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평범한 이웃들의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꿉니다

입력 2018.01.01. 15:48 수정 2018.01.02. 11:31 댓글 0개
[연중기획] 따뜻한 세상 만듭시다 무등&나눔
복지부담 높고 재정자립도 낮은 광주…정부 역할 한계
민간 공동체, 더불어사는 세상 만드는 마중물 역할 눈길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봉사회원들이 지난달 19일 오후 광주공원 일원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동지팥죽 나눔행사를 열고 있다.

우리 사회는 왜 다시 나눔을 이야기할까.

세계경제규모 11위인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들려오는 타인의 비극을 통해 우리는 애써 외면해온 현실과 마주하곤 한다.

지난해 9월 1일 광주 북구 한 주택에서는 40대 부부와 스무살 된 딸이 함께 세상을 등졌다.

정신질환을 앓던 아들을 돌보다 못해 보호시설로 보낸 이들은 ‘야박한 부모’라는 손가락질 속에서 살았고 일용직으로 겨우 연명하다 월세도 밀리더니 결국 ‘우리 세명 같은 관에 넣어 화장해달라’는 유서만 세상을 살다간 유일한 흔적으로 남겼다.

며칠 앞선 8월 28일 장성 한 저수지에서 건져낸 차량 안에서는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이 차가운 저수지 물 속을 향해 스스로 차를 몰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날은 딸의 대학등록금 납부 마지막날.

이들도 생활고를 겪다 결국 스스로 세상과 등을 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뿐만일까. 죽어서야 비로소 사연이 알려진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이 1년여간 직업이 없었어도 주당 13만원의 생계보조금 덕분에 아이를 키우며 작품을 구상했다는 이야기는 먼 나라 이야기다.

대한민국의 복지 현주소는 어디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복지 예산 평균은 국내 총생산(GDP) 대비 21%라고 한다.

복지 선진국가인 북유럽 국가들은 이보다 10% 더 높지만 우리 나라는 아직 12% 정도에 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 복지는 아직 시작단계라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올해 예산안은 429조원으로 확정됐고 이 중 34.1%인 146조2천억원이 보건·복지·노동분야에 투입된다.

전년 대비 12.9% 증가한 금액이지만 이마저도 양극화 속 실업과 빈곤 문제 해결에 역부족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이같은 현실 속에 광역시 중 재정자립도는 가장 낮지만 복지비 분담 비율이 가장 높은 광주의 고민은 더욱 심각할 수 밖에 없다.

현재 광주시의 사회복지 예산은 1조 5천여 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36.9%를 차지한다. 이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높다.

광주보다 규모가 큰 부산도 34% 수준이며 대구도 34.2%, 인천 32.5%에 머물고 있으며 규모가 비슷한 대전도 이보다 적은 35.8%에 불과하다.

하지만 재정자립도는 49.23%로 전국 최하위권이다. 서울 85% 부산 60.13% 대구 56.64% 인천 65.41% 대전 57.9% 울산 69.9% 세종 70.48%인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숫자가 전해주는 비관적인 전망들을 타파할 희망은 무엇일까.

김희중 천주교 광주대교구장은 지난해 성탄 메시지에서 사회복지와 봉사의 핵심을 ‘나눔’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대주교는 “사람 자체의 소중함 때문에, 소중한 존재가 존엄성을 존중 받을 수 있는 사회를 이루면 좋겠다는 뜻에서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내가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이 온전히 내 것이 아니며 나누기 위해 나에게 맡겨 주신 것을 주인들에게 돌려준다는 차원에서 나눔을 실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본보가 올해 창간 30주년을 맞아 지역과 지역민들에게 던지는 화두를 ‘나눔’으로 한 것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다행히도 지금 광주에서는 민간 차원에서 스스로 태동한 자생적인 복지나눔공동체들이 수년째 활동하고 있다.

광주재능기부센터는 2012년 창립 이후 후원금은 물론 평범한 이웃들의 열정을 모아 재능기부로 승화시키고 있다.

광주의 평범한 직장인들과 이웃들이 참여한 광주 서구 지역보장협의체 한가족나눔분과도 아직 후원이 시작되지 않은 곳에 먼저 발을 담그고 복지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1억원 이상의 고액기부를 약속한 아너소사이어티도 광주 71명, 전남 64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내노라하는 갑부들이 아닌, 평범한 이웃들의 큰 결심이기에 그 값어치는 더욱 높다.

본보는 올해 지역사회 평범한 이웃들의 ‘나눔’을, 대단한 업적으로 전해지기 보다는 ‘나도 할 수 있겠다’는 기분 좋은 동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생생한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할 계획이다.

서충섭기자 zorba85@naver.com

<전문가에게 듣는다>

“함께하려는 마음만 있어도 재능”
하상용(광주재능기부센터 공동대표)

“재능기부라고 하면 거창한 기술이나 대단한 능력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닙니다. 타인이 말 꺼내기 어려워하는 부분, 어쩌면 아주 사소한 일도 흔쾌히 도와주고 나누려고 하는 마음 자체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재능입니다.”

공부방이 없는 어린이들을 위한 공부방 만들기, 어려운 살림 때문에 돌잔치를 포기해야 했던 부부, 늘 바쁜 구급대원 남편을 위한 ‘한 사람을 위한 음악회’, 독거노인들의 화장실 고쳐주기.

지난 2012년부터 광주재능기부센터를 설립하고 다양한 봉사활동을 실천해 온 하상용 대표가 최고로 꼽은 재능은 ‘나눔’이다.

하 대표가 ‘나눔’을 최고의 재능으로 꼽은 이유는 뭘까.

하 대표는 “복지 수요자들의 요청은 매우 다양한 반면 법 제도가 그것을 모두 법제화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아무리 정부가 예산을 많이 들여도 복지 사각지대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광주는 타 지역에 비해 재정자립도가 약하다보니 정부 의지만 기다릴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법적 제도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복지수요는 나눔으로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대표는 5·18민주화운동 때 목격됐던 나눔의 문화가 우리 지역의 DNA에 각인돼 있다고 믿고 있다.

그는 “극한의 어려움을 겪은 이들이 더 열심히 나눔 현장에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라며 “다른 지역보다 우리 지역은 역사적으로 비극을 겪었고, 그것이 우리의 문화적 전통으로 자리잡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재능기부라는 말조차 낯설었던 2012년, 사업에 좌절을 겪었던 하 대표는 자신이 가진 인적 자산을 지역사회를 위해 사용해보기로 했다.

그 결과 현재는 500명도 넘는 회원들과 함께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고 있다.

특별한 것도 아니다. 운전, 요리, 물건을 나를 수 있는 힘, 말벗이 되어줄 마음만 있다면 함께 하고 있다.

하 대표는 “그래도 우리 지역은 다른 곳보다 나눔을 잘 실천하며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며 “모두가 함께 십시일반 정신으로 지역의 어둠을 전부 걷어내고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서충섭기자 zorba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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