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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오타니, 북치고 장구치며 MLB 혁명?…예상 시나리오

입력 2017.11.24. 11:50 댓글 0개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일본의 '야구천재' 오타니 쇼헤이(23)의 투타겸업으로 미국 야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스포츠매체 ESPN은 24일(한국시간) "오타니의 투타 겸업은 혁명이 될 것"이라며 오타니를 집중 조명했다.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투수, 타자를 모두 소화한 오타니는 미국에서도 투타 겸업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오타니는 우완 투수로서 시속 160㎞가 넘는 공을 던지면서 제구력까지 갖췄다. 2016년 140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1.86의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왼손 타자로서는 좌중간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파워를 가지고 있고, 2016년 382타석에서 18개의 2루타와 22개의 홈런을 날렸다. 그 해 OPS(출루율+장타율)는 1.004였다. 게다가 1루까지 3.9초 만에 도달할 수 있는 빠른 발도 갖췄다.

역사가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에도 투타에서 두루 재능을 보인 선수들이 있었다. 투타 겸업을 시도한 선수들도 있었지만, 긴 기간 해낸 선수는 없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어느 감독은 "양쪽에 모두 재능이 있는 선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투타 겸업을 지속한 선수가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며 "둘을 병행하는 것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메이저리그의 '전설' 베이브 루스는 선수 초기에 주로 투수로 뛰었다. 1916년 아메리칸리그 평균자책점 1위(1.75)에 올랐고, 이듬 해에는 24승을 달성했다. 투수로 뛸 당시 루스는 자신이 등판하는 경기에서만 타석에 들어섰다. 1918년부터 주전 외야수로 뛴 루스는 이 때부터 등판 횟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1918년에는 20경기 등판에 그쳤고, 1919년 17경기에만 마운드에 올랐다. 1920년부터 은퇴한 1935년까지는 5경기에만 등판했다.

오타니의 도전은 그가 입단할 메이저리그 구단에게도 도전이다. 오타니를 영입하는 구단은 그가 투수와 타자를 모두 소화하도록 해주는 구조를 창조해내야 한다. 투수와 타자가 몸을 관리하는 방식이나 훈련이 크게 다른 것이 투타 겸업의 가장 어려운 숙제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빅리그에서 투수로 뛴 마이카 오윙스는 내셔널리그에서 타격이 가장 좋은 투수로 꼽혔다. 종종 대타로 등장할 정도였다. 2013년 마이너리그에서 오윙스는 외야수로 뛰면서 14경기에 등판했다. 마이너리그이기는 하지만 투타를 겸업해 본 오윙스는 투수, 타자로서 준비하는 것을 하와이와 알래스카에 비유했다. 오윙스는 "야수로 뛰려면 다리 상태를 좋게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투수 쪽 훈련의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타자는 매일 타격 훈련과 수비 훈련을 한다. 내야수는 땅볼, 외야수는 뜬공을 잡는 훈련을 한다. 경기를 하는 동안 야수들은 매일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를 서 있어야 한다. 타격 훈련 전에 유산소 운동을 하기도 한다. 타격 회의에 참가해 상대 투수를 분석하고, 코치와 대화를 나눈다. 슬럼프에 빠지면 해결 방안도 찾아야 한다.

선발 투수는 야수들과 리듬이 완전히 다르다. 오윙스의 경우 대부분의 투수들처럼 선발 등판 다음날 가장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선발 등판 2~3일 뒤에는 불펜 투구를 하고, 다른 날은 캐치볼과 러닝 훈련을 한다. 투수들마다 다음 등판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오윙스는 "투타 겸업을 하던 시절 다리 상태가 어떤지 봐야 했고, 타격 훈련을 많이 하지 못했다. 타석에 덜 들어서는 것이 나에게 더 나았을 것"이라며 "스스로에게 배팅 케이지에서 물러서 있으라고 가르쳤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말렸다"고 고백했다. "오타니는 이미 균형을 맞추는 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선수를 보게될 것이 기대된다."

ESPN은 오타니가 투타 겸업을 하게 될 경우의 시나리오도 예상했다.

1일 차에 선발 투수로 등판하고, 2일 차에는 회복을 위해 경기를 쉬면서 가장 강도 높은 운동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3, 4일 차에는 야수나 지명타자(아메리칸리그)로 출전한다. 이틀 중 하루는 불펜 투구를 한다.

오타니가 입단할 팀이 6인 선발 로테이션을 갖추고 있다면 오타니는 5일 차에도 야수로 뛸 수 있다. 5인 선발 로테이션 체제라면 5일 차에는 휴식을 취한다. 5인 선발 로테이션이라면 오타는 6일 차에 선발 등판하게 된다. 6인 선발 로테이션이라면 7일 차에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다.

ESPN은 "오타니의 일정은 로스터와 다른 선수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오타니와 계약하는 내셔널리그 팀의 경우 오타니가 라인업에서 빠질 경우를 대비해 탄탄한 외야진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 감독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기꺼이 그 문제를 보고 싶다"고 오타니의 투타 겸업 도전을 지지했다.

jinxijun@newsis.com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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