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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앞두고 예방주사…여자 쇼트트랙 '중국 주의보'

입력 2017.11.20. 09:06 댓글 0개

【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예방주사를 톡톡히 맞았다.

심석희(20·한국체대)·김예진(18·평촌고)·김아랑(22·한국체대)으로 이뤄진 한국 여자 대표팀은 19일 서울 양천구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3000m 계주 결승에서 중국의 반칙에 당하는 바람에 4분18초487의 기록으로 3위에 머물렀다.

'쌍두마차' 최민정, 심석희를 앞세워 줄곧 최강의 면모를 자랑해 온 여자 대표팀은 좀처럼 3000m 계주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올 시즌에도 월드컵 1, 3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월드컵 2차 대회에서 은메달을 땄다.

그러나 이번 대회 계주에서는 중국의 반칙에 발목이 잡혔다.

15바퀴를 남기고 심석희가 선두로 치고 나온 후 줄곧 1위를 달리던 여자 대표팀은 계속해서 격차를 벌렸지만, 6바퀴 반을 남기고 주자를 교체하던 과정에서 2위로 밀렸다. 중국이 선두로 올라섰다.

2위로 달리던 김예진은 5바퀴 반 정도를 남기고 곡선주로를 돌면서 아웃코스로 빠져 중국을 추월하려 했다.

그러자 중국의 궈이한이 손을 내밀어 김예진을 밀었고, 김예진은 중심을 잃으면서 빙판 위에 넘어졌다. 이 때문에 4위까지 밀린 여자 대표팀은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궈이한이 김예진을 밀어낸 장면을 두고 실격 판정이 나오면서 한국은 순위가 한 계단 올라 동메달을 따게 됐다.

중국의 반칙만 없었다면 한국은 무난히 금메달을 땄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여자 대표팀은 대회를 마친 뒤 불운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1500m와 1000m에서 금메달을, 500m에서 은메달을 딴 최민정은 계주에서 남긴 아쉬움에 인터뷰 도중 눈물까지 글썽였고, 김아랑은 "계주에서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치른 월드컵 대회에서 예방주사를 톡톡히 맞은 셈이다.

심석희는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올림픽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여자 쇼트트랙에서 한국과 중국이 악연으로 엮인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한국 대표팀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석연찮은 판정 속에 중국에 금메달을 내줬다.

한국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심판들이 5바퀴를 남기고 한국이 중국을 제치는 순간 반칙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정해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올림픽 계주 5연패가 좌절됐다.

중국이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가져갔다.

실격 판정을 내린 것이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 남자 1500m 결승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김동성의 실격을 선언해 안톤 오노에 금메달을 안긴 제임스 휴이시 심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에서 한국은 금메달을 거머쥐었지만, 중국의 방해를 이겨내고 따낸 것이었다.

당시 결승에서 중국은 실격 처리됐다. 두 바퀴를 남기고 중국의 저우양이 주자를 교체하면서 뒤따르던 심석희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것이 실격 이유였다. 한국은 마지막 주자 심석희가 반 바퀴를 남기고 대역전극을 펼치면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중국과의 악연은 비단 계주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 대표팀의 주축인 판커신은 워낙 반칙을 많이 한 탓에 국내 쇼트트랙 팬들에게 '나쁜 손'으로 유명하다.

판커신은 이번 대회에서도 500m 준준결승과 1000m 준준결승에서 다른 선수를 몸이나 손으로 밀쳐 모두 실격 판정을 받았다.

올 시즌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500m 준결승에서는 판커신이 추월을 시도하면서 최민정을 몸으로 밀었다. 심판진은 최민정을 실격 처리하는 석연치 않은 판정을 내렸다.

판커신은 올해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심석희의 무릎을 잡아채는 행동을 했고, 이로 인해 판커신과 심석희가 모두 실격당했다.

소치올림픽 여자 1000m 결승에서 판커신은 박승희(25·스포츠토토)를 잡으려는 듯 손을 뻗는 동작을 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박승희는 "레이스를 할 때 판커신의 팔이 스치는 것만 느껴졌는데 영상을 보니 생각보다 심하더라. 실격이 아닌 것이 이해가지 않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당시 중국의 에이스이던 왕멍이 3000m 슈퍼파이널에서 그를 앞지르려던 박승희를 밀어 넘어트리기도 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여자 1500m 결승에서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실격 판정을 받은 변천사도 있다. 변천사는 왕멍을 추월하는 과정에서 임페딩 반칙을 했다는 판정을 받아 실격됐다.

중국 선수들이 손을 쓰거나 몸싸움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여자 대표팀의 대응은 한결같다. 매번 "판정까지 갈 정도의 상황을 만들지 않고 완벽하게 레이스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날 계주를 마친 뒤에도 심석희는 "올림픽 때에는 이런 상황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한다. 더 완벽하게 준비해야 다양한 상황 속에서도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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