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오스틴과 광주

입력 2017.12.18. 15:30 수정 2017.12.18. 16:31 댓글 0개
조덕진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주필

“주말이면 온갖 행사가 넘쳐나지만 딱히 찾아가 볼만한 행사가 하나도 없다.”

“광주는 주말이면 온갖 문화예술 행사들이 넘쳐난다. 도시 곳곳에서 문화행사를 만날 수 있다”

광주의 넘쳐나는 문화예술 행사에 대한 극단의 반응이다. 전자가 관객입장이라면 후자는 주최하는 입장이라 하겠다.

아쉽고 서글프게도 전자가 냉엄한 현실이다. 일년 열 두달 도시 곳곳에서 문화예술 행사가 전개되지만 관객입장에서 가볼만한, 놓치기 아까운 행사로 거론되는 문화행사가 거의 없다는 점은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광주지역 주말 문화행사는 민간영역의 자생적 문화행사는 손에 꼽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관주도의, 행사를 위한 행사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행사피로를 호소할 지경이다.

한쪽에서는 행사피로라는 말이 나오지만 정작 예술가나 문화기획자 등 창작자들이 먹고 살기도 어려운 것이 이곳의 현실이다. 자칭 문화예술도시, 아시아 최고의 문화기관을 품고 있는 예술도시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예술인과 같은 창작자들이 살 수 없는 도시. 이 도시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 도시가 꿈꾸는 문화도시의 상은 무엇인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잇는다.

문화예술도시라면 여러지표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예술인들이, 창작자들이 살만한 도시여야 진정한 문화예술도시라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한발자욱만 떼면 문황예술 행사를 만날 수 있는 도시에서 예술인들의 생계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 엄정한 현실이다. 어디서부터 어떤 매듭을 풀어가야할 것인가.

최근 광주를 방문한 미국 텍사스시 주도 오스틴의 에리카 샤말리 문화예술정책관의 이야기는 광주시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알다시피 오스틴은 내세울 것이 없는 택사스 중부 도시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오스틴은 ‘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SXSW, South by Southwest)’라는 세계 3대 음악축제도시로, 미국 문화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세계 굴지의 IT기업인 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오스틴에 캠퍼스를 구축할 정도로 미국의 떠오르는 도시가 되고 있다. 그 핵심은 SXSW다. 알려진데로 오스틴시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대표 음악축제다. SXSW는 관주도의 가능성에 대한 한 예시다. 오스틴 시는 이 행사를 전적으로 지원한다. 음악프로그램은 전적으로 전문가들이 맡고 시는 이들을 비즈니스와 연결하는 일, 관련예술인들이 오스틴 시에 정착해 살아갈 수 있는 제도들을 지원하는데 집중한다.

“창작자에 대한 지원은 우리 시의 핵심 업무 중 하나”라는 샤말리의 발언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를 위해 오스틴은 문화정책관을 개방형으로 외부전문가를 영입해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형식이 아니다. 외부전문가를 영입하든 내부 공직자가 담당하든 문제는 전문성과 의지의 문제다. 광주시가 문화정책실장, 문화정책관을 비롯한 문화책임자들 인선에 보다 심혈을 기울여야하는 이유다. 문화에 대한 애정과 최소한의 전문성을 담보로 해야한다. 승진을 위한, 퇴임을 위한 공직자 예우용으로 전용돼서는 문화도시 미래를 논할 수 없다. 향후광주시의 문화관련 인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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