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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합법적 존엄사 나왔지만…제도 시행까지 첩첩산중
입력 2017.11.22. 11:48 댓글 0개환자 선택권도 확대해야…법 개정 논의
본격시행 앞서 호스피스 확충 병행돼야
【세종=뉴시스】이인준 기자 = 내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으로 우리 사회도 스스로 품위 있고 존엄한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개념의 '웰다잉(Well-Dying)'을 향해 첫 발을 내딛게 됐지만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절차가 복잡해 의료진은 시행과정에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 또 환자의 선택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복지부는 이같은 우려들을 고려해 법 개정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22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말기·임종과정에게 신체적 돌봄은 물론 영적 돌봄을 제공하는 '호스피스' 대상이 암 환자에서 만성간경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COPD) 등으로 확대됐다. 이어 내년부터는 환자가 스스로 인공호흡기 등 연명의료를 거부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다.
복지부는 지난달 23일부터 시범사업을 진행중이며 최근에는 임종기 환자 한명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취지의 '연명의료계획서'에 서명한 뒤 절차에 따라 스스로 존엄한 임종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제도의 탄생 배경에는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 사회에서 어떤 죽음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암 사망자의 90.0%가 의료기관에서 눈을 감으며 사망 1개월전 말기환자중 연명치료를 이용하는 사례가 전체의 약 57.8%에 달한다.
앞서 벌어진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과 2009년 '김 할머니 사건'은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 시켰다. 결과적으로 전자는 의사에 대해 살인죄와 살인방조죄를 물었지만 후자는 법원이 첫 '존엄사'로 인정했다.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된 이유도 환자의 생명을 경시해서는 안 되지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다.인공호흡기, 혈액투석기 등의 장치에 의존해 생명을 연장하다 병원에서 임종을 맞는 것 대신 가족과 임종전까지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유럽과 싱가포르 등에서는 환자의 가정을 의료진과 종교인, 사회복지사 등이 방문해 임종까지 기본적인 치료와 돌봄을 돕는 가정형 호스피스 제도가 도입돼 운영 중이다.
다만 이제 막 첫 발을 뗀 만큼 본격적인 제도 시행에 앞서 활발한 논의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연명의료 시범사업에서 존엄사를 택한 환자의 경우 작성해야할 서류 하나를 빼먹은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 연명의료는 현재 환자의 요청에 따라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 1인이 연명의료 지속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만약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거나 환자가 의사표현 할 수 없을 때는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와 의사 2인의 확인을 통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의료인이 절차나 요건을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 7년 이하의 자격정지 등에 처해질 수 있어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반사항은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 연명의료중단을 이행하는 것 외에도 기록 허위 작성, 정보 유출, 기록 미보존, 주의감독 의무 위반 등 다양하다.
또 환자의 선택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에는 말기·임종기에만 연명의료계획서를 쓸 수 있게 돼 있으나 사실상 말기·임종기에 접어들었을 때는 환자가 이미 의식불명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또 현행법에는 연명의료 시술은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인공호흡기 착용 등 4가지로 한정돼 현실적으로 말기 환자의 사용이 많은 '에크모(ECMO·체외막 산소화 장치)'나 승압제 등 약물 투여까지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복지부는 이 같은 개선사항에 대해 검토를 진행중이며 조만간 국회 보고를 통해 내년 법 시행에 앞서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연명의료 중단 시행과 더불어 호스피스에 대한 홍보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현재 호스피스 제공기관으로 지정된 병원은 올 9월말 현재 81개소로 지난해 77개보다 5.2% 증가하는데 그쳤다. 병상수도 1293개에서 1321개로 2.2% 늘었다. 특히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호스피스 제공기관중 환자들의 수요가 높은 간병서비스 제공 기관은 38개소로 절반에도 못미쳤다.
한편 아직은 시범사업이 진행중이라는 점에서 환자들은 존엄사의 선택을 주저하고 있다. 고인을 포함, 5~7명만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말기·임종기에 접어드기전 작성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서명한 사람은 1648명으로 전해졌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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