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사랑의 공부방'

입력 2017.11.23. 09:50 수정 2017.11.24. 09:41 댓글 0개

다문화 가정 어린 남매(중 1누나, 초등 6년 남동생)의 꿈은 소박하다. 아빠·엄마와 같이 살며 열심히 공부했으면 하는 거다. 아빠와 불화를 겪던 엄마는 친정인 필리핀으로 돌아가버리고 아빠는 집을 나가 연락이 끊긴 상태다. 둘만 남은 남매는 어지러질대로 어지러진 작은 집에서 컵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어 왔다.

중학교 1학년인 김모군은 아빠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엄마와 집을 나와 이 쉼터, 저 쉼터를 옮겨 다녔다. 엄마·아빠의 이혼문제가 마무리되기까지 부초같은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김군의 꿈도 아빠의 폭력에서 벗어나 엄마와 안정된 생활을 하며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다.

어린 남매와 김군의 가망없게만 느껴지던 꿈이 이루어졌다. 사랑방 미디어와 무등일보, 광주재능기부센터가 함께 하는 ‘사랑의 공부방’지원대상 가정이 되면서다. 그 도움으로 쓰레기가 넘치고 각종 옷과 물품들이 널려있던 어린 남매의 집은 말끔하게 정리됐다. 새롭게 탈바꿈한 집에 조그마한 공부방이 생겼다. 주변에서도 남매 돕기에 나섰다. 학교 끝나기 무섭게 집밖으로 돌며 PC방을 전전해 누나의 속을 끓이던 남동생이 달라졌다. 간호사의 꿈을 키우고 있는 누나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누나를 돕고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중학생 김군 역시 ‘사랑의 공부방’배려로 아담하게 꾸며진 엄마와 둘만의 보금자리에서 책과 씨름하며 미래의 꿈을 키우게 됐다. 예전과 달리 명랑해지고 친구도 사귄데다 학교 성적이 부쩍 오르는 등 눈에 띄게 달라진 김군의 변화에 엄마는 너무 감사하다. 막막했던 일상과 김군의 일탈에 가슴앓이 하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꿈인가 싶을 정도다. ‘사랑의 공부방’이 그들 모자의 삶에 무한한 희망을 심어준 것이다.

‘사랑의 공부방’은 지난 2014년부터 3년간 광주·전남 117가정에 꿈나무들을 위한 공부방 지원 사업을 해왔다. 중학생 김군 가정은 106번째, 어린 남매는 117번째다. 62번째 사랑의 공부방을 제공받았던 3남매의 가정은 중증장애 엄마와 힘든 일을 하다 허리를 다쳐 누운 아빠로 인해 짙은 그늘이 드리워진 터였다. 이 가정의 중2학년 큰딸과 초등6학년 둘째 딸에게도 잘 꾸민 ‘사랑의 공부방’이 마련되면서 앞날의 꿈을 다시 키울 수 있게 됐다.

하늘 아래 인간은 모두가 평등하다. 물질의 유무에 따라 삶의 조건이 달라질 뿐이다. 조금 더 나은이가 조금 더 못한 이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게 필요하다.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디딤돌이고자 하는 ‘사랑방 공부방’사업. 시작은 미미하지만 그 끝은 ‘행복한 모두의 내일’로 창대해질게 분명하다. 혼자 가는 것보다 둘이, 셋이, 여럿이 함께가는 사회는 분명 아름답다.

김영태 논설주간 kytmd86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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