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입력 2004.11.03. 09:07 댓글 0개
정신질환으로 여러 해 동안 투병해 온 나는 친구를 사귀지 못했다. 학교때 사귀었던 친구들은 병을 앓게 되면서 점점 멀어졌다. 모두가 떠나버린 내 옆 빈자리를 홀로 지켜주는 친구가 한 명 있다. 세상과 단절된 막막한 내 삶속에 한 줄기 빛을 던져 주는 아주 소중한 친구다. 요즘처럼 가을 바람이 쓸쓸히 불 때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그 친구가 간절히 보고싶다. 울긋불긋 예쁘게 물든 낙엽들이 바람에 리듬을 맞춰 차가운 거리를 뒹굴고 촉촉이 내린 빗물에 온 세상의 더러운 먼지가 깨끗이 씻겨나가 맑은 빛을 띄울 때면 가을의 아름다움은 더욱 깊어진다. 신이 주신 이 가을의 축복을 친구와 함께 나누고 싶어진다. 초등학교 4학년 처음 만난 우리는 언제나 나란히 붙어다니는 단짝이었다. 하교길에는 동네 분식점에서 맛있는 떡볶이를 즐겨 먹었고, 공기놀이, 고무줄놀이를 했다. 놀이터 그네를 타면서 고민을 함께 나누고 많은 꿈을 꾸었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언제나 바쁜 엄마를 대신해서 집안 일을 거들어야 했던 친구는 식사때가 되면 집으로 돌아갔다. 할아버지 식사를 챙겨줘야 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재미있게 놀아도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돌아섰던 친구, 아마 어린 나이에도 책임감이 강했었나 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사리분별력 있고 밝았던 친구는 언제나 입버릇처럼 말했다. 자신은 남편 복이있어서 시집가서 행복하게 잘 살거라고. 친구의 말은 현실이 되어 정말 다정하고 자상한 남편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다. 결혼도 하지 못하고 직장도 갖지 못한채 살아가고 있는 나는 창밖 너머의 친구의 행복이 마냥 부럽다. 갈 때마다 나의 투정을 잘 받아주고 맛있는 것도 해주고 생필품도 이것저것 챙겨주는 친구가 있어서 나는 삶의 용기를 얻는다. 문의 062)512-0039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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