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선우예권, 실내악서도 돋보이네
입력 2017.11.24. 13:36 수정 2017.11.24. 14:23 댓글 0개【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국경을 초월해 음악으로 우정을 나눈 동갑내기 세 젊은 음악가가 서로 마주 보고 싱긋 웃었다. 23일 밤 금호아트홀에서 펼쳐진 '클래식 나우!' 시리즈 피날레 무대.
한국의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미국의 바이올리니스트 벤저민 베일먼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원스'를 연주하기 전 작곡가인 미국의 크리스 로저슨을 무대 위로 초대했다.
1988년생인 세 사람은 모두 미국 필라델피아 커티스 음악원 출신.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원스' 아시아 초연을 앞두고 나란히 무대 위에 선 세 음악가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로저슨은 영광이라며 소감을 전했고, 선우예권이 통역사를 자처해 그의 말을 전달했다.
로저스가 객석으로 돌아가고 선우예권과 베일먼이 연주에 돌입하자, 분위기는 돌변했다.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서정적인 기운을 머금은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원스는 젊은 작곡가의 곡답게 실험적이면서도 심오했다.
바이올린에서 다채로운 선율을 뽑아내는 곡이었고, 튀지 않아도 피아노의 안정된 연주가 뒷받침 돼야 가능한 곡이었다. 베일먼의 꼼꼼한 보잉(bowing), 선우예권의 흔들림 없는 타건이 맞물렸다.
작곡가를 비롯해 세 사람이 빚어낸 화음은 적막 속에서도 동적이었고, 젊었지만 노련했다. 젊은 음악가들이 연주로 나누는 뜨거운 대화의 단면을 확인했다.
이날은 무엇보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한국인 첫 우승자인 선우예권이 실내악이 연주에도 탁월하다는 걸 증명한 자리였다. 한국에서 실내악은 다소 흥행성과 주목도가 떨어진다. 피아니스트에 대한 관심은 주로 오케스트라 협연, 개인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독주 레퍼토리의 리사이틀에 쏠린다.
이미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독주 3회, 협연 2회뿐 아니라 실내악 연주 1회를 치러내며 피아노 위의 카멜레온이 됐던 선우예권은 평소 실내악에 애정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그와 베일먼, 로저스 등이 몸담은 커티스음악원이 실내악에 집중하는 시스템인 것도 한 몫했을 것이다.
그런 선우예권은 이날 실내악 연주자로서 모범적인 호흡을 보여줬다. 베일먼을 계속 쳐다보고 박자를 조율하며 하얀 건반과 검은 건반 사이를 부지런히 오갔다.
첫곡 슈베르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A장조 '듀오'에서 깊어진 농염함을 뽐냈으나 튀지 않았다. 난곡인 버르토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2번 C장조에서는 티 나지 않게 유려했다. 슈베르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론도 b단조 '화려한 론도'에서는 특유의 영롱한 음색으로 화려한 곡에 풍성함을 더했다.
한편 오는 12월은 본격적인 '선우예권 타임'이다. 15일과 20일 각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애초 20일 공연만 예정했으나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후 팬들의 요청으로 15일 공연을 추가했다. 이와 함께 17일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 18일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 25일 대구 콘서트하우스 등에서 지역 관객도 만난다.
21일에는 클럽 무대에도 오른다. 서울 논현동 클럽 옥타곤에서 펼쳐지는 유니버설뮤직의 신개념 클래식 콘서트인 '옐로우 라운지' 14번째 주인공으로 나선다. 이에 앞서 2일 첫 방송하는 JTBC 예능프로그램 '이방인'을 통해 평범한 일상도 공개한다.
realpaper7@newsis.com
- "아시아 문화, ACC 박물관에서 간접 체험해요" 2023년 아시아 공예 레지던시 프로그램 워크숍 모습.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이 아시아 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은 운영해 눈길을 끈다. ACC는 아시아문화박물관의 전시, 소장품 및 아카이브를 연계한 교육으로 시민 곁을 찾아간다.ACC는 다음달부터 6월까지 아시아문화박물관 문화교육실5에서 인도네시아 바틱과 동아시아 출산의례를 주제로 'ACC 박물관 교육'을 운영한다.먼저 '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숍: 인도네시아 바틱'에서는 아시아문화박물관 상설전시인 '몬순으로 열린 세계: 동남아시아의 항구도시'와 연계해 인도네시아 전통 염색기법인 바틱에 대해 알아본다.이번 워크숍은 지난해 아시아 공예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를 다녀온 이혜미, 오세린 작가가 함께한다.인도네시아의 전통과 자연환경을 생생하게 담은 시간으로 구성했으며, 바틱 직물을 활용해 오브제도 만들어 볼 수 있다. 워크숍은 다음달 11일, 5월 9일, 5월 23일, 6월 27일 4차례 진행된다.'동아시아 출산의례' 교육 포스터.이어 아시아 출산의례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의 생활문화를 느껴볼 수 있는 강의도 열린다.이번 교육에서는 동아시아 과거 전통문화와 근현대에 이르는 민간문화를 포함해 출산의례를 알아보는 의식주 문화와 생활풍습에 대해 조명한다.교육은 총 3회 구성돼 있으며, 지난해 아시아플러스 연구진이 강사로 참여한다.다음달 16일에는 함한희 무형문화연구원장이 '성과 속의 세계를 넘나드는 출산의례'를 주제로 강의를 펼친다.오는 5월 28일에는 김효경 한남대학교 중앙박물관 특별연구원이 '한국 출산의례와 설화 속 삼신이야기'를 주제로, 오는 6월 25일에는 한남수 선문대학교 교수가 '붉은 색의 두 얼굴, 중국의 출산의례'를 주제로 강의한다.ACC가 아시아문화박물관 상설 전시실을 개편해 지난 1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몬순으로 열린 세계: 동남아시아의 항구 도시 전시'에서는 계절풍을 따라 동남아시아의 해상 실크로드에서의 교육과 문화교류, 항구도시에서 만들어낸 고유한 문화 쁘라나칸과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화려한 그림과 조각, 신성하고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금속공예품, 열대의 문양을 품은 옷과 직물 공예, 자연에서 채득한 라탄으로 만든 목공예 등 동남아시아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그곳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신화와 신앙, 집과 옷, 이색적인 일상용품을 만나 볼 수 있다.'ACC 박물관 교육' 참가비는 무료로, 신청은 ACC 누리집(www.acc.go.kr)에서 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ACC는 일반 대중들이 쉽게 아시아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아시아문화박물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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