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음악 속의 자연의 힘

입력 2018.01.08. 16:00 수정 2018.01.08. 16:02 댓글 0개
김현옥의 음악이 있는 아침 작곡가/달빛오디세이 대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피타고라스는 ‘만물의 근원은 수’라고 하였다. 대장간 앞을 지나는 어느 날, 쇠를 칠 때 어떤 소리는 어울리게 나고 어떤 소리는 안 어울리게 나는 것을 듣고, 현의 길이와 소리의 관계에 대해 연구를 하게 되었다. 길이의 비가 4:3이나 3:2와 같이 단순할수록 어울리는 소리가 나고, 그 비가 복잡할수록 안 어울리는 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역시 현의 길이가 짧을수록 높은 음이 난다는 사실도, 음의 높이가 현의 길이에 반비례한다는 것도 알아내었다. 이리 하여 우주에 이미 존재되어 있는 소리를 자연배음(Natural Overtone)이라고 했는데, 음은 하나의 단순한 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여러 음이 결합된 것으로, 배음이라는 것은 음의 전체적 울림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원음과 가장 어울리는 관계음 완전5도는 음악을 구성하는 음계의 근원이 되었고, 현대까지도 조율에 있어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음악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은 어쩌면 음 안에 들어있는 배음(울림)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자연으로 인도되기 때문은 아닐까.

이와 같이 모든 예술의 형태는 그것을 발전시켜 온 바탕이 있는 것이고, 어떤 체계와 요소를 갖추기 마련인데, 우리가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에도 수 천년 전에 발견한 수학적 자연이 들어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림은 수 백번을 봐야 눈물이 나온다고 했다. 음악은 감정을 이끌어내는데 몇 초나 필요할까. 듣는 일에는 조건이 없다. 사전지식도 언어도 다 내려놓고 그냥 들어서 느끼면 된다. 이해하기 이전의 감각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면에 들어와 변화를 일으킨다면 더 무엇을 바라랴. 음악은 그래서 언어 이전의 언어인 것이다.

오케스트라 연주를 할 때 지휘자가 등장하기 전, 악장이 먼저 나와 조율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오보에라는 악기는 이때 440헤르츠(Hertz)로 A(라)음을 낸다. 이 기준음에 따라 각 악기들의 조율이 끝나면, 지휘자가 등장하여 연주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 관습은 19세기 초부터 시작되었는데, 기온이나 습도에 따라 높이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연주 때마다 모든 악기들은 A라는 기준음에 맞추어 조율을 하고 연주를 시작한다. 1초에 생기는 진동의 수를 Cycle 또는 Hertz라고 하는데, 나라별로 조금씩 차이는 보이지만, 바로크 시대에는 415Hz, 고전시대에는 430Hz, 낭만시대에는 435Hz, 현대에 와서는 440Hz를 기준으로 삼는다. 시대에 따라 점점 긴장감을 요하기 때문이다. 기준음의 피치가 낮으면 긴장감이 사라져 자칫 느슨한 감정을 갖기가 쉽고 심지어 지루하기까지 하다. 강조해야 하는 말을 전달할 때 대부분 말이 빨라지고, 자꾸만 높은 피치가 되는 경우도 같은 이유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A음으로 조율을 하는 걸까. 그것은 저음 파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첼로의 네 줄 중, 가장 높은 음 A가 가장 뚜렷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고도, 연주고도, 표준음고라고 하여 음악에 사용하는 음의 높이를 세계적으로 통일시킨 것을 말하는데, 가정에서 쓰는 집 전화 수화기를 들면 나는 소리 역시 A음이고, 지금은 거의 사라진 공중전화 역시 마찬가지 소리이다. 한국 어느 고장이나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생은 누구나 처음이다. 그래서일까 매사가 서툴다. 햇빛만 있으면 좋을 것 같아도 그늘 없이 햇빛만 존재한다면 식물도 사람도 말라죽을지 모른다. 자연이 고스란히 음악안에 있는 것처럼 필요한 것은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다. 한 알의 씨앗에도 싹트일 힘이 있는 것처럼, 우리 안에 있는 자연의 힘을 믿고 반갑게 새해를 맞자.

최근 무등칼럼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