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아직도 공교육이 무엇인지 모르는, 혹은 모르고 싶은 교육부

입력 2023.10.24. 15:10 수정 2023.10.24. 19:26 댓글 0개
박새별의 교단칼럼 광주과학고 교사

교사들이 거리에 나와 공교육 정상화를 외친지 벌써 60여일이 지났다. 눌리고 눌렸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중이다.

교사를 교육전문가가 아니라 나태한 말단 공무원으로 보고 온갖 잡일을 다 떠넘겼던 교육부에서는 '선물'로 21년간 동결된 수당을 찔끔 올려주겠다며 생색을 내고 있다.

비유하자면 교육부는 이 상갓집의 상주 격이다. 그런데 상갓집에 '선물'을 갖고 생색을 내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여기에 선물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가?

현장교사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매주 간담회를 열면서도. 교육부의 선택적 부름을 받은 일부 단체와 어떤 경로로 섭외된 지 알 수 없는 개인만을 불러모아 비공개 밀실간담회를 한다. 밀실회의 후에는 보도자료, 홍보자료 선전에 급급하다.

알맹이는 없고 대외홍보용, 보여주기식, 선심성 발언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도 할만큼 해줬다'는 구색맞추기용 행사만을 만들고 있다. 핵심은 교육인데, 아직도 교육부는 핵심에서는 일부러 빗겨나간 주변적인 사안들을 건드리며 홍보자료만 내면서 본질을 흐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연령이 낮은 유치원, 초등학교의 주요 악성민원은 교육의 몰이해에서 비롯된다.

유치원이 학교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초등학교에서도 악성민원인들은 교육기관인 학교를 자꾸 보육기관과 혼동하며 학교에 요구할 수 없는 것들을 자꾸 요구한다.

보육기관에서는 다 들어주고 해줬는데, 왜 학교 선생들은 이렇게 불친절하고 뭐든 해주려 하지 않느냐는 불만에서 악성민원의 대부분이 나온다. 학교는 보육기관이 아니다. 사회의 축소판에서 질서와 규칙을 지키는 방법, 기본적인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교육하여 건강한 인간을 키우는 곳이다.

학교는 비교과를 포함한 다양한 교과목을 다양한 교수기법과 교육과정재구성을 통하여 '수업'을 하는 곳이지, 아이를 맡아 먹여주고 키워주는 곳이 아니다.

반대로 고등학교의 주요 민원은 고등학교 교육의 목표의 혼동에서 나온다. 물론 '먹여주고, 키워주고'의 민원은 급식과 야자로 변형되지 여전히 소멸되지는 않는다. 이제 추가되는 민원은 입시, 교과성적과 관련하여 집중된다. 내 아이의 성적 1점을 위해 트집을 잡고, 전교생이 재시험을 보게 만드려는 민원이 빈번하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공부'는 남보다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문제풀이 기술이 아니다. 학생을 사회와 이어주는 연결의 역할을 학교 교육이 하고 있는 것이다.

평생을 살아가며 필요한 문제해결력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성장하여 살아가야 할 이 사회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함께 살아나가야 하는 세상이다.

그러므로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적 기술, 인성, 갈등해결능력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그래서 협력을 위한 조별활동, 소통과 설득력을 키우는 발표활동이 있다.

그런데 조별활동을 하면 시간을 많이 뺏기니까 하지 말라는 것, 조별수행평가를 하면 남들까지도 도와야하니 불공정하다는 것, 혹은 쏟은 시간만큼 얼마나 생활기록부에 기재해서 입시에 유리하게 해줄 것인지가 민원의 주요 내용이다.

초중고12년을 거치며 보육에서 시작된 교육 몰이해가 입시로 연결되며 끝까지 해결되지 않은 채 이어지는 것이다.

이 교육몰이해의 주범이 누구인가? 바로 교육부이다. 교권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교육부가 지금, 이 순간에도 초등학교에 온종일 돌봄(늘봄)을 들여와야 한다며 '돌봄교사'를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늘봄시범학교를 만들어 기어코 보육을 학교로 들여와야 한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다. 공교육을 정상화해달라는 교사들의 외침은 교육부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유치원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한데,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겠다며 이미 구체적인 계획안을 강행 중이다.

법령에 의한 '교육'기관인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교육이 아닌 돌봄을 넣으려는 것이다. 이제껏 공교육의 정상화를 외쳐온 수십만 교사들의 절규를 보육이라는 두 글자로 귀를 막고 있다.

난데없이 킬러문항 이슈로 고등학교를 흔들어 놓은 것도 교육부의 교육몰이해에서 비롯된다. 교육부 스스로 유치원 초등학교는 보육, 고등학교는 입시 라는 교육몰이해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을 교육답게 해달라는데 그것만은 해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의 문제를 교권침해의 문제로 파편화 해서 문제를 살펴 볼 것이 아니라, 그 침해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에 대한 성찰이나 사유가 없는 것이다. 21년만에 찔끔 올려주는 수당과 교육부장관 본인이 13년전 직접 설계한 교원평가를 이제와서 폐지한다는 등의 선심쓰기 유인책으로는 공교육 정상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 교육부는 교육의 개념을 먼저 스스로 파악하고 진정한 공교육 정상화를 만들고 싶다면, 보육과 입시경쟁부터 학교에서 떼내야 한다.

교사들이 외치고 있는 공교육 정상화의 핵심은 교육의 본질에 관한 요구이다. 교사가 정상적으로 교육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교사의 인권, 교사가 교육할 수 있는 교육권, 학생들이 한 인간으로 존중받으며 교육받을 수 있는 학습권, 그리고 보호자로서 책무를 이행하며 학교와 연계해하여 나아갈 수 있는 학부모들의 권리도 학교교육이 무엇을 향하는가에 대한 방향이 혼탁한 상황에서는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

뿌리에는 계속 썩은 물을 부으며, 이파리 몇 개 잘라주면 나무가 다시 살아나랴? 학교교육과 교사의 문제는 교육이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으면 영원히 반복될 것이다. 박새별 (광주과학고 교사)

*이 기사는 교육언론 '창'에도 투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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