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광주변호사회 우수 법관 7인 선정을 축하하며

입력 2018.01.02. 15:00 수정 2018.01.02. 16:20 댓글 0개
박생환 법조칼럼 변호사

지난 14일 광주지방변호사회는 우수·친절법관 7명을 선정·발표했다(무등일보 12. 15) 우수법관으로 선정된 판사들은 광주고등법원 1명, 광주지방법원 4명, 순천지원 1명, 목포지원 1명 등 모두 7명이다. 이른바 베스트 판사로 7분의 법관이 이름을 올린 것이다.

독자들은 다소 생소한 뉴스였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변호사가 법관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뉴스라 할만하다. 그것은 아무도 시비 하지 않던 사법관료주의에 일대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곁에는 과중한 업무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법관이 대부분이다. 그런 법관을 갑을 관계에서 을의 위치에 있는 변호사가 법관을 평가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솔직히 변호사가 법관을 평가하는데 참여하는 것도 현재로서는 대단히 조심스럽다.

그러나 이번 평가에서 보듯 광주변호사회가 선정한 우수 법관은 그럴만한 훌륭한 자질을 지녔음이 분명하다. 이들 법관은 어느 한 쪽에 치우침이 없이 사실관계를 토대로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다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실제 법정에서 만난 본 바로도 우수 법관들은 소송 양 당사자의 일방 주장에만 귀 기울이지 않고 공정하고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했으며 입증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절차상 배려도 잊지 않았다. 그들에게서 우리 법관 사회의 적폐라 할 만한 권위주의나 고압적 분위기는 없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그들 법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자신들이 존재 한다는 공복의 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재판을 진행하다보면 변호사는 물론이고 소송의 당사자들도 자신의 재판에 증거가 부족하다거나 주장이 부족하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게 된다. 재판과정에서 판사가 그런 부분을 충분히 설명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더 입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였기에 당사자들도 재판 결과에 충분히 승복하고 납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변호사 수가 많아지면서 법관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해졌다. 판사의 모든 평정이 법원 조직 내부 (대법원장)에게 집중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아직은 투명성이나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변호사회 같은 외부조직에 의한 법관 평가도 필요하다는 것이 점차 힘을 얻는 추세다. 이제까지는 법관을 평가하는 객관적 잣대나 공정한 인사가 이뤄지는 지에 대해서 누구도 묻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법관 조직이 지나치게 관료적이라는 비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번 광주변호사회의 법관 평가도 지나치게 내부적으로 수직적 관행에서 벗어나 법관 인사를 조금은 바꿔 보려는 시도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물론 인기 투표식 법관 평가는 위험하다. 하위 평가를 받은 법관은 억울할 수 도 있다. 그런 부작용을 생각해서 하위 법관 5명도 발표했지만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비록 하위 법관 명단은 발표하지 않았다 해도 막말성 발언으로 재판의 질을 떨어뜨린 것은 아닌지 반성할 일이다. 소송당사자의 발언을 묵살하고 발언기회를 달라고 요청하는 당사자에게 언성을 높이면서 재판을 일방적으로 끝내려고 하는 저질 재판은 없었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 이런 재판 하나하나가 결국 국민들이 사법부를 불신하는 사태를 초래하게 되고 해마다 법관평가를 통해 하위법관을 선정해야하는 비극 아닌 비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재판은 당사자들에게는 인생이 걸린 문제다. 우리 사법시스템에서 하루에 수십개씩 재판을 해야하는 법관들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절차적으로 내 입장을 발언할 기회를 보장받았다는 기분이 들 수 있게 재판을 진행하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당사자의 주장과 입장은 이미 준비서면으로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사자들에게는 국가기관인 판사 앞에서 말 한마디 할 수 있는 재판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법관평가가 시행된 이래 전체적인 법관들의 평가점수는 대체로 상승하고 있다. 그만큼 재판진행이 향상되고 있고 이를 평가하는 변호사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얘기다. 반면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재판진행으로 하위법관에 선정되는 법관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무술년에는 더 많은 법관이 우수 법관으로 선정 됐으면 한다. 그래서 전관예우니, “유전 무죄 무전 유죄” 같은 비극적 사태가 이 땅에서 사라지길 기대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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