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동심초'와 사랑에 빠진 담라우 그리고 네트렙코 & 게오르규
입력 2017.11.22. 16:10 댓글 0개【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 한갖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겨울 초입의 서늘한 밤이 아스라한 정서가 까마득하게 펼쳐지는 어느 벌판으로 순간 이동을 한 듯했다. 21일 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한 독일 출신의 스타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46)의 입에서 한국 가곡 '동심초'가 울려퍼지는 동안 빚어진 마법이다.
김성태가 작곡하고 7세기 중국 당나라 시인인 설도의 작품을 김안서가 번역한 '동심초'의 서정성이 악보를 손에 꼭 뒨 담라우의 목소리를 타고 오롯하게 객석에 전달됐다. 발음도 비교적 정확했다.
담라우의 남편인 베이스바리톤 니콜라 테스테는 아내가 앙코르 마지막으로 '동심초'를 노래하는 동안 무대 한편에서 조용히 미니 태극기의 깃발을 손에 꼭 쥐고 흔들었다. 노래가 끝난 뒤 두 사람은 함께 손을 맞잡고 인사를 했고 어느새 그 깃발은 담라우의 손에 쥐어 있었다.
담라우의 내한공연를 성사시킨 코리아아트컴퍼니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짤 때 한국 곡을 한곡 앙코르 하기로 협의가 됐다"면서 "담라우가 한국곡 몇곡을 듣더니 '동심초'를 듣고 사랑에 빠졌다며 이 곡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최근 한 달 남짓 기간 클래식음악 내한공연 업계는 담라우를 비롯해 세계적인 디바 3명으로 인해 들썩거렸다. 지난달 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러시아 출신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46)가 1년7개월 만에 두 번째 내한공연을 했고, 지난 18일 롯데콘서트홀에서는 루마니아 출신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52)가 '루치아노 파바로티 서거 10주년 추모 콘서트' 무대를 통해 5년 만에 내한공연했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가득 채운 객석으로부터 록스타 같은 함성을 내내 받은 담라우는 스타 소프라노의 잇딴 내한공연에 최고봉이었다.
그녀를 상징하는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듣지는 못했지만, 이 아쉬움을 충분히 상쇄시킬 만한 무대였다.
풍부한 성량과 윤택한 목소리를 자랑한 담라우는 무엇보다 러블리한 매력을 뽐냈다. 서정적인 목소리로 핑크빛 드레스를 입고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중 '방금 들린 그대 목소리'를 온몸으로 승화시키는 그녀를 어느 누가 사랑스럽지 않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구노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의 '아! 나는 꿈 속에 살고 싶어요'에는 10대 줄리엣 같은 소녀 감성과 설렘이 가득했으며, 반대로 벨리니 오페라 '카풀레티 가문과 몬테키 가문'의 '오! 몇 번인가'를 소화할 때는 처연하고 엄숙한 음성을 들려줬다.
마이어베어 오페라의 '플로에르멜의 용서' 중 '그림자의 노래'의 화려한 기교는 벨칸토 소프라노의 명성을 확인시켜줬으며,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 '아 그대인가'에서는 오페라 공연을 방불케 하는 연기력을 뽐냈다.
오케스트라 반주에 전혀 눌리지 않으면서도 위압감 대신에 적확하고 깔끔한 발성을 자랑한 담라우는 왜 자신이 현존 최고의 소프라노인지를 증명했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객석에서는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K팝 걸그룹 공연 이상의 환호와 반응이었다. 마지막으로 '동심초'를 부른 직후에는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테스테의 솔로 무대, 두 사람의 듀엣 무대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포함해 총 2시간40분 가량의 공연이 끝난 뒤 담라우와 테스테는 사인회 일정까지 완벽히 소화했다.
류태형 클래식음악 칼럼니스트는 "담라우가 완벽한 무대 컨트롤로 객석을 들었다놓았다"면서 "정상급 소프라노라가 전성기에 내한공연을 해 최고의 무대를 선사한 건 이례적이다. 제가 그동안 찾았던 해외 소프라노 내한공연에서 한국가곡을 부른 걸 들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앞서 네트렙코와 게오르규 무대 역시 그녀들의 이름값을 해냈던 무대였다.
네트렙코의 목소리에는 다양한 감정의 결과 노련함이 묻어나 있었다. 소프라노는 음색 등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명칭으로 분류되는데 리리코(lirico)는 서정적이면서 매끄럽다. 드라마티코(drammatico)는 다소 거친 반면, 폭넓은 감정을 극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
네트렙코의 이번 두 번째 내한공연은 리리코에서 드라마티코로 변화한 그녀의 목소리를 강렬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 중 '이기고 돌아오라!'에서 블랙홀 같이 주변의 기운을 빨아들이는 호흡이 대단했다.
반면 게오르규는 깔끔한 목소리와 매력적인 표현력이 일품이었다.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중 '하바네라, 사랑은 잡을 수 없는 새와 같은 것'을 부를 때 특히 우아하면서도 충동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무대 앞쪽에서 마이크를 세워 둔 점이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지만 정윤민 디자이너의 하늘빛 드레스와 그에 대비되는 새빨간 드레스와 하이힐을 착용한 패션 감각과 여전한 미모와 끼는 감탄을 자아냈다.
한편 12월에도 세계적인 디바의 내한은 이어진다. 예술의전당이 12월9일 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과 함께 콘서트 오페라 형식으로 선보이는 푸치니의 '투란도트'를 통해 미국 소프라노 리즈 린드스트롬(52)이 국내 팬들에게 처음 인사한다.
realpaper7@newsis.com
- "아시아 문화, ACC 박물관에서 간접 체험해요" 2023년 아시아 공예 레지던시 프로그램 워크숍 모습.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이 아시아 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은 운영해 눈길을 끈다. ACC는 아시아문화박물관의 전시, 소장품 및 아카이브를 연계한 교육으로 시민 곁을 찾아간다.ACC는 다음달부터 6월까지 아시아문화박물관 문화교육실5에서 인도네시아 바틱과 동아시아 출산의례를 주제로 'ACC 박물관 교육'을 운영한다.먼저 '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숍: 인도네시아 바틱'에서는 아시아문화박물관 상설전시인 '몬순으로 열린 세계: 동남아시아의 항구도시'와 연계해 인도네시아 전통 염색기법인 바틱에 대해 알아본다.이번 워크숍은 지난해 아시아 공예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를 다녀온 이혜미, 오세린 작가가 함께한다.인도네시아의 전통과 자연환경을 생생하게 담은 시간으로 구성했으며, 바틱 직물을 활용해 오브제도 만들어 볼 수 있다. 워크숍은 다음달 11일, 5월 9일, 5월 23일, 6월 27일 4차례 진행된다.'동아시아 출산의례' 교육 포스터.이어 아시아 출산의례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의 생활문화를 느껴볼 수 있는 강의도 열린다.이번 교육에서는 동아시아 과거 전통문화와 근현대에 이르는 민간문화를 포함해 출산의례를 알아보는 의식주 문화와 생활풍습에 대해 조명한다.교육은 총 3회 구성돼 있으며, 지난해 아시아플러스 연구진이 강사로 참여한다.다음달 16일에는 함한희 무형문화연구원장이 '성과 속의 세계를 넘나드는 출산의례'를 주제로 강의를 펼친다.오는 5월 28일에는 김효경 한남대학교 중앙박물관 특별연구원이 '한국 출산의례와 설화 속 삼신이야기'를 주제로, 오는 6월 25일에는 한남수 선문대학교 교수가 '붉은 색의 두 얼굴, 중국의 출산의례'를 주제로 강의한다.ACC가 아시아문화박물관 상설 전시실을 개편해 지난 1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몬순으로 열린 세계: 동남아시아의 항구 도시 전시'에서는 계절풍을 따라 동남아시아의 해상 실크로드에서의 교육과 문화교류, 항구도시에서 만들어낸 고유한 문화 쁘라나칸과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화려한 그림과 조각, 신성하고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금속공예품, 열대의 문양을 품은 옷과 직물 공예, 자연에서 채득한 라탄으로 만든 목공예 등 동남아시아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그곳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신화와 신앙, 집과 옷, 이색적인 일상용품을 만나 볼 수 있다.'ACC 박물관 교육' 참가비는 무료로, 신청은 ACC 누리집(www.acc.go.kr)에서 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ACC는 일반 대중들이 쉽게 아시아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아시아문화박물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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