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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서장이 검찰에 압수수색 당했는데…경찰 '싸늘'

입력 2017.11.23. 17:56 댓글 0개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축소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3일 현직 경찰서장(총경)의 집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가운데 경찰 내부에는 '묘한' 기류가 흘렀다.

5년 전 경찰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수사 때 서울경찰청 수사 2계장을 지낸 김병찬 서울 용산경찰서장은 이날 오전 10시10분께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집무실로 들이닥치자 크게 당혹스러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약 2시간30분에 걸친 압수수색이 끝나자마자 김 서장은 용산서 수사과장을 통해 "억울하고 할 말이 많다"는 심경을 전하며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김 서장이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과 달리 경찰은 의외로 잠잠했다.

통상 검찰이 경찰을 겨눈 수사를 벌일 때 강하게 반발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현장 지휘관을 상대로 압수수색까지 감행하는 강제수사임에도 검찰을 성토하는 내부 글은 찾아볼 수 없어 싸늘한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다.

일선 경찰관들은 김 서장을 옹호하거나 검찰 수사를 강하게 반대하는 기류이기보다는 "5년이나 지난 이 시점에 압수수색이 의미가 있겠나", "증거가 없어 빈 박스만 들고 나왔을 것"이라는 등의 의견을 보였다.

일선의 한 경감은 "(김 서장이) 아무래도 이명박 정부의 편에 서서 벌인 일이라 그런지 경찰 내부망에는 압수수색과 관련된 성토나 문제제기를 하는 글은 안 보인다"고 말하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일부 경찰관들은 이번 검찰 수사를 불필요하게 검·경 대립 구도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대신 늦었지만 잘못된 수사에 대한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수다.

김 서장은 2012년 서울 수서경찰서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 당시 서울경찰청 수사2계장으로 재직하며 수사를 방해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당시 국정원 직원과 50여차례 가까운 통화를 해 수사 상황을 알려준 의혹을 받고 있다.

수서서 수사팀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철회할 것을 종용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당시 수사팀은 영장을 신청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출발했다가 김병찬 당시 서울경찰청 수사2계장의 전화를 받고 돌아갔다고 한다.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임의제출한 데스크탑과 노트북 컴퓨터에 대한 조사와 관련, '김씨가 동의하는 파일만 열람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의혹이 당시 수서서 수사과장이었던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으로부터 제기된 바 있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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