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촉견폐일(蜀犬吠日)

입력 2017.12.06. 16:17 수정 2017.12.06. 16:22 댓글 0개
김영태의 약수터 논설주간

중국의 후한 말, 하나였던 천하가 다시 분열을 시작했다. 중앙 정부의 권위가 무너진 틈을 타 세력을 모아 일어선 군벌과 야심가들의 오랜 쟁투기간을 거쳐 위(魏), 촉(촉한·蜀漢), 오(吳)라는 삼국 체제가 형성됐다.

삼국 중 촉한이 도읍을 정했던 곳은 지금의 쓰촨성(四川省) 청두(成都)다. 청두는 주변을 높은 산들이 둘러싼 분지형이다. 그래서 항상 구름과 안개가 짙게 끼어 해를 보기가 드물었다. 촉나라의 개(犬)들은 해를 본 기억이 별로 없다. 모처럼 해가 뜬 날에는 이를 이상히 여겨 짖어(폐·吠)대기 일쑤였다.

이른바 ‘촉견폐일(蜀犬吠日)’, ‘견폐(犬吠)’란 말이 생겨난 유래다. 비슷한 맥락의 용어로 ‘월견폐설(越犬吠雪)’이 있다. 월나라 개가 눈을 보고 짖어댔다는 이야기의 고사다. 월나라는 중국의 춘추시대 오패(五覇·다섯 패자)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던 나라. 오패는 제(齊)나라 환공(桓公), 진(晉)나라 문공(文公), 초(楚)나라 장왕(莊王), 오왕(吳王) 합려(闔閭)와 월왕(越王) 구천(句踐)을 가리킨다. 혹자는 진(秦) 목공(穆公), 송(宋) 양공(襄公), 오왕 부차(夫差) 등을 꼽기도 한다.

월왕 구천은 오왕 부차와 함께 ‘오월동주(吳月同舟)’, ‘와신상담(臥辛嘗膽·거친 섶에 누워 쓰디쓴 슬개를 맛보다)’이라는 고사성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춘추시대의 패권을 서로 움켜쥐려고 싸우는 바람에 사이가 나빠진 오와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탔다는 상황의 비유가 오월동주다. 와신상담은 두 나라가 치고 박고 하는 싸움 도중에 있었던 일들을 빗댄 말이다.

그런 내력을 지닌 월나라는 따뜻한 남쪽 지방에 있어 또한 눈(雪)이 오는 날이 매우 드물었다. 눈을 거의 보지 못했던 개들이 어느 날 내린 눈을 보고 짖어대자 사람들은 ‘월나라 개(越犬)는 눈만 보면 짖는다(吠雪)’라고 했다.

촉견폐일, 월견폐설, 견폐는 흔히 식견이 좁고 어리석은 사람을 비유하는데 쓰는 말이다. 천하는 넓고 넓어 1년 내내 눈 부신 해가 떠 맑은 지방도 있고 추운 북쪽 지방에서는 많은 눈이 내린다. 그런 세상 밖의 눈도, 하늘의 해도 보지 못했다니 식견이 좁을 수 밖에. 세상을 보는 안목이 좁으면 어리석기 마련이라 그와 같은 비하의 언어가 생겨났을만 하다.

‘우물 안 개구리(정중지와·井中之蛙)’ 또한 유사한 의미의 우리 속담이다. 장자(莊子) 추수(秋水)편에 나오는 ‘정저지와(井底之蛙)’를 우리 식으로 표현한 말일게다. 말 그대로 우물안에서만 사는 개구리에게는 그 우물 속이 세상의 모두이며, 우물 입구를 통해 보이는 하늘이 모든 것일 수 있다. 한정된 시·공간 , 틀에 박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넓고 크게 보고 듣고 배워야 한다. ‘촉견’,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면.김영태논설주간kytmd86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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