금 이런 마음인지를 알고 싶어서였다. 그들의 마음을 따라가고 싶었다. 그들을 따라가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옮겨 놓은 게 바로 이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손 작가는 “앞으로도 ‘마음의 구조’를 더듬는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가난하고 외롭고 쓸쓸한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소설가는 소설쓰기를 멈추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가 더는 비참한 곳이 아니게 될 때까지 소설가는 자기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소설가는 세계의 비참과 동행해 세계가 더는 비참해지지 않는 곳에서 사라질 운명입니다. 이 운명을 앞으로도 기꺼이 감당하겠습니다.”

손 작가는 “이 소설은 작가가 되어 쓴 유일한 중편소설”이라며 “지난해 봄 문학사상에서 원고청탁을 받았고 그 때부터 불안은 시작됐다. 한 번쯤 써야 할 소설이라고 생각했으나 아직 한 번도 제대로 써 본 적 없는 중편이기에 잘 쓸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고 회상했다.

이 소설의 인물과 사건을 그릴 때 두 권의 책을 참조했다. ‘나, 여성 노동자2’(2000년대 오늘 비정규직 삶을 말한다-그린비, 2011)와 ‘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일하다 죽는 사회에 맞서는 직업병 추적기-나름북스, 2017)이다.

그는 “이 책들에는 여러 인물과 사례가 등장한다”며 “제 마음 속에서는 이 모든 인물들이 서로에게 스며들어 하나의 인물로 다시 태어났고 소설을 쓰는 동안 제 곁을 지켜줬다”고 말했다.

“수상작품집에 수록될 문학적 자전의 마지막 문장에 저의 모든 게 담겼기에 다시 한 번 인용합니다. ‘오래 전 내 꿈은 소설가였고 지금 나는 소설가인데 여전히 내 꿈은 소설가이다.’”

한편 이상문학상은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중·단편 소설이 대상이다. 본심 심사위원으로는 권영민(문학평론가), 권택영(문학평론가), 김성곤(문학평론가), 윤후명(소설가), 정과리(문학평론가)가 참여했다.

이상문학상 우수작으로는 구병모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 방현희 ‘내 마지막 공랭식 포르쉐’, 정지아 ‘존재의 증명’, 정찬 ‘새의 시선’, 조해진 ‘파종하는 밤’이 5편이 선정됐다.

‘제4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이달 19일께 출간될 예정이다. 대상 상금은 3천500만원, 우수작 상금은 300만원이다. 시상식은 올해 11월에 열린다.

뉴시스

문화 주요뉴스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