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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30년만에 열린 해군 퇴역함…전투순간 '고스란히' 담겨

입력 2017.11.22. 15:59 댓글 0개
서울함 육상부지 총면적 6942㎡...국내 기술 첫 건조 잠수정 '돌고래' 전시
오늘부터 내달 3일까지 무료입장...1회 입장 정원 고려 150명으로 한정

'서울함' 서울시민에 첫 공개…길이 축구장과 비슷하고 아파트 8층 높이

1983년 국내기술로 건조...2015년까지 호위함-교육훈련함으로 해상 누벼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관례적으로 함장석에는 함장만 앉을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오셔도 앉을 수 없는 곳이죠. 그런데 이제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앉을 수 있습니다."

22일 망원한강공원에 조성된 국내 11번째 함상공원 '서울함 공원'을 둘러본 기자들에게 해군본부 소속 이정호 소령이 함장석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이날은 30년간 영해를 누볐던 서울함이 처음으로 내부를 일반시민들에게 개방한 날이다.

서울함은 축구장과 비슷한 102m 길이에 폭 11.6m, 아파트 8층에 해당하는 28m 높이의 1900t급 호위함이다. 1983년 국내기술로 건조돼 2015년까지 호위함과 교육훈련함으로 수도권 서쪽 해역과 남해 등에서 활동하다 퇴역하고 한강공원에 정박했다.

1990년엔 미국·영국·일본 등이 참가하는 '환태평양 훈련(RIMPAC)'에서 가장 뛰어난 포술을 보여줘 한국해군 최초로 '탑건'의 영예를 차지하기도 했던 '베테랑'이다.

원형 그대로 복원된 서울함 외부에선 탑건의 영광을 함께한 76㎜ 함포와 대공레이더, 휴대용 대공유도탄 발사대, 어뢰발사관 등 각종 무기체제를 관람할 수 있다.

내부로 들어가면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호위함의 세계가 펼쳐진다.

1층 격인 메인데크에선 2015년까지 실습생들이 사용하던 침실과 화장실, 매점, 이발소 등을 볼 수 있다. 넓은 사병식당을 지나 선수(船首) 쪽으로 향하면 사관식당과 사관실이 나온다. 함장만이 앉을 수 있는 사관실 맨 끝 함장석에 마음껏 앉아볼 수 있다.

2층 31포 상비탄약고, 함장실, 전탐실과 3층 레이더실을 통과하면 함장 등 소수에게만 허락됐던 4층 함교다. 당직사관이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한 나침반과 핸들 역할인 조타기, 레이더, 속도를 조절하는 기어 등 그대로 복원된 각종 장치를 만져볼 수 있다.

다만 서울함 내부 통로는 두 사람이 지날 수 있을 정도로 좁은 편이다. 서울시는 실제 운항 당시 정원(150명)을 고려해 1회 입장 가능 관람객 수를 150명으로 정했다. 갑판의 계단을 통해서도 1층부터 4층까지 오를 수 있는데 계단 폭이 협소해 주의가 필요하다.

현재 서울함은 망원한강공원 옆에 정박해 있다. 앞뒤로 2개씩 총 4개의 앵커를 한강 밑바닥에 내려놓고 이를 체인으로 묶은 상태다. 이날도 바람과 물살에 흔들림이 느껴졌다.

안전 문제에 대해 박기용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총무부장은 "서울함 공원은 선박 회사가 팔당댐 방류량 3만7000t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3만7000t의 방류량은 200년 빈도의 폭우 상황을 가정한 것인데 그보다 1.5배 수준의 강도까지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총면적 6942㎡인 서울함 공원 육상 부지엔 공원의 또 다른 주인공들이 거치돼 있다.

3층 높이의 안내센터 내부엔 178t급 잠수정 돌고래가 있다. 1983년 국내 기술만으로 건조된 최초의 잠수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울함 공원의 돌고래는 1990년 만들어졌는데, 당시엔 잠수정이 비밀 자산인 까닭에 국정원 등 소수만이 그 내부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길이 25m, 폭 2.1m, 정원 14명의 소형 잠수정 내부는 퇴역할 당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했다. 좁은 공간에 빼곡히 들어선 간이 침대 4개와 각종 장비에선 긴박하게 작전을 수행했던 해군과 특수요원의 자취를 느껴볼 수 있다.

안내센터 2층에서 바깥으로 난 다리를 건너면 익숙한 이름의 선박이 눈에 들어온다. 서해 제1·2연평해전을 승리로 이끈 참수리급 고속정이 자리를 잡고 있다.

서울함 공원의 참수리호는 영화 '연평해전'의 배경인 제2연평해전 때 출격했던 참수리-357호보다 이전 단계 고속정이지만 무기체계를 제외하면 외형 등은 똑같다.

근접 전투가 대부분인 고속정에선 정장이 시야가 좁은 내부 조타실 대신 바깥으로 나와 지시를 내린다. 제2연평해전 당시 정장 윤영하 소령(당시 대위)도 이곳에 나와 전투를 이끌다 그 자리에서 중상을 입고 전사했다. 서울함 공원 내 참수리호에 오르면 윤 소령이 얼마나 가까운 거리에서 적과 마주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실감할 수 있다. 연평해전 승리의 주역인 발칸포와 주포의 모습도 외부에서 관람 가능하다.

이처럼 국위를 선양하고 최첨단 기술로 주목을 받았던 군함들은 말년엔 그 값어치가 뚝 떨어진다. 동남아나 중남미 해군에 넘겨지거나 고철 형태로 매각되는데, 가장 규모가 큰 서울함의 고철 가격은 2억~3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30년 역사를 뒤로한 채 사라질 뻔 했던 서울함과 돌고래, 참수리호가 시민 품으로 돌아오게 된 건 지난해 서울시와 해군본부 간 군함 무상대부계약을 통해서다.

박기용 총무부장은 "이 일대 망원정은 조선 수군 훈련장이자 1866년 병인양요 때 로즈 제독이 프랑스 군함을 끌고 진출했던 양화진 부근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이라며 "매각이 된다면 2억~3억원이었을 서울함을 함상공원으로 조성했을 때 시민들에게 주는 가치는 그보다 수십 배 클 것"이라고 서울함 공원 개장 의미를 설명했다.

서울함 공원은 11월~2월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3월~10월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된다. 토요일과 공휴일엔 1시간씩 운영시간이 연장된다.

입장료는 성인 3000원, 청소년·군인 2000원, 어린이 1000원이며 20인 이상 단체는 30% 할인받을 수 있다. 단 시범운영기간인 이날부터 다음달 3일까지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lim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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