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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미얀마서 종교·외교 균형 要"…로힝야 언급 자제론도

입력 2017.11.27. 12:03 댓글 0개
로힝야 문제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쉽지 않을 듯
미얀마 추기경, 교황에게 로힝야 언급 자제 요청

【서울=뉴시스】 이현미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27일부터 3일간 미얀마를 처음 방문하는 동안 인도적, 외교적, 종교적 균형감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경고했다.

2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호주에 있는 로위 국제정책연구소 애런 코넬리 연구원은 교황의 미얀마 방문은 "교황의 일반적 방문"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분명히 이 방문에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로힝야족에 대해 말하고 싶은 갈망이었다"며 "문제는 덜 적대적이면서 더 포용하는 방식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이것(로힝야족에 대한 폭력사태)은 터무니없고 그들(로힝야족)이 미얀마에 있을 권리가 있느냐는 식으로 말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가톨릭 교회 추기경은 교황의 방문에 앞서 '로힝야'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을 되도록이면 피할 것을 조언했다고 CNN은 전했다. 미얀마라는 국가가 외교적, 종교적, 그리고 인도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코넬리 연구원은 "'로힝야'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미얀마 불교도들은 그 즉시 더 깊은 대화를 하려던 마음을 닫을 것"이라며 "미얀마인들은 그들을 '방글라데시에서 건너온 불법 체류자'란 뜻이 담긴 "벵갈리스(Bengalis)"라고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교황도 지난 주 비디오 메시지에서 로힝야라고 언급하는 대신, "인류라는 한 가족의 일원"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교황이 그동안 11번의 설교와 연설에서 로힝야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를 방문하는 동안에는 이 용어를 쓰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교황은 오는 30일 방글라데시를 방문하기 전 3박 4일간 미얀마에 머문다. 이어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소규모 로힝야족 난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지난 1986년 방글라데시를 마지막으로 방문한 바 있다.

교황청은 지난 22일 미얀마 등 방문과 관련해 "교황은 평화, 용서, 그리고 화해의 메시지를 갖고 갈 것"이라고 했다. 교황은 지난해 그리스 방문 당시 10여명의 시리아 난민을 만난 뒤 그들과 함께 로마로 돌아왔다.

따라서 교황이 이번에는 미얀마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로힝야족의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싱가포르 소재 라자라트남 국제대학원(RSIS) 인도주의 지원 및 재난 구호 프로그램 담당자인 앨리스테어 쿡은 "교황은 과거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 등이 로힝야족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 2월 교황은 바티칸에서 열린 일반 미사에서 로힝야족 난민들을 향해 고문과 죽음을 당한 "선량한 사람들"이라며 기도한 바 있다. 그는 9월에 새로운 폭력 사태가 발생하자, 가톨릭 신자들에게 "로힝야족 형제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촉구했다.

alway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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