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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립대학 총장 관련 제도 개선 방향
입력 2017.12.24. 14:28 수정 2017.12.24. 15:01 댓글 0개인구절벽의 파고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우리 대학에 몰아닥치고 있다. 고교 졸업자는 2013년 63만 명에서 2023년에 40만 명으로 10년 사이에 37% 가까이 급감하고 있다. 직업 유형과 필요한 역량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대학이 제공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의 타당성도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내다보며 각 대학이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는 있으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걱정되는 부분이 많다. 그 중의 하나가 대학의 미래를 좌우할 총장 관련 제도이다.
미국에서 최근 혁신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진 애리조나 주립대학(Arizona State University), 서던 뉴햄프셔대학(Southern New Hampshire University) 등 대부분 대학 혁신 성공 뒤에는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한 총장이 있다. 총장은 그 대학 구성원이 힘을 모아 미래를 열어가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구성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는 중요한 리더이다.
최근 우리 나라 국립대학은 총장 선출 방식을 놓고 대학 구성원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국립대 총장이 교수와 직원을 통해 학생과 함께 그러한 개혁을 이룰 수 있기 위해서는 안정적이며 혁신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필요로 한다.
그 중 하나는 임기이다. 미래의 파고를 넘기 위한 혁신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어야 한다. 대학 조직에 혁신 문화가 형성되고 구성원이 마음을 모아 혁신을 추진해가야 한다. 그런데 4년 임기의 총장은 시작과 함께 1-2년의 혁신 드라이브를 걸다가 곧 레임덕 현상을 겪게 된다. 또한 새로운 총장은 임기 시작 때마다 핵심보직자를 대부분 교체하여 대학 혁신을 이끌어 온 인적자원의 역량도 축적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제반 문제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의 경우처럼 장기간 재임이 가능하게 하거나, 일본의 경우처럼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임기를 자동 연장시키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대학평의회 구성처럼 당분간 대학 구성원 중에서 한 집단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교수집단이 총장 선출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보니 교수들의 변화를 요구하는 개혁은 추진하기가 어렵다. 총장 반대파는 여당에 무조건 반대하고 나서는 야당처럼 행동하며 버티는 경우가 다반사다. 개혁 추진의 의지는 곧 꺾이게 되고, 쓰나미가 자기 재임기간에는 몰려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개혁 시늉만 내는 임기 후반을 보내는 총장이 되기 십상이다. 과거 직선제 폐해를 돌이켜볼 때 교수 수가 200명을 넘기지 않는 중소규모 대학에서는 이 문제를 더욱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총장의 역량이 개별 국립대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행·재정지원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것이다. 누가 되든 국립대 교수와 직원의 근무 여건과 대학의 미래에 크게 상관이 없는 상황이라면 교수와 직원들은 자기와 친한 사람이 총장이 되기를 바라게 될 것이다. 하지만 총장 주도의 외부 기금 모금액을 정부가 지원하는 대학 운영비, 인건비, 장학금 일부와 연계하는 시스템만 도입해도 대학구성원의 총장 선출 기준은 크게 바뀔 것이다.
대학의 미래는 한 국가의 경제·사회 발전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 미래 대비에 적합한 국립대 총장 관련 제도 개혁 방향에 대한 범사회적 차원의 진지한 논의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 <기고>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나는 파리 19구에 산다. 서민 동네이자 치안이 나쁘기로 소문난 구역이라 한국인은 거의 만나기 어렵다. 옆방 이웃은 난민 출신이다. 우리는 파리 주민이자 이방인이다. 남의 나라에서 남루하게 살아가는 처지라 생활이 풍족하지는 않다. 대신에 1980년대 한국 달동네에서 있었을 법한 일화가 가끔 일어난다. 어느 방에서 아이가 너무 울면 문을 열어 남의 아이를 안고 달래준 달지, 이 빠진 접시에 음식을 담아 맛보라고 가져다준달지….벽은 소음에 취약해 옆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소상히 알려준다. 이웃으로 살면서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소리로 확인한다. 옆방에서는 아프리카 노래가 자주 흘러나온다. 엄마는 아이에게 큰소리로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 밝은 리듬에 콩룩콩탁 거리는 발음이 사랑스러운 노래다. 내용을 알 수 없지만 밝고 흥겹다. 때로는 이 귀여운 노래 위에 시름이 느껴질 때도 있다.낯선 리듬과 노랫말을 가만히 듣고 있자면 새댁의 하루가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옆방에서는 나의 한국어를 꽤나 들었을 것이다. 내가 일 때문에 지방에 며칠 다녀왔을땐 내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다며 새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한 적도 있다.옆방 새댁이 어떤 경로로 파리에 오게 됐는지 나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아이를 데리고 미장원으로 출근한다는 정도만 안다.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옆방 모자를 만났다. 넓은 천을 이렇게 저렇게 꼬아 머리에 두르고 아프리카 스타일 프린트가 화려한 외투로 한껏 차려입었다. 예쁘다. 지하철 의자에 나란히 앉은 모자를 맞은편에 앉은 내가 핸드폰으로 찍는다. 엄마 등에 업혀 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칭얼대던 아기는 어느덧 엄마에게 프랑스어로 떼를 쓸 정도로 컸다.일하러 가느냐고 그녀가 내게 묻는다. 지하철 창문 쪽으로 유리 닦는 시늉을 하며 청소라고 프랑스어로 발음한다. 나는 요즘 청소 일을 한다."이브람 엄마도 일하러 가요? 미장원이 어디에 있어요?" "아뇨, 오늘 일 안 해요. 그런데... 20유로... 있어요? 20유로만 빌려줄 수 있어요?"돈 빌려달라는 말에 머릿속이 순간 복잡해진다. 20유로면 3만 원정도 된다. 지갑 속에는 꼬깃꼬깃한 5유로짜리 지폐와 동전이 들었다. 주로 카드를 사용하니 현금 가지고 다니는 일이 드물다. 잠깐 고민 후 돈이 없다고 대답한다. 새댁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표정에 낙담하는 기색이 역력해 미안할 지경이다."이브람 엄마, 집에 지갑 놓고 나왔어요?" "미장원 일 못한 지 한 달도 넘었어요. 체류증이 끝나서 일 못해요. 먹을 게 없어요. 파리에 친구가 없어요."난민 체류자격 기한이 끝나 미장원에서 해고된 모양이다. 프랑스에서 체류증 없이 노동하는 건 불법이다. 두 모자가 지하철에서 내린다. 엄마에게 잡히지 않은 손을 연신 흔들며 아이가 떠나는 내게 인사한다. 옆방에 사는데 밖에서 만나니 새삼 반가운 모양이다. 아이의 작고 까만 손을 바라보며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유튜브 아카이브에서 1980년 어느 날의 '이종환의 디스크쇼' 오프닝이 들린다. 해외에서 생활하다가 이따금 향수병에 시달릴 때 한국 라디오가 위안이 돼준다.성북구 종암동 이창수 씨의 엽서입니다. 당신의 모든 것을 열망하는 나의 사랑을 믿으십시오…. 어느 청취자의 절절한 사랑고백이다. 1980년 이창수 씨는 그녀에게 구애하며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를 신청했다. "당신이 지쳐 작게 느껴질 때 두 눈에 눈물 고일 때 내가 눈물을 닦아드릴게요. 당신이 잘 지내지 못하고 당신이 길에서 떠돌 때 나는 당신의 편이에요. 외로운 당신을 위해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당신을 지켜줄게요…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창수 씨는 사랑을 이루었을까. 험한 세상에서 그녀를 위해 다리가 되어주었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준 적 있는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인다.지하철에서 찍은 사진을 새댁에게 전송한다. 사진 속에서 아이가 손가락으로 V를 그려 보이고, 엄마는 공작새처럼 화사하게 웃고 있다. "메르시 마마"라고 답장이 온다. 신혜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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