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무등일보 제30회 신춘문예 심사평

입력 2018.01.02. 15:10 수정 2018.01.03. 10:34 댓글 0개

[시 부문]

당선시 ‘수목원’, 열린 세계관으로 자연과 인생 조명

예년과 다르게 많은 응모자와 응모작품이 우선 선자를 기쁘게 했다. 내용도 사드문제, 세월호, 노마드(‘떠돌이’로 표현되는 현대 직업사회의 군상들), 디아스포라(국내로 들어오는 고려인 혹은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족들), 사랑과 평화, 자연과 인생, 노동문제, 농촌과 공동체 사회의 붕괴, 사람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개인적 정서와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스펙트럼 속으로 ‘불나비’처럼 날아드는 각양각색의 문제를 포착하는 작품들이 많았다.

그와 반면에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만들어지는 디지털사회를 반영하는 속칭, ‘컴퓨터詩’가 너무 범람하는 듯하여 염려스러웠다. 시가 쓸 데 없이 너무 길고, 우리말 한글 맞춤법도 무시하는(또는 문법적 지식을 갖추지 않는) 어휘실력과 속어·비어가 출몰하는 체팅 언어가 흠이라면 큰 흠이었다. 시(운문)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정의는 “시는 짧고 산문(소설 등)은 길다”라는 사실이다. 시는 짧기 때문에 은유 등 갖가지 비유와 상징이 요구되며...마치 예리한 비수처럼 혹은 한 송이 꽃처럼 빛과 향기를 두루 갖추면서 ‘순간에서 영원으로’ 감동을 준다는 것이다.

선자의 손에 마지막으로 남은 작품은 김로경의 ‘새’와 김종숙의 ‘불시착’ 그리고 최우영의 ‘생선’과 전진자의 ‘수목원’이었다. 먼저 밀려나간 시는 ‘새’였는데 시의 전반부가 거의 산문에 가까웠고 나머지 작품도 지나치게 설명에 의존하고 있었다. ‘불시착’은 당선작으로 밀어도 좋을 만큼 시의 구성과 ‘현대시의 미학’을 갖추고 있어 신뢰를 주었다. 문제는 같이 응모한 다른 작품들의 수준이 들쑥날쑥했다는 사실이다. 아깝지만 더 공부할 기회를 주는 수밖에 없었다.

최우영의 ‘생선’외 2편과 전진자의 ‘수목원’이 선자를 고민하게 했다. ‘생선’과 ‘수목원’ 중에서 어느 작품을 당선시로 올려도 괜찮았다. 고심한 나머지 ‘생선’을 뒤로 젖히고야 말았다. “나는 젖은 나무 위에 누워 / 조용히 칼을 받아들인다....(중략)...갈라진 살 사이로 소금이 들어와도 / 나는 아프지 않다 / 아직 살아있다 / 세상은 아직 푸르다”는 절창이었다. 그러나 이 시를 쓴 응모자는 다른 작품에서도 시가 너무 ‘단형(單形)’이었다. 이 단형에 너무 맛들이면 우선 다른 시들도 지나치게 ‘애매함(ambiguty)의 미학’에 빠지고 시를 이끌고 나가는 에너지, 대범성, 추진력이 쇠하게 되어...시작에 노쇠현상이 빨리 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점을 깊이 깨달을 때 ‘생선’의 시인은 ‘좋은 시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최후의 당선시를 ‘수목원’으로 확정했다. 시에 대한 연치(年齒)가 만만치 않다. 우선 열린 세계관을 갖추고 있으며 시에 깊이와 넓이를 동시에 부여할 수 있는 힘과 배짱과 풍성한 정서를 감추고 있어서 좋다. 이 한편의 시에서 선자는 그의 자연관과 인생관, 시적 대상인 사물과 세상을 참신하게(초록색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짐작했다. 단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괴테나 셰익스피어에서 보듯이 위대한 시인은 그 나라 말의 문법을 지키고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당선을 축하드리며 더욱 용맹정진하기를 기원한다.

시부문 심사위원 김준태 시인 (▲前 조선대 문창과 교수, ▲시집 ‘국밥과 희망’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 등 다수)

[소설 부문]

동화같은 소설, 소설같은 동화

무등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의 열기가 뜨거웠다. 전국각지에서 무려 106편의 응모작이 도착해있었다. 2~4편을 한꺼번에 보낸 응모자도 8명이나 되었다. 2박3일에 걸쳐 응모작을 읽었다. 그중에서 참신하고 독창적이고 장래성이 있는 작품을 골라내려고 노력했다.

소설의 모든 소재와 주제 그리고 형식까지도 기존(선배) 문인들이 오래 전에 이미 써먹어버렸기 때문에 새로운 게 있을 리 없다. 그렇다면 후배 문인들은 참신성과 독창성을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야하는 것일까.

그 정답은 작가 특유의 ‘새로운 관점’이다. 관점이 다르면 새로운 소설이 창작되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어디선가 읽어보았음직한 소설, 누군가의 작품을 패러디하거나 심지어 모방한 소설로 평가되기 마련이다.

응모 편수는 많았으나, 거의 모든 응모작이 ‘죽음’·‘행방불명’·‘편두통’·‘아르바이트’·‘불륜과 섹스’·‘이별’·‘사업 실패’·‘애완견’ 등등의 흔하디흔한 단어로 채워져 있었다. 그건 곧 참신성과 독창성 결여로 귀결된다. 특히 이런 응모전에서는 차별성이 매우 중요하다. 평범한 소설은 심사위원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전 응모작을 읽어가면서 재차 읽어야할 것을 골랐다. <그늘>·<꿈속 깊은 집>·<나비의 전설>·<미립(未立)>·<봉이>·<비까번쩍한 보스>·<사연 없는 노인>이었다.

재차 읽었던 작품 중에서 김미경의 <미립>·김용매의 <봉이>·김산의 <비까번쩍한 보스>를 골랐다. 그리고 당선작을 정하기 위해 ‘고심 또 고심’했다.

<미립>은 학력 차이로 인한 갈등이 잘 표현된 작품이었다. 많은 지식과 상식을 소설 속에 쏟아 넣은 것으로 보아 독서량도 많은 듯했다. 그래서 이야기가 풍부해지는 장점을 보였다. 그런 반면, 참고서적의 자료를 자주 인용해서 약간 식상했고(커피 이야기 등), 구성이 평이해서 아쉽게 느껴졌다. 계속 노력하면 아주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그릇이다.

<비까번쩍한 보스>는 소설이 곧 이야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응모작이었다. 풍자와 교훈을 담고 있어서 한 편의 우화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이처럼 입담이 좋은 작가는 장차 훌륭한 소설을 써내기 마련이다. 부단하게 노력하길 바란다. 그런데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현실을 대신하게 되면 읽고 나서 왠지 씁쓸해진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소설이 허구임은 분명하지만 ‘현실적인 허구’여야 한다.   

<봉이>를 읽으면서 ‘동화 같은 소설, 소설 같은 동화’라는 말을 떠올렸다. 다른 응모작에 비해 차별성을 갖고 있다는 게 장점이었다. 이 작품은 얼핏 보기에 평범한 것 같은데 읽을수록 맛이 났다. 어린 주인공이 배가 고프다고 느끼는 것은 생리적인 배고픔 외에도 사랑받기를 원하는 무의식이었다.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미니권총은 가정과 학교로부터 소외받고 있는 주인공의 반항 심리를 상징하는 장치였다. 다른 응모작에서 보기 힘든 장점이었다.

단점도 있었다. 어린 주인공의 심리에 더 깊이 천착해야 완벽한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부족함이 있었지만 장래성을 염두에 두고 <봉이>를 당선작으로 삼았다. 축하와 더불어 정진을 부탁드린다. ‘당선’이라 쓰고 ‘시작’이라 읽기를….

소설 부문 심사위원 박혜강(▲‘검은 노을’로 제1회 실천문학상 수상 ▲장편 ‘매천 황현’ ‘조선의 선비들’ 등 다수)

[동화 부문]

내용과 형식의 완결성이 있어야 감흥

좋은 동화란 환상과 현실의 아름다운 접목에서 탄생되며, 시적문장으로 쉬워야 한다. 내적구조에서 재미성, 문학성, 교육성, 이상성을 갖춰야 하고, 외적구조에서 단순성, 소박성, 명쾌성이 있어야 한다. 내적, 외적구조가 어울려 상승작용을 주고, 내용과 형식의 완결성이 있어야만 독자에게 감흥을 준다.

무등일보 신춘문예의 83편 작품들을 읽으며 예심, 본심, 최종심까지 심사하였다. 내용과 형식이 완결성을 갖춘 작품을 선정하느라고 고심하였다. 동화 본령은 환상동화인데, 50여 편 작품들이 생활동화이고 30여 편 작품들이 환상동화였다. 동심의 눈으로 발견한 새로운 면모를 시적상상력으로 형상화하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어른의 관념이나 교훈을 드러낸 일상적인 글이나, 물활론 적 사고의 결과물로 어색하게 의인화시킨 글도 있었다.

강숙의 ‘고분에서 만난 소녀’는 잔디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희망을 갖고 꿈을 이루는 얘기를 담고 있다. 주제의식이 강하고 재미성과 함께 글을 끝까지 끌고 나가는 힘과, 매끄러운 문장도 좋았다. 잔디가 고분 옆에 싹을 띄우는 과정에서 개연성 부족과, 고분 속 소녀와 대화한 점, 순장된 소녀가 다시 태어남이 부자연스럽고 급히 끝마무리한 점을 단점으로 들 수 있었다.

김용국의 ‘나비 브로치’는 간결한 문장에 실감나는 묘사와, 글을 쓰는 솜씨가 돋보였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덮은 천이 나비들이 되어 날아가는 부분과, 할아버지 가슴에 앉은 나비가 주인공의 가슴에 앉아 브로치가 된 할아버지의 선물은 따뜻함을 주고 있다. 나비 브로치가 상처 난 곳에 날아가 나비침을 주는 게 작위적이고, 할아버지 죽음에 대한 주인공의 슬픔이 나타나지 않은 점은 어색했다. 할아버지가 나비 브로치를 선물로 주는 부분을 잘 나타내어 글을 마무리하면 좋겠다.

이동택의 ‘아기토끼 친칠라와 분홍삼각소라’는 전래동화 ‘토끼의 간’에서 모티브를 얻어 동화를 쓴 응모자가 글을 많이 써본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토끼의 간을 찾는 거북이에게 분홍삼각소라가 기지를 발휘한 일, 당근 밭에서 당근을 뽑으니, 그 구멍으로 바닷물과 바다생물이 빠져 들어간 점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수작이었다. 숲이 갑작스레 바다가 된 부분에서의 황당함과, 억지스러움이 거슬렸다.

임성규의 ‘형은 고슴도치’에서 주인공은 마음속에 가시를 세우며 형과 화합을 못하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통해서 그 속에 사는 고슴도치가 집에 오게 된 것과, 신비한 숲 지킴이가 된 형을 구하게 된 부분이 흥미로웠다. 결국 주인공이 형과 화합을 이루고, 고슴도치가 사라진 끝부분이 좋았다. 전체적으로 구성면에서 헐거운 느낌이 들지만, 뚜렷한 주제의식과, 매끄러운 문체와 반전에서 느끼는 감동이 크기에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최종심에 오른 응모자들도 더 정진해서 동심이 깃든 좋은 동화를 쓰기를 기대한다.

동화부문 심사위원 서향숙(▲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동화 ‘날개 달린 사자’ 등 다수)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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