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교수 “기생충이라고 오해하지 말고 차별하지 말고”
입력 2017.12.16. 10:48 댓글 0개【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발견한 학자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정할 때도 있다. '부케레리아 반크롭티'라는 기생충을 보자. '부케러'라는 학자가 세계 최초로 유충을 발견해 자기 이름을 붙이려 했는데, 그로부터 얼마 뒤 '반크롭트'라는 학자가 그 기생충의 성충을 발견해 버렸다. 둘이 싸우다가 결국 타협한 게 저런 이름인데, 후대에 공부하는 학생들만 피곤해졌다."(68쪽, 기생충 이름은 어떻게 지을까?)
'기생충 박사'로 유명한 서민(50) 단국대 의대 교수가 기생충에 관한 책을 냈다.
책 제목은 '기생충이라고 오해하지 말고 차별하지 말고'이며, 부제는 '기생충에게 마음을 열면 보이는 것들'이다.
기생충, 글쓰기, 자신의 유년·청년 시절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시각과 유연한 사고의 유익함, 역지사지하는 삶의 지혜를 특유의 친절하고 유머러스한 문체로 전한다.
기생충과 오랜 기간 함께했던 저자는 "외모가 좀 징그러워서 그렇지, 알고 보면 평화를 사랑하고 작은 것 하나에 만족할 줄 아는 썩 괜찮은 녀석"이라고 기생충을 소개한다.
그리고 너무나 익숙하게 젖어 있는 인간 위주의 관점이 아닌 기생충의 관점으로 세상을 관찰한다.
"오무라가 태어난 일본과 캠벨이 태어난 아일랜드엔 이 기생충이 없다. 하지만 이들은 다른 나라에서 유행하는 기생충을 치료하는 약을 만들었고, 덕분에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했다. 노벨위원회에서 이들을 노벨의학상 수상자로 결정한 이유는 '인류애'가 아니었을까? (…) 1992년 우리나라 기생충 감염률은 3.8%로 떨어졌다. 이후 기생충학자들은 '기생충도 없는데 뭘 연구하냐?'는 비아냥거림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건 기억하자. 자기 나라에 없는 기생충이라도 열심히 연구하는 곳이 바로 선진국이며, 이런 인류애가 있어야 노벨과학상도 탈 수 있다는 것을(76~77쪽, 기생충과 노벨상)
알게 모르게 젖어 있는 고정관념, 인간 위주의 시선과 사고, 나와 다른 것들에 대한 배척. 그동안 아무렇지도 않게 오해하고 무시하고 차별하던 것들에게서 한수 배워보는 경험을 저자는 제안한다.
서 교수는 "관심을 가지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달리 보이는 것이 많다"며 "기생충에게도 그들만의 미덕이 있다"고 말했다. 192쪽, 샘터, 1만원.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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