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동맥경화, ‘돈’맥경화

입력 2017.12.05. 15:07 수정 2018.01.18. 14:12 댓글 0개
김옥경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2본부

오래된 수도관이 녹슬고 이물질이 쌓이면 지름이 좁아져 터지는 것처럼, 사람 몸에도 찌꺼기가 쌓이면 각종 질병이 유발된다.

혈관 속 피가 몸 속에서 제대로 순환하지 않고 콜레스테롤 등 찌꺼기가 쌓이고 막히는 동맥경화가 대표적이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동맥경화는 혈관이 탄성을 잃으면서 지방 등이 쌓여 점점 동맥이 좁아지는 현상이다. 혈관이 있는 우리 몸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는데, 진행될 경우 다양한 질환을 일으킨다.

동맥경화는 일종의 노화현상이지만 최근에는 지질대사 이상이나 호르몬대사 이상, 유전적 요인, 기름진 식생활, 운동 부족 등으로 전 연령층에서 발생하고 있다.

심장의 관상동맥에서 동맥경화가 나타나면 협심증과 심근경색을 일으키며, 뇌혈관과 경동맥에 나타나면 뇌경색으로 이어진다.

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질병은 동맥경화를 유발하고 더욱 악화시키는 인자가 된다. 흡연 또한 산화 지방을 더 많이 만들어 혈관 벽을 쉽게 손상시켜 혈관 건강에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그만큼 몸 속에서 찌꺼기 등이 정체되지 않고 순환돼야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지역 경제도 마찬가지다.

최근 지역 경제가 시중에 자금이 돌지 않고 고여만 있는 돈맥경화 현상에 빠져들고 있다.

돈맥경화는 동맥경화에 빗대 돈이 시중에 돌지 않거나 자금 사정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를 뜻하는 경제용어로 쓰인다.

경제불황, 노령화 등 여러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투자나 소비가 줄어들고 돈이 회전하는 속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투자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퉁화유통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는데 이 때 주로 사용된다.

문제는 지역의 돈맥경화가 더욱 심화되고 가속화돼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역의 돈맥경화 현상은 경기침체가 수년째 장기화되면서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기름값에 환율, 북핵 등 국내외 불안 요인이 끊이지 않고 가중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고 집값 등을 안정시키기 위해 내놓은 과도한 부동산과 가계부채 대책도 가뜩이나 꽁꽁 얼어붙어 어려운 지역 경제의 경기 순환을 악화시킨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인상된 기준금리 역시 은행권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가계와 기업에 대출 이자 등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주며 고용과 투자 감소 등 내수경기가 더욱 위축되는 쳇바퀴 같은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가속화되고 있는 돈맥경화 현상에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지역의 힘없는 서민들이다.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은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 “못해 먹겠다” 여기저기서 소리없는 아우성을 지르고 있다.

지역의 꽉막힌 돈맥경화를 시원하게 ‘뻥’ 뚫을 수 있는 정부와 지자체의 현실적이고 고무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김옥경 경제부장 uglykid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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