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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관료
입력 2018.01.11. 11:00 수정 2018.01.15. 14:41 댓글 0개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우리는 날마다 비슷비슷한 생각과 몸짓을 한다. 똑같지 않고 조금씩 바뀐다. 변화다. 더 행복한 삶을 꾸리려는 우리의 몸부림이기도 하다. 조금씩 바뀌지만 어느 시점을 두고 견주면 확 바뀌어 있다. 변화의 시간이 흘러 확 바뀌면 변신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성격)이 바뀌고, 몸(태도)이 바뀐다. 그리 많이 바뀌지 않았다면 모자람이 없는 만족의 삶이었거나 게으름이다.
나비는 알에서 애벌레로, 애벌레에서 번데기로, 번데기에서 나비의 모습으로 바뀐다. 변태다. 시간을 품는 동안 전혀 다른 모양으로 바뀐다. 변태란 말은 ‘비정상적’ 성행위를 하려는 욕망을 일컬을 때도 쓰인다. ‘비정상’은 올바르지 않다는 뜻이다. 겉모습이 좀체 바뀌지 않았더라도 성질이 바뀌면 ‘변질’이라고 한다. 우유가 상해서 변질이 되면 먹을 수 없고 버려야 한다.
변화와 변신은 긍정의 뜻으로 자주 쓰이고, 변태와 변질은 부정의 뜻으로 자주 쓰인다. 변화와 변신, 변태와 변질은 처음엔 별 차이 없이 느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마음의 다짐이나 몸의 자세에 따라 그 차이가 크고,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도 엄청나게 다르다.
그런 말 가운데 전향과 변절이란 말도 있다. 전향은 갖고 있던 사상(신념)을 전혀 다르게 ‘바꾸는’ 일인데 대개 특정 정책이나 추구하는 노선의 변화를 말한다. 변절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꿋꿋한 신념을 ‘팽개치는’ 일인데 개인의 욕망이 끼어들기 때문에 기회주의나 철새라 불리고 심지어는 배신이란 딱지를 붙인다.
전향과 변절은 동전의 앞뒤처럼 자신의 관점과 남들의 관점에 따라 달리 읽혀지기도 한다. 일제강점기 때 왜노므시키에게 충성의 혈서를 쓴 군인이거나 알랑거림의 글을 쓴 문인들은 전향이라고 뱉었을지 모르나 그런 글을 읽은 사람들은 변절이라 했다. 일제강점기 때는 전향과 변절의 다툼이 있었겠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쉽게 구별이 된다. 사람들은 ‘역사가 알려 준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를 모질고 끔찍하게 빼앗았던 일본은 왜노므시키라 불러야 마땅하다.
전향과 변절 사이에는 제3의 경우도 있다. 마땅한 이름씨(명사)가 없으니 ‘영혼 없는 지아이(GI)’쯤으로 쓴다. 지아이(GI)는 특별한 일에 쓰려고 불러 모은 병사를 뜻하는 미국말인데 GI는 보통 ‘왜 그 일을 하는지’보다 ‘주어진 일’만 한다.
일제강점기 때 왜노므시키들의 뜻을 따르며 기사를 썼던 기자, 왜노므시키의 수사 지시에 따라 독립군에게 온갖 고문을 했던 검찰·경찰, 왜노므시키의 법률에 따라 독립군을 판결했던 판사가 영혼을 팔아치운 좋은 보기다. 그들이 아돌프 아이히만처럼 ‘맡겨진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이라며 억울해하며 울부짖는다고 그들이 판 ‘영혼’이 돌아오지 않고, 그들이 죽인 ‘영혼’이 돌아오지 않는다. 아돌프 아이히만은 유대인의 체포, 강제이주를 비롯 600만 유대인 학살 책임이 있는 독일 나치스의 친위대 장교였다.
어느 정권에서 국무위원이나 핵심 장관급의 자리를 지냈다면 그 정권 인사권자의 철학과 영혼을 함께 했다는 뜻이다. 철학과 영혼을 함께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더라도 ‘영혼을 팔았다’고 봐야 맞다. 죗값을 줄이려고 아이히만처럼 시키는 일만 한 ‘단순 부역자’라고 둘러대도 말이다.
그런데 장관급 이상의 정권고위직을 지낸 사람들이 자신의 경력을 ‘국가자산’으로 포장하거나 ‘정책기술자’나 ‘행정의 달인’으로 애써 자위하며 전향이나 변절의 경계를 무시한다. 영혼을 판 인물(?)들이 철학과 지향이 다르거나 반대인 정권에 바로 참여한다면 ‘영혼 없음’이란 표현은 백 번 옳다.
아마 일제강점기 때 기자, 검찰, 경찰, 판사, 관료를 했던 사람들이 별다른 제재나 눈곱만한 반성 없이도 제 자리를 계속 지켰던 경험 때문에 ‘영혼 없음’에 별다른 양심의 가책을 못 느끼는지도 모른다. 수십 년, 아니 수백 년 이어온 우리 관료체질에서 전향과 변질을 구별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한때 정권이 바뀌자마자 말을 갈아탄 관료들을 보고 ‘김일성이 와도~’라는 비아냥거림도 있었고, 일제의 조선병탄 때는 ‘그 많은 고시(과거) 출신 수령방백들은 뭘 했냐’는 비탄도 있었다.
영혼이 ‘있는’ 기자, 법조인, 관료는 그래서 귀하고, 진정한 선비의 향기를 뿜는다. 그런 분들 뜻밖에 많지만 권력에 따라 춤추는 고위직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아무튼! 우리는 더 행복한 삶을 꾸리려면 조금씩 더 나은 쪽으로 바꾸려고 애써야 한다. 그것이 변태, 변질, 변절만 아니라면 말이다.
- [건강칼럼] 대화가 필요해 얼마 전 외과 동문들과 외과 교수들의 동문 이사회 모임이 있었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현재 의대증원 사태로 인한 전공의 사직문제로 흘러가게 되었는데, 들어보니 현재 전남대학병원의 상황은 정말 심각한 것 같았다. 예전에 외과의 한 교수당 하루 3~4건씩 하던 위암, 대장암 수술을 보조할 전공의가 없어서, 또한 마취를 해줄 전공의가 없어서 하루에 한 건도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정형외과는 아예 정규수술은 모두 취소되고 응급수술만 하고 있다고 도 했다. 교수들이 집도하는 수술이 전공의가 없어 혼자서 하다보니 힘들고 더딘데다가 교수 혼자서 전공의가 했던 잡다한 일까지 도맡아 하다 보니 이제 곧 번 아웃 직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이제는 거의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는 물러설 기미없이 계속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이야기만 하고 있으며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미가 없고, 학생들도 기약 없는 휴학으로 이대로 가다가는 전체 유급 직전에 있어 내년에 새로 들어올 신입생과 합해진다면 의과대학 교육은 제대로 될 수 없을 것이고, 졸업생이 없게 되면 공중 보건의나 군의관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얼마 전에 열린 교수들의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20개의 의과대학 및 병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여해 3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아직까지 대학병원 진료는 유지되고 있지만 남아 있는 이들만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래지 않아 대학병원이 무너지면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붕괴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필자는 작년 11월부터 정부와 의료계의 협상에서 의료계의 대표로 의정 협상단장을 맡아 정부에게 현재 붕괴되어 가고 있는 필수, 지역의료의 문제는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의대증원은 지금 해결책이 아니라고 누차 강조하였다. 또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교육 역량을 감안하여 현재 해마다 증원하고 있는 3058명의 약 10% 정도인 350명 내외로 일단 증원을 더 해보고 점차 2년에 한 번씩 재평가하여 증원 규모를 재조정 해보자고도 비공식적으로 제안하였다. 그리고 의대증원 문제는 밤샘토론을 해서라도 의정 협의체 내에서 논의하여 결정하자고 누차 강조하였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일본과 영국도 의대증원을 하였지만 우리나라처럼 의대 정원 조정 과정에서 의사들의 대규모 사직이나 정부의 형사처벌 공언 등 험악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정원 결정 과정에서 의사들을 정책 결정에 참여시키고 합리적인 요구사항이 있으면 수용하였으며, 의대 증원을 점진적으로 하여 늘어난 의대 정원을 가르칠 교육 역량을 충분히 확보한 후에 증원을 하였고, 구체적인 예산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예산이 얼마나 들며,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를 국민과 의사들에게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였기 때문이다.지금의 의대증원 문제는 수 십년 동안 세계최고를 자랑하던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문제점이 곪을대로 곪아 터져버린 것이다. 수 십년간 지속되던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결과가 좋지 않은 의료행위에 대해 과도하게 형사 처벌하는 우리나라만의 특성이 이러한 필수의료 붕괴사태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 문제점을 의대증원으로 해결하려고 하면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이러한 문제점이 결국 의사 수의 증원 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지도 정부와 의료계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의료인력 수급위원회가 있어 그곳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수집하여 의료 인력을 결정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너무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정부와 의료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료인력 수급 위원회를 결성하여 우리나라의료의 미래를 위하여 적정 의료 인력을 논의해야 한다.더 이상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속히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기를 기대한다. 양동호 광주광역시 의사회 대의원회의장 (연합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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