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진도곽´

입력 2023.11.10. 18:00 수정 2023.11.12. 19:11 댓글 0개
유지호의 무등칼럼 디지털편집부 겸 뉴스룸센터장

전라남도 서남해안은 해조류의 보고(寶庫)다. 남해와 서해의 해류가 교차하며 대륙붕이 발달해 영양염류가 풍부해서다. 수퍼푸드로 주목받는 미역이 대표적이다. 자연산 돌미역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진도곽 주산지다. 미역을 채취하는 갯바위가 '곽전(藿田)'이다. 썰물 때마다 물 밖으로 드러나 말랐다가 밀물 때 바닷물에 잠기기를 반복한다. 생김새부터 다르다. 거친 바닷물이 치고 빠지는 갯바위·절벽에 붙어 자라서다.

미역 맛에 무슨 차이가 날까 싶지만, 그렇지 않다. 양식 미역은 바다에 띄운 로프에 매달려 24시간 물에 잠겨 빠르게 자란다. 줄기가 길고 잎이 크다. 반면 자연산은 썰물 때 물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성장이 더뎌 줄기나 잎이 작은 대신 두껍다. 줄기는 오독오독하며 이파리도 졸깃하다. 오래 끓여도 풀어지지 않는다. '사골 미역'이라고도 한다. 한우 사골을 끓일 때처럼 진한 국물이 우러나서다.

출산과 인연이 깊다. '산모 미역'이란 별칭이 붙을 정도다. 임산부가 많이 먹어서다. 유래가 있다. 당나라 백과사전 일종인 '초학기'엔 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고래가 새끼를 낳은 뒤 미역을 뜯어 먹어 산후 상처를 낫게 하는 것을 보고 고려 사람들이 산모에게 미역을 먹인다." '삼국유사'에 기록이 남았다. 연오랑세오녀 편에 "연오가 하루는 바다에 나가 해조를 따는데…"란 흔적이다.

서거차도 쪽 미역을 최상품으로 친다. 팽목항에서 여객선으로 3시간 가량 떨어진 먼바다 가운데 조그만 섬(면적 2.8㎢)이다. 물살 세기로 이름난 맹골수도와 가까워 섬 바위나 절벽에 포자가 저절로 붙은 돌미역은 강한 것만이 살아남는다. 질긴 생명력이 바다의 영양분을 강하게 빨아들인다. 수심이 깊어 갯벌이 없는데다 섬 사이를 지나는 물살이 빨라 오염된 바닷물이 머무를 새가 없다. 최고 품질로 꼽히는 이유다.

진도·신안 미역밭을 옛 방식대로 일구며 공동 수확하는 돌미역 채취가 국가중요어업유산 제13호로 최근 지정됐다. 만조 때 물에 잠기고 간조 때 수면 위로 드러나는 바닷가 지역인 조간대에서의 원시어업 형태다. 앞으로 3년간 7억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주민들의 기대감이 높다. 자연이 키워낸 진도곽은 맛과 영양이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 지원으로 사라져가는 문화 유산을 되살리려는 그 수고로움이 반갑다. 돌미역에 소고기와 다진 마늘 넣고 눅진하게 끓여 주시던 어머니의 생일 미역국이 사무치게 그리운 날이다.

유지호 부국장대우 겸 뉴스룸센터장 hwaon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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