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토사구팽(兎死狗烹)

입력 2017.12.07. 16:08 수정 2017.12.07. 16:23 댓글 0개
이종주의 약수터 무등일보 논설실장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로 내홍이 계속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최근 “토사구팽은 없다”는 말을 했다. 당 혁신기구인 제2창당위원회에서 전국 시도당위원장 일괄사퇴 제안으로 극심한 반발이 일자 이에 반대하는 시도당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토사구팽을 하거나 계파챙기기를 하면 앞으로 내가 어떻게 정치를 하겠느냐, 그럴 일 없다. 믿어달라’고 말했다.

안 대표 말이 아니더라도 아마, 우리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고사성어 중 하나가 토사구팽(兎死狗烹)일 것이다. 정치권에서 ‘토사구팽’이란 말을 입에 올리거나, 비슷한 사례가 많았지만 이 말을 사회적으로 크게 유행시킨 정치인은 단연 김종필을 들 수 있다. 김종필은 3당 합당을 통해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 큰 도움을 줬지만, 이후 김영삼 대통령에게 밀려나게 됐고, 이 때 김종필이 내뱉은 말이 바로 ‘토사구팽’이었다. 비슷한 때 김재순도 구 민정계가 숙청을 당하자 ‘토사구팽’이란 말을 남기고 하와이로 이민을 갔다.

이 보다 앞서 박정희 시절 중앙정보부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김형욱이나 이후락의 경우도 토사구팽의 사례다. 사실상 유배를 당했던 박정희의 조카사위 김종필도 비슷하다. 당시 김종필은 ‘자의반 타의반’이란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전두환 시절 소위 ‘쓰리 허’도 마찬가지다. 정권을 잡은 전두환은 조선일보 출신인 허문도는 곁에 뒀지만, 같은 육사 출신인 허삼수와 허화평은 내쳤다. 토사구팽이란 말이 정치적인 이유로 만들어진 고사성어란 사실을 실감케 한다.

우리가 흔히 팽당했다고 말하는 이 토사구팽은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말이다. ‘교활한 토끼가 잡히고 나면 충실했던 사냥개도 쓸모가 없어져 잡아먹게 된다’는 뜻의 교토사량구팽(狡兎死良狗烹)의 줄임말이다. 하늘 높이 나는 새가 다 없어지면, 좋은 활은 소용이 없게 되어 간직하게 된다’는 의미의 고조진량궁장(高鳥盡良弓蔣)’과 같은 뜻이다. ‘사기(史記)의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에도 초(楚)나라 항우(項羽)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한(漢)나라 유방(劉邦)이 큰 공을 세운 한신(韓信)을 나중에 죽인 것을 두고 이 말이 나온다.

‘토사구팽’이 비정하고 권력욕에 찌든 군주가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의심하고 무자비하게 제거한다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다른 해석도 있다. 토사구팽이란 단어 자체를 보면 이용가치 상실에 그 원인이 있는 게 맞지만, 공을 세운 부하들이 교만해져서 불법을 행하거나 군주를 위협했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기르던 개가 주인이 기르던 닭을 물거나 주인을 향해 으르렁거리고 덤비기까지 한다면 주인은 당연히 그 개를 제거해야 맞다는 주장이다. 이유야 어쨋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토사구팽과 약육강식 (弱肉强食)이 동의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삭막하다.

이종주 논설실장 mdljj@hanmail.net

최근 무등칼럼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