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김구·윤봉길과 상하이YMCA

입력 2023.10.05. 15:11 수정 2023.10.05. 19:50 댓글 0개
서해현 건강칼럼 서광요양병원장

1932년 4월 28일 김구는 윤봉길과 상하이기독교청년회관(YMCA)에서 점심을 함께 했다. 스물네 살 청년 윤봉길이 의거를 실행하기 하루 전이었다. YMCA가 곤궁한 처지에 빠진 동포들과 임시정부에 큰 힘이 되고 있었다. 도산 안창호 선생 등 임시정부 요인들은 YMCA를 자주 이용했다.

당시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지도자들의 의견 차이로 분열과 갈등이 심했고 재정적으로도 심각한 상태였다. 임시정부 국무위원 겸 재무부장 김구는 쉰여섯 살이었다. 상하이YMCA 건물은 7개월 전, 1931년 9월 완공되었다. 현대식 9층 벽돌 건물로 당시 기준으로 동양 최대 서양 건축물이었다.

상하이 망명 13년 차, 김구는 존재감이 희미해지던 임시정부를 세상에 알리고 독립운동의 전환점이 필요했다. 1931년 조직한 항일무장투쟁단체 한인애국단을 동원하여 1932년 1월 8일 이봉창 일본천황 암살시도, 2월 12일 일본군 신형잠수정 이즈모함 폭파시도, 4월 24일 우카키 가즈시게 조선총독 암살시도 등 여러 공작을 했지만 큰 성과가 없었다.

이번에는 과거 실패를 교훈삼아 준비를 철저히 했다. 윤봉길을 야채상으로 가장하여 미리 홍커우공원을 답사하게 했고, 폭탄 제조 전문가인 김홍일의 도움으로 기념식장에서 투척할 물통 폭탄과 도시락 폭탄도 준비하였다.

4월 29일 홍커우공원에서 열린 일본천황생일과 상하이사변전승을 기념하는 행사 중, 11시50분, 윤봉길은 연단을 향해 물통 폭탄을 던졌다. 기념식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상하이 일본군 사령관 시라카와 요시노리 대장과 상하이 일본거류민단장 가와바타 사다지가 사망했다. 총영사 무라이는 중상, 제3함대 사령관 노무라 기치사부로 중장은 오른쪽 눈을 다쳐 실명했고, 제9사단장 우에다 겐키치 중장은 왼쪽 다리 절단, 주중국공사 시게미쓰 마모루는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여 지체장애인이 되었다. 주변에서 그들을 호위하던 일본군 병사들 수십 명도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윤봉길의거는 상하이사변 패전으로 무기력해진 중국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중국인들은 윤봉길의 의거를 칭송하면서 일본과 싸워 이겨야겠다는 결의를 다질 수 있었다. 국제적으로도 한국인의 반일 독립투쟁 의지를 보여준 가장 확실한 사건이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인을 향한 중국 정부의 인식이 크게 변화하였다. 지금까지 임시정부는 무능하고 귀찮은 존재로 취급되었으나, 이후에는 독립운동과 항일투쟁에 협력하는 파트너로 인정받게 되었다. 중국 정부는 김구에게 생활비와 공작활동비를 제공했고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군사적 재정적으로 중국 정부의 적극 지원을 얻게 되었다.

5월, 김구는 홍커우공원의거의 주모자가 본인임을 밝혔다. 그리고 상하이YMCA간사 조지 애쉬모어 피치 목사의 도움으로 상하이를 탈출한 뒤 항주·가흥·해염 등으로 피신하며 도피생활을 이어갔다. 1933년 5월 장개석 총통을 면담하여 한국인 군사훈련에 합의하고, 이듬해 낙양군관학교에 한인훈련반을 개설하여 광복군의 토대를 마련한다.

필자는 지난 8월 상하이 인민광장 옆에 위치한 상하이YMCA에서 열린 광주·상하이·요코하마 3 도시 YMCA 컨퍼런스에 참가했다. 상하이YMCA 돌계단에 남은 92년 세월 흔적에서 김구·윤봉창·안창호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광주 불로동 정율성역사공원 건립에 대해 보수 진영의 반대 목소리가 크다. 한국전 참전 중공군에 대한 거부감이다. 2009년 중국은 정율성을 '신중국 창건 영웅 100인'으로 선정하였다. 2014년 시진핑 주석은 한·중 우호 현대 인물로 김구와 정율성을 꼽았다.

광주광역시는 현실적 이유를 들어 공원 건립백지화를 반대하고 있다. 박근혜정부에서 시작되어 문재인정부를 거쳐 윤석열정부까지 이어진 사업이다. 사업비도 거의 집행되었고 금년 말이면 완공된다.

정율성을 공산주의자로 추앙하는 광주시민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한중 우호를 상징하는 인물로 존중한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도움이 된다면 그를 활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율성을 빙자하여 대한민국을 반역하는 행위는 법률에 따라 처벌하면 된다.

광주 시민의 일자리를 만들고 시민 행복에 도움이 된다면 작은 공원 하나 유지하지 못할 이유 없다. 서해현(서광병원 원장·광주YMCA 부이사장)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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