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변호사와 의뢰인의 좋은 인연 맺기

입력 2017.11.28. 08:47 수정 2017.11.28. 18:43 댓글 0개
김경은 법조칼럼 변호사(법률사무소 인의)

변호사와 의뢰인의 인연은 어떻게 맺는 것이 바람직할까. 여유 있는 사람들이야 변호사를 선임하고 구미에 맞지 않으면 추가 선임 하면 되지만 대다수 서민들은 한번 맺으면 끝까지 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 이유로 변호사와 의뢰인의 좋은 인연 맺기는 정말 중요한 문제다.

우선 의뢰인과 관련된 사건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본 변호사를 만나야 한다. 승소와 패소를 모두 경험해본 변호사를 만나야 한다는 얘기다. 필자의 경우 대여금 사건에서 패소 없이 승소만 경험해 왔다. 하지만 어느 날 원심에서 승소한 사건이 항소심에서 뒤집혀 엄청난 낭패를 경험했다. 그 당시 패소는 충격이었다. 필자가 해당 쟁점에 대해 승소만 하다 보니 사실 관계를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낙관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의뢰인의 마음을 위로하고 뒷수습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재판의 승패는 의뢰인과의 지나친 정서적 유대보다는 사실관계를 통해 얼마나 객관성을 유지하느냐가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패배는 변호사에게 큰 아픔이다. 하지만 승소와 패소를 모두 경험해본 변호사는 사건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변호사라고 감히 조언하고 싶다.

변호사를 선임할 때 또 하나 주의 할 점은 승소 문제다. 의뢰인은 누구나 승소하고 싶어 한다. 대부분 의뢰인은 대뜸 “승소할 수 있느냐”고 물어 온다. 하지만 변호사를 선임해야 할 정도의 사건이라면 어떤 변호사도 승패를 장담할 수는 없다. 재판은 마라톤과 같아서 어떤 변수가 나올지, 어떤 문제점이 드러날지 알 수 없다. 승소를 장담하는 순간 실패의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 따라서 의뢰인도 변호사에게 “승소할 수 있냐”는 대답을 강요하면 안 된다. 의뢰인의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변호사들이 승소를 장담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된다는 것 알아두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약점에 대해 진솔하게 공개하고, 함께 고민하는 변호사를 만나야 한다. 의뢰인들은 변호사에게 약점과 패소 가능성을 미리 듣는 것을 좋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좋은 의사가 양심에 따라 치료 성패를 설명하듯, 변호사로부터 약점과 실패 가능성을 귀담아 들으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듣기 좋은 말만 하는 변호사와의 관계는 자칫 뒤틀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의뢰인은 자신의 약점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변호사, 사건의 약점을 공개하고, 패소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이야기 하는 변호사를 만나야 한다.

이 글은 변호사로서 경험한 필자의 문제점들을 반성하며 쓴 고백적 글이다. 좋은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수사나 재판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과가 결정되지 변호사와 친분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설명할 것이다. 승소 가능성보다 의뢰인의 약점도 먼저 진지하게 이야기 할 것이다. 독자들이 이러한 변호사를 만나 평생 좋은 인연 맺기를 기원한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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