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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조진호 감독 아들 "아빠, 사랑해요"…숙연한 대리수상

입력 2017.11.20. 15:12 수정 2017.11.20. 15:16 댓글 0개

【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KEB하나은행 K리그 대상 2017이 열린 20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 컨벤션홀. 모처럼 승부의 세계에서 벗어난 선수와 감독들은 초청된 팬들과 마지막 축전을 즐겼다.

화기애애했던 장내는 특별 공로상 수상을 앞두고 숙연해졌다. 수상자는 지난달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조진호 감독이다.

대형 스크린에 소개된 5분 남짓의 스페셜 영상에는 누구보다 밝았던 고인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같은 목표를 향해 뛰었던 부산 아이파크 소속 선수들은 영상이 나오는 내내 눈물을 훔치느라 바빴다.

"조진호 감독의 한국 축구에 대한 열정과 헌신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는 진행자의 멘트가 끝나고 고 조진호 감독의 아들인 조한민군이 수상을 위해 단상에 오르자 객석에서는 큰 박수가 터졌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축구 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는 조군은 씩씩한 목소리로 "저희 아버지에게 좋은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아빠 사랑해요'를 외쳐 보는 이들의 마음을 짠하게 했다.

조 감독은 지난달 10일 자신의 아파트 주변 산책로에 쓰러진 채 발견돼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눈을 감았다. 44세.

대구대륜고-경희대를 졸업한 조 감독은 청소년, 올림픽, A대표팀을 모두 거친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1991년 포르투갈과 1993년 호주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 두 차례나 출전했고,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는 날카로운 슛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3년 대전 시티즌을 통해 처음 사령탑에 오른 조 감독은 이듬해 팀을 챌린지 정상으로 이끌었다. 지난해에는 상주 상무의 군경팀 최초 상위 스플릿행을 일궈내기도 했다.

시상자로 나선 권오갑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는 "조진호 감독 아들이 수상한다는 것을 듣고 문자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조 감독이) 추석 때 보름달 사진을 보냈더라. 5개 정도 받았는데 부산에 한 번도 가지 못했다"고 미안해하며 아들의 학비 전액 지원을 약속했다.

hj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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