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정치를 넘어, 중앙을 넘어 모두가 사는 지역화폐

입력 2017.12.07. 17:42 수정 2017.12.15. 14:57 댓글 0개
김영록 광주지방세무사회 회장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1950~80년생이라면 경제교육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기껏해야 사회시간에 저축 습관화와 돈은 물물교환 편의성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정도가 전부다. 학생 때뿐일까? 성인이 되어도 경제에 관심이 없다면 딱히 배울 이유가 없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부동산, 주식 정도에 재테크만 알고 있다. 더 나아간다면 근로소득세와 4대사회보험 정도이다. 평소 이러한 부분이 아쉽기도 해서 광주지방세무사회는 장휘국 교육감과 학생들에게 경제교육을 하는 업무협약을 다음주에 예정하고 있다.

우리가 한 달 일해서 받은 급여 안에는 사실 엄청난 것들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얼마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돈 속에는 인류의 철학과 자본주의의 역사, 국가의 경제 운영, 심지어 국제관계까지 들어가 있다. “이 얄팍한 급여 안에 그런 것이?” 이렇게 부정하고 싶겠지만 사실이다. 그 급여가 얄팍해지게 만드는 것도 위의 내용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돈에 대한 고정관념이 무엇일까. 월급 300만원을 실제로 만져 본 적이 있나. 우리는 돈, 화폐가 실존한다고 당연히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직접 손을 거치지 않고 소모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월급을 봉투에 담아서 받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한 달 간 열심히 일한 대가는 통장에 숫자로 기록될 뿐이다.

그리고 그 통장에서 각종 이체가 이루어지고 월급날이 다가오면서 숫자는 줄어든다. 한 달 간 우리는 통장으로 들어온 노동의 대가인 월급이란 돈을 내 손으로 얼마나 만져보았을까. 어쩌면 직접 만지는 화폐는 우리 일상에서 상당수 그 모습을 감추고 있는 상황인지도 모른다.

두 번째, 돈이 많다는 것은 실제로 돈이 집이 어딘가에 쌓여져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아니다. 현대에 있어 돈이 많다는 것은 숫자를 의미한다. 통장에 숫자가 음수가 아닌 양수로 찍혀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세 번째, 신용카드는 돈인가? 아닌가? 내 통장에 찍혀진 숫자가 0이라 하더라도 신용카드를 가지고 내가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다. 더군다나 이 신용카드는 통장처럼 숫자로 표시되는 돈도 아니고 그냥 카드이고 그 카드를 제시함으로써 결제가 이뤄진다. 그렇다면 이것은 화폐인가? 조금만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이미 화폐가 현물이 아닌 디지털화 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지털은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그냥 숫자다. 엄밀히 말하면 가상화폐다. 우리는 그런 숫자를 화폐라고 믿으며 사는 것이다. 즉, 우리가 생각하는 돈이라는 개념, 화폐라는 개념은 오래 전부터 디지털화, 숫자화 됐다는 것이다. 우리가 유통되고 있는 지갑속에 가지고 있는 화폐의 총량이 130조 원 정도에 불과한데 2017년 3월말 기준 30대 그룹 상장사의 사내 유보금은 700조 원에 비상장기업까지 포함하면 1000조 원이라면 이해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돈이라고 하면 실물로 만질 수 있는 것을 떠올린다. 그리고 모양이 다르면 화폐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화폐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늘 바뀐다. 다만 찍어내는 곳이 국가이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뿐이다. 이 고정관념을 살짝만 바꾸면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마치 주머니의 돈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기라도 한 듯 말이다. 그렇지 않다. 돈을 금으로 바꿔도 돈의 가치는 그대로다. 중앙화폐를 지역화폐로 바꾸더라도 뭐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아침은 서울에서, 점심은 부산에서, 저녁은 광주에서 먹지 않는 한 지역화폐는 지역에서는 돈 그 자체다. 아니 어쩌면 돈보다 더 높은 가치를 부여 받을 수도 있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돈을 가지고 돈을 버는 사람들은 없다. 돈은 소모적 의미가 많고, 교환의 의미가 주된 목적이다. 지역화폐는 바로 이 목적에 충실하다. 사실 오래 전부터 화폐는 우리의 지갑을 떠나 있었다. 그저 우리가 숫자를 화폐로 믿고 있는 것일 뿐, 달리 말하면 여기에 새로운 지역화폐가 들어온다고 해서 불편하거나 일상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간단하다. 물건을 살 수 있는 화폐의 종류가 하나 더 늘 뿐이다. 지역생산물은 우리가 만든 새로운 지역화폐로, 지역의 부와 개인의 자산증식은 중앙화폐로. 이러면 그만일 따름이다. 고정관념을 바꾸자. 더 정치를 넘어, 중앙을 넘어, 모두가 살아야 하는 경제와 지역을 위한 지역화폐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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