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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입실 코 앞에 두고 아버지에 큰 절 올린 수험생 사연

입력 2017.11.23. 14:04 수정 2017.12.11. 11:31 댓글 0개
아들 전화받고 황급히 달려가니 뜻밖의 큰절

【광주=뉴시스】맹대환 기자 = 2018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 시간을 코 앞에 두고 아버지를 불러 큰 절을 올린 한 수험생의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고 3 수험생 아들을 둔 회사원 전윤철(49·광주MBC 기자)씨는 23일 새벽 잠을 설쳤다.

일찍 잠자리에서 나온 전씨와 달리 시험을 봐야 할 아들 준서(18·수완고)는 느긋하다 못해 늑장을 부렸다.

무사태평인 아들을 보고 참다 못한 전씨는 "시험시간에 늦겠다"고 나무라며 서두룰 것을 재촉했다.

집에서 시험장까지는 자동차로 20분 거리. 시험장에 오전 7시47분께 도착했다.

아들을 내려 주고 곧바로 출근하던 전씨가 신호등을 2개 지났을 때 다시 아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빠, 지금 다시 올 수 있어요?"

"왜?"

아들은 별다른 이유 없이 다시 와 달라고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무슨 나쁜 일이 생긴 것으로 생각한 전씨는 곧바로 차를 돌려 시험장으로 가속페달을 밟았다.

황급히 가는 도중 수험표를 놓고 내렸는지 몰라 차 안을 확인하는 등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봐 덜컥 겁이 났다.

시험장 앞에 도착하니 아들이 잠시 쭈뼛쭈뼛하더니 차량 정면 앞으로 다가 왔다. 무슨 일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 전씨는 다급하게 차량 문을 열고 "왜, 왜"를 외쳤다.

그 순간 아들 준서가 갑자기 운전석에 있는 아버지를 향해 큰 절을 올렸다.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전씨는 "시험장에 빨리 입실하라"며 아들의 등을 두드렸다. 입실을 13분 앞둔 오전 7시57분이었다.

전씨와 아들의 깜짝 상봉과 이벤트를 옆에서 지켜보던 경찰관도 함박 웃음을 지었다.

전씨는 "아침에 집에서 늑장을 부리는 것 같아 아들을 혼냈는데 마음이 걸린다"며 "수능시험 입실을 코 앞에 두고도 아빠한테 큰 절을 올린 아들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안쓰럽다"고 말했다.

전씨의 사연이 녹화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은 광주MBC 유튜브를 통해 3시간 만에 조회수 7000여 건에 달하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mdhnew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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