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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지어진 마포아파트 인체실험한 까닭은[집피지기]
입력 2023.06.03. 07:00 댓글 0개연탄보일러 생소한 탓에 현장소장이 직접 실험
집 안에서 직접 쓰레기 버리는 장치도 설치 돼
점차 '아파트도 살만하다' 인식 확산으로 바뀌어
1968년 한남동 힐탑아파트 최초 엘리베이터
1970년 한강맨션 27~55평 중대형 아파트 등장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입니다. 서울에서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가 167만9639가구 입니다. 전체 368만2384가구 가운데 45.6%에 이릅니다. 서울 시민 절반 가량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아파트는 집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삶의 공간이기도 하면서 자산 증식을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지금은 아파트가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형태가 됐지만 아파트가 처음부터 각광을 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아파트가 생소하던 1960·1970년대에는 최고층 아파트나 초호화 아파트도 모두 미분양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로 1962년에 완공된 '마포아파트' 사례를 봐도 당시의 이런 분위기를 알 수 있습니다. 대한주택공사가 발간한 '주택' 자료에 마포아파트에 입주한 한 부부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열심히 노력해 마당이 딸린 단독주택으로 가겠다"고 말한 내용이 실릴 정도로 아파트는 인기가 없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아파트는 돈없는 서민들이 사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김장독을 묻을 곳이 없다는 점도 당시 아파트 주민들의 큰 불만이었다고 합니다.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에 지어졌던 마포아파트는 원래 10층 규모에 11개 동, 1158가구로 지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전력과 기름 부족 등의 이유로 6층으로 층수를 낮추고 642가구로 조정했습니다. 아파트를 I자 형태가 아닌 Y자 형태로 배치한 것도 특징입니다.
특히 처음에는 입주율이 10%가 채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아파트는 일반적인 연탄아궁이 방식이 아닌 연탄보일러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연탄보일러는 연탄아궁이에 비해 진일보한 기술이지만 생소한 탓에 사고의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이 때문에 현장소장이 연탄가스가 샌다는 집에 찾아가 집적 잠을 자는 '인체 실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으로 시도된 단지형 아파트에는 어린이 놀이터와 분수 등이 있고, 집 안에서 바로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더스트 슈트'도 처음으로 도입되는 등 아파트라서 편리하고 쾌적한 장점들도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점차 아파트도 살만하다는 인식을 처음으로 심어주며 대한민국 아파트 시대의 서막을 열게 된 셈입니다.
처음으로 아파트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것은 1968년입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서울 한남동 높은 언덕에 힐탑아파트가 건설됐는데 여기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됐습니다. 그 전까지는 6층짜리가 전부였던 아파트에 엘리베이터가 등장하면서 11층으로 높아지게 됐습니다. 기술력도 그만큼 높아진 것입니다. 또한 집에서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자동식 전화가 설치됐고, 처음으로 필로티가 도입되기도 했습니다. 옥상정원에는 어린이 놀이터도 갖췄습니다.
아파트 건설이 탄력을 받게 되면서 1970년에는 27~55평대의 중대형 아파트가 등장합니다. 한강맨션아파트입니다. 건설비용 조달을 위해 선분양을 실시했고, 가구와 가전제품을 갖춘 견본주택도 선보입니다. 국내 최초의 모델하우스가 이 때 등장한 것입니다. 이 아파트는 또 완전 입식 생활이 가능하도록 설계됐고 난방은 온돌 대신 라디에이터로 했으며 양변기, 알루미늄 창문 등도 설치됐습니다. 최초로 중앙 공급식 중온수 보일러가 도입됐고, 단지 내에 쇼핑센터와 경비실이 배치되기도 했습니다.
아파트의 개념을 고급으로 바꾼 한강맨션의 성공은 여의도시범아파트, 반포아파트, 잠실아파트의 성공으로 이어지며 본격적인 강남 시대를 열게 됩니다.
※'집피지기' = '집을 알고 나를 알면 집 걱정을 덜 수 있다'는 뜻으로, 부동산 관련 내용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기 위한 연재물입니다. 어떤 궁금증이든 속 시원하게 풀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kangse@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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