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줄탁동시(啐啄同時)

입력 2018.01.10. 08:21 댓글 0개
김옥경의 약수터 무등일보 문화체육부장

무술년, 새해를 맞아 신년 소망과 격언을 담은 사자성어와 명언이 대거 쏟아지고 있다. 그 중 올 해 유난히 회자되는 한자성어가 있다. 다름아닌 '줄탁동시'다. '줄탁동기'라고도 불린다.

'줄탁동시'는 알에서 깨기 위해 알 속의 새끼와 밖에 있는 어미가 함께 알껍데기를 쪼아야 한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 협력해야 함을 강조한 말이다.

본래 중국의 민간에서 쓰였지만, 지난 1911년 일제강점기 초기에 순천 송광사에서 성립된 불교의 한 종파인 임제종의 공안집이자 선종의 대표 불서인 중국 송나라 때 불서 '벽암록(碧巖錄)'에 기록되면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이 말은 협력과 합심의 가치 이외에도 흔히 스승이 제자를 지도해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사제관계를 설명할 때 자주 비유된다.

자세한 뜻은 이렇다.

계란이 병아리가 돼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계란 껍질을 혼자서 수없이 쪼아야 하는 '줄(啐)'의 노력을 해야만 한다. 이 때 어미 닭은 '탁(啄)'으로 껍질을 쪼아서 안에서 껍질을 깨고 나오려는 병아리의 노력에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한다.

만약 껍질 안의 병아리의 힘이 부족하거나 반대로 껍질 바깥 어미 닭의 노력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병아리는 알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죽고 만다. 그래서 껍질을 경계로 병아리와 어미닭의 힘이 하나로 모아질 때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일컫는다.

신년을 맞았지만 지역 경제 버팀목인 금호타이어와 기아자동차 등 지역 기업들이 경영정상화와 임금협상 등을 놓고 노조와 사측이 강하게 대립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해외매각 무산으로 경영정상화 방안 강구에 나선 금호타이어는 구조조정(안) 등을 놓고 어떤 대안이나 해법도 마련하지 못한 채 수개월째 노사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광주시 등이 중재에 나서기도 했지만 극과 극으로 갈라진 간격은 좁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급기야 오는 24일에는 광주와 곡성공장에서 근무하는 3~4천여명의 근로자들이 "정부 당국과 직접 이야기하겠다"며 상경투쟁에 나설 계획을 세우는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가뜩이나 장기화된 경기침체에 황무지처럼 황폐해진 지역 경제가 파탄나는 것이 아닌지 우려와 걱정이 커지고 있다.

세상 일 가운데 홀로 되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어떤 일이든 제대로 되려면 안과 밖에서, 위와 아래에서, 앞과 뒤에서 손발이 맞아야 한다. 노사 관계는 더욱 그렇다.

올해는 꽁꽁 얼어붙어 있는 지역 경기를 되살리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반목과 이견을 접고 안과 밖에서 함께 힘을 모아 쪼는 상생과 협력의 지혜가 발현되길 바란다.

김옥경 경제부장 uglykid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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