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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으로 치면 볼트가 30명인 한국양궁

입력 2017.11.20. 11:15 댓글 0개
신예 이승일·위나연 전국체전 금메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까딱하면 탈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양궁은 세계 최강이다. 언제나 국민들에게 활력소가 됐고 위안과 신뢰를 줬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태극궁사들은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을 쓸어 담았다. 올림픽 4개 종목을 전부 가져왔다.

특정 종목에서의 100% 우승은 흔치 않다.
 
하지만 단기간의 준비로 이뤄진 결실이 아니다. 양궁인들은 끊임없이 풀뿌리를 발굴했고, 기량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했다. 여기에 치열한 내부경쟁을 하고, 엄선된 자원들을 철두철미하게 관리했다.
 
그래서 체육인들은 “양궁에서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는 것보다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충북 일원에서 진행 중인 제98회 전국체육대회에서도 이를 실감할 수 있다. 리우올림픽에 출전해 뜨거운 감동을 안긴 태극궁사들은 대회 시상식에서 찾기 어려웠다. 24일 청주 김수녕양궁장에서 끝난 남녀 개인전(리커브)에서 전부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

남자 일반부는 이승일(사상구청), 여자부에서는 위나연(하이트진로)이 정상을 밟았다. 리우올림픽 개인·단체전 2관왕 구본찬(현대제철)은 대회 32강전에서 탈락했다. 남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이승윤(코오롱)은 8강에서 이름이 지워졌다. 여자부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올림픽 단체전 우승자 기보배(광주광역시청)도 16강 진출에 그쳐 엄청난 경쟁을 체감하게 만들었다. ‘왕년의 스타’ 윤미진(여주시청)은 어렵게 은메달을 땄다.

이번 대회에 태극궁사 전원이 출격한 것은 아니다. 올해 새롭게 꾸려진 양궁국가대표팀은 최근 멕시코시티에서 끝난 ‘현대 세계선수권’에서 종합우승(금5·은1·동2)을 차지했다. 올림픽 종목 리커브의 임동현(청주시청)과 강채영(경희대)이 2관왕에 오르는 등 다시 한 번 세계무대에 한국양궁의 저력을 각인시켰다. 양궁대표팀은 매년 태극마크의 주인공들을 새롭게 뽑는데, 올림픽 우승자가 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 출전을 보장받지 못한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면 다음해는 소속 팀에서 와신상담해야 한다. 

그렇다보니 올해 최상의 실력을 발휘해온 현직 대표팀 멤버들이 전원 출격했다고 하더라도 전국체육대회 정상을 장담할 수 없다. 리우올림픽 당시 남자대표팀을 이끈 광주광역시청 박채순 감독은 “자메이카 육상 대표선발전에 우사인 볼트가 30여명쯤 출전했다고 볼 수 있다. 누가 우승을 장담하겠느냐”고 했다. 리우올림픽 총감독으로 활약한 예천군청 문형철 감독 역시 “선수들도 지도자들도 긴장의 연속이다. 찰나의 방심이 결과를 바꾼다. 모든 선수들이 최고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실력들이 우수하다. 독보적인 존재가 없어 우리 양궁이 강한 것”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스포츠동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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