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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보다 9%나 떨어진 달러 가치…약세 지속될까?

입력 2017.11.23. 17:07 댓글 0개
내년에도 약달러 전망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강세를 띨 것으로 전망됐던 달러 가치가 정반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일년 만에 10% 가량 하락하는 등 원화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다른 통화와 비교해서도 달러 가격는 올해 들어 계속 하락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는 등 달러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지만 오히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달러가 약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데 조금씩 힘을 싣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올해 초 102.28에서 현재 93.19로 8.9%나 하락했다.

올해 들어 달러 가치는 유로화보다 12% 이상 절하됐다. 엔화에 비해서도 5% 가까이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을 봐도 달러 약세가 확연히 드러난다. 연초 1210원을 바라봤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180원대까지 떨어졌다. 연초와 비교해 달러 가치가 10% 이상 떨어진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직후였던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강달러'에 대한 기대감이 극에 달했었다. 당시 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 재정 정책을 펴고 연준이 본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 달러가 더욱 강세를 띌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강달러에 따른 자본유출에 대한 공포감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현재 외환시장의 분위기는 1년 전과는 정반대다.

연준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라는게 기정사실화됐지만 달러는 약세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오히려 무역 흑자국에 대한 미국의 통상 압박 등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요인들만 부각되고 있다.

전날 공개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사록에서 12월 금리 인상 신호가 더 강해졌음에도 달러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 오전 1시30분(EST) 현재 달러 인덱스는 전날 종가보다 0.1% 하락한 93.18을 기록 중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3.4%나 하락해 연중 최저치인 1085.4원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외환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이미 예상됐던 이벤트인 만큼 내년에도 달러 약세가 반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3%의 고성장을 공언한데다 중립 성향의 제롬 파월 연준 이사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됐기 때문에 미국의 급격한 통화 긴축은 어렵다는 인식이 그 배경이다.

CNBC에 따르면 히로후미 스즈키 싱가포르 스미토모 미쓰이 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12월 금리 인상은 이미 완료된 거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그는 "현재의 낮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연준이 얼마나 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내년에도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은 국내에서도 점차 커지고 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18년 외환 시장' 보고서에서 "2017년 초부터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강조되며 국제 외환시장에서 약 달러가 전개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정 정책, 연준의 자산 재투자 축소 등으로 내년 이후 약달러의 속도는 둔화되겠지만 추세는 유효하다"라고 전망했다.

윤 연구원은 "유로화, 신흥국 통화(원화), 달러화, 엔화 순의 강세 흐름을 예상한다"며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정치적 위험 완화 등으로 달러·유로 환율은 1.2 달러 중반까지 오르고, 신흥국 경기 회복으로 신흥 통화도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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