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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롯데, 그래서 이대호가 중심이다

입력 2017.12.06. 09:13 댓글 0개

롯데 이대호(가운데)는 세대교체가 시작된 롯데에 얼마 남지 않은 베테랑 자원이다. 그의 존재감은 경험이나 기량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거대하다. 어깨도 더 무거워졌다. 최근 열린 구단 납회식에서 팀 후배들과 대화를 하고 있는 이대호.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스프링캠프가 희망의 계절이라면, 스토브리그는 잔인한 시간이다. 바깥에는 전력보강만 부각되겠지만 그 자리를 빼앗기는 누군가는 떠나야만 한다. 롯데의 인적 변화는 특히 속도감이 남다르다.

투수 정대현(39)이 은퇴했고, 투수 강영식(36)과 1루수 박종윤(35) 등은 방출됐다. 또 프리에이전트(FA) 내야수 최준석(34)과 외야수 이우민(35)은 롯데와의 결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롯데가 원칙적으로 재계약을 하지 않을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팀 리더 격인 포수 강민호(32)는 삼성으로 이적했다.

이로써 롯데 선수단은 팀 구성의 중심을 이루는 연령대의 베테랑과 중고참이 대거 이탈했다. 과거 롯데는 타 구단에 비해 ‘연공서열’ 문화가 강했다. 소위 ‘가늘고 길게 가는’ 풍토였다. 연봉협상을 할 때에도 비슷한 조건이라면, 가급적 고참급을 배려했다. 좋은 의미든, 아니든 가족적 색깔이 짙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에 맞춰 롯데도 거스를 수 없는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롯데는 2014시즌을 마친 뒤 유망주를 키우는 ‘리틀 빅 육성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돌이켜보면, 이때부터 신상필벌에 근간을 둔 세대교체를 준비한 것이다. 조원우 감독 영입과 재계약도 육성에 방점을 찍은 포석이었다.

이런 기조의 성과가 서서히 현실화된 것이 2017시즌이었다. 먼저 마운드에서 박세웅, 박진형 등이 등장했다. 팀 성적도 2012시즌 이후 5년만에 3위로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팀이 성공적 궤도에 진입하기까지 롯데는 가열 차게 FA 시장에 뛰어들었다. 주요 FA 계약만 투수 송승준, 마무리 손승락, 1루수 이대호 등이 있었다. 2017시즌 스토브리그에서는 외야수 손아섭을 잔류시켰고, 외야수 민병헌을 추가 영입했다. 육성과 성적 어느 한 쪽에 기울지 않겠다는 롯데의 노선이 읽힌다.

롯데의 이런 기류는 이번 스토브리그를 통해 ‘2018년 우승을 노리겠다’는 사실상의 선언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선수들에게는 가차 없이 결별의사를 전달했다.

냉정한 혹은 합리적인 변화를 목격한 남은 선수들은 심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구심점이 중요하다. 여느 팀과 달리 롯데에는 이대호(35)라는 존재감이 있다.

롯데가 4년 150억을 들인 필연성이 여기에 자리한다. 이대호의 야구실력뿐 아니라 팀 케미스트리 리더로서의 역량이다. 이대호는 롯데 복귀 이전과 달리 마냥 무서운 선배는 아니다. 승부욕은 여전하지만 후배들을 포용하려는 리더로 바뀌려는 과정에 있다. 롯데의 무형적 전력이다.

스포츠동아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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