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슈카츠(쓰)

입력 2018.01.07. 13:32 수정 2018.01.08. 10:19 댓글 0개
김영태의 약수터 논설주간

사람의 삶은 유한(有限)하다. 결코 ‘영생(永生·영원한 삶)’을 누릴 수 없다.

사람 가운데 가장 오래 살았다는 성서의 므드셀라(969세·창 5;21)나 서왕모(西王母)의 복숭아를 훔쳐먹고 장수를 누렸다는 삼천갑자 동방삭도 전설로 남은 채 흙으로 돌아갔다. 중국 역사상 최초로 천하를 하나로 합친 진시황(秦始皇) 또한 50여세 남짓에 숨을 거두었다. 그가 쌓은 공전(空前)의 기업을 길이 길이 이어가고자 영생을 바라며 신하들로 하여금 불로장생의 영약(靈藥)을 찾아오라고 했지만 결국은 허망한 노릇이었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식생활의 변화로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고 있다 해도 그 년한은 기껏 100여년 안팎이다. 설령, 세포의 노화와 면역력 약화, 각종 질병의 엄습 등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재생 불능화하는 육체에 대한 획기적 변환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삶의 끝은 있게 마련이다.

죽음은 인간 뿐 아니라 살아 숨쉬는 모든 움직이는 것들에게 필연이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품격있는 삶의 종언(終焉)을 남길 수 있다. 노령과 병마 등으로 회생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인공호흡기, 심폐소생 기구 등 온갖 생명 유지장치에 기댄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도 그러한 반영에 다름 아니다.

‘슈카츠(쓰)’. ‘인생을 마무리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종활·終活)’을 뜻하는 일본식 표기다. 국내 한 언론은 최근 일본 건설기계분야 대기업인 코마츠사의 안자키 사토루 전 사장(80)이 신문에 게재한 ‘생전 장례식’광고를 토대로 슈카츠(쓰)의 의미를 살펴보는 내용을 보도했다. 지난 10월 초 ‘치료불가능’이라는 암(癌) 진단을 받은 그는 광고를 통해 “아직 건강할 때 내가 지금껏 알아왔던 여러 지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방사선이나 항암 치료 등 연명 치료를 받지 않고 남은 삶을 최대한 의미있게 정리하는 시간으로 삼겠다는 거였다. 그의 생전 장례식에 참석한 이들은 회사 관계자, 학교 동창생 등 1천여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휠체어를 탄 그는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직접 쓴 감사의 편지를 전했다.

죽은 뒤 유족들에 의한 장례식이 아니라, 죽음을 예감한 본인이 생전 장례식을 알리고 그간 관계를 맺어왔던 많은 이들을 초치해 미리 고마움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은 분명 이채롭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죽음 이후의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없는 범인(凡人)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어서다.

모든 인간에게 필연적인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죽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인생을 충분히 즐겨왔고, 수명에도 한계가 있다. 마지막까지 몸부림치는 것은 내 취향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안자키 전 사장이 ‘생전 장례식’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밝힌 말이다.김영태논설주간kytmd86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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