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오작남비(烏鵲南飛)

입력 2018.01.08. 09:52 수정 2018.01.08. 14:10 댓글 0개
이종주의 약수터 무등일보 논설실장

중국 위(魏), 촉(蜀), 오(吳) 세 나라의 다툼을 그린 삼국지는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힌다. 한국인 치고 삼국지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다. 설령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유비나 관우, 장비, 혹은 조조라는 이름 한번 쯤은 들어봤을 게다. 삼국지 인물 중 가장 박한 점수를 받는 이는 조조(曺燥·155~220)일 것이다. 조조는 다재다능한 인물로 시부, 초서, 음악, 바둑, 병서, 병법 등 문무에 뛰어났다. 사실상 삼국지의 중심 인물이지만, 간웅 (奸雄) 이미지에 가려졌다.

삼국지의 하이라이트 중 한 장면은 단연 적벽대전(赤壁大戰)이다. 조조의 100만대군이 유비와 손권의 10만 연합군에게 박살난 전쟁이다. 삼국지에 나온 수많은 전투 중 백미다. 이 전투를 앞두고 조조는 서전(緖戰·전쟁 개시)을 축하하는 잔치를 벌였다. 교교(皎皎)하기 그지없는 달빛과 비단을 펼쳐 놓은 듯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의 절경에 취해 시 한수를 지었다. 이른바 단행가(短行歌)다.

‘월명성희(月明星稀) 오작남비(烏鵲南飛) 요수삼잡(繞樹三?) 무지가의(無枝可依)…중략’. ‘달은 밝고 별은 성긴데 까막까치는 남으로 날아가네, 나뭇가지를 세번 돌아봐도 의지할 가지가 없네’라는 뜻이다. 조조 자신에 비해 다른 군웅들의 존재가 미미하고, 유비가 여러 번 정착하려 했으나 발을 못 붙이고 패하여 도망간다는 내용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승전의 자신감에 오만해진 조조의 도도한 모습과 빼어난 문장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대전의 결과는 정반대였다. 촉·오 연합군은 화공법(火功法)으로 조조의 대선단(大船團)을 불태워 버렸다. 참패한 조조는 겨우 목숨만 건진 채 패주했다. 세번 돌아봐도 의지할 곳이 없게 된 자는 유비가 아니라 조조 자신이었다. 이 시구(詩句)는 800년 뒤 대 중국 송나라 대문장가인 소동파의 적벽부에 인용되면서 더욱 많은 이들에게 회자(膾炙)됐다.

그렇다. 세상사 어찌 자신의 운명을 알 수 있겠는가. 막비운명(莫非運命)이요, 인유불측조석지화복(人有不測朝夕之禍福·아침 저녁으로 화와 복이 드나드는 것을 알 수 없다)이다. 기껏해야 서푼도 되지않는 사람의 머리로 한 치 앞도 못보는 게 당연하다. 오만하지 않고 늘 겸손해야 하는 이유다.

해가 바뀌니 벌써부터 6월 지방선거의 꿈에 취한 사람들이 많다. 단행가식 표현을 빌리면 자신만이 밝은 달이라 여기며 광주를 바라보는 정치인들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백년수신일조진(百年修身一朝盡)이라고, 백년 동안 쌓은 공도 하루 아침에 재가 될 수 있다. 하물며 정치판에서야 오죽하겠는가. 누군들 오작남비(烏鵲南飛) 신세가 되지 않으랴. 사방을 둘러봐도 의지할 나뭇가지 하나 없는 까막까치 신세가 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보고 또 돌아볼지어다. 이종주 논설실장 mdlj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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