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작심삼일’

입력 2018.01.02. 14:21 수정 2018.01.02. 16:19 댓글 0개
류성훈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2본부장

2018년 새해가 밝은 지 이틀이 지나 사흘째로 접어들고 있다.

새해를 맞으면 나의 문제점을 분석해서 고쳐야 할 것만 같다. 그래서 우리는 새해가 되면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흡연가들은 담배를 끊겠다. 애주가들은 술을 끊겠다. 건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운동을 하겠다. 다이어트를 하겠다. 영어공부를 하겠다. 저축을 많이 하겠다 등등.

문제는 굳은 의지와 야심 찬 결심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통계브레인조사 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92% 사람들의 새해 결심이 실패로 돌아간다고 한다. 8%만이 성공하는 셈이다.

멀리 볼 것도 없다. 금연·금주(절주 포함) 선언하고, 운동을 하겠다고 동네 헬스클럽에 등록한 주위 사람들 중 얼마나 지켜지는가만 보더라도 금방 알 수 있다. 어찌할 수 없는 사정으로, 새해 결심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회환과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작심삼일’(作心三日)이란 말이 떠오른다. ‘작심삼일’의 유래는 유성룡이 도제 찰사로 있을 때 각 고을에 발송할 문서를 역리에게 주었는데, 공문을 보낸 사흘 뒤 내용을 고치기 위해 공문을 회수하라고 했더니 역리가 그 공문을 발송하지 않고 가지고 왔다.

역리를 꾸짖자 “속담에 ‘조선공 사삼일’(朝鮮公事三日)이란 말이 있어 사흘 후에 다시 고칠 것을 예상해 보내지 않았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이 말을 들은 유성룡은 “가히 세상을 깨우칠 말로 나의 잘못이다”라며 공문을 고친 뒤 반포했다. ‘조선공 사삼일’이란 ‘고려공 사삼일’(高麗公事三日)에서 유래했는데, 고려 말에 정치혼란으로 관청의 행정명령이 자주 바뀌고 체계가 없는 것을 비꼬는 말이었다.

맹자의 ‘호 변장’(好辯章)에 따르면 ‘작심’은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는 뜻이다. 어떤 일이든지 하루나 이틀 정도는 그런대로 본인 의지로 견딜 만한데 삼일 되는 날부터는 처음의 마음가짐이 조금씩 흐트러지기 시작하면서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다고 나온데서 유래한 말이 ‘작심삼일’이다.

다른 한편으로는‘작심삼일’은 3일만 계속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 들어있다. 첫 사흘만 잘 견디면 나흘은 그냥 가고 일주일은 저절로 굴러가는 게 이치다. 일주일만 계속해서 하면 한 달은 익숙해지고 한 달이 익숙해지면 석 달은 손쉬워진다.

뭐든 석 달을 계속해서 하면 습관이 되어 그때부터 큰 문제가 안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첫 사흘이 중요하다. 작심하고 첫 사흘을 이겨낸다는 것이 의미가 큰 이유가 여기에서 나온다.

결심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말고 새로운 결심, 새로운 다짐을 매일 하다 보면 어느새 ‘작심 365일’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새해 굳은 결심은 언제나 칭찬받을 일이다. 새해 사흘째가 되는 시점에서, 세워놓았던 계획들을 잘 지키고 있는지 점검해보자.

류성훈 사회부장 ytt7788@daum.net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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