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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야구 세대교체 희망 보여준 APBC…자양분 될 패배

입력 2017.11.19. 21:56 댓글 0개

【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한국 야구가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을 통해 세대 교체의 희망을 봤다.

비록 일본을 넘지 못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패배도 미래 한국 야구를 이끌어갈 '젊은 피'의 성장에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막을 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결승에서 일본에 0-7으로 져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이번 대회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일본야구기구(NPB), 대만프로야구리그(CPBL) 등 아시아 3개 프로야구 기구가 젊은 선수들에게 국가대항전 출전 기회와 국가대표로서의 자긍심을 부여하고 유망주와 스타를 발굴하자는 취지로 만든 새로운 국가대항전이다.

이 대회에는 24세 이하(2017 대회 기준 1993년 1월 1일 이후 출생) 또는 프로 입단 3년차 이하의 선수만 참가할 수 있다.

세대교체가 필요한 한국 야구에는 좋은 기회였다.

그간 야구 국가대표에 세대 교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대체할 만한 스타가 등장하지 않아 김태균(한화 이글스)과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정근우(한화 이글스), 오승환 등이 국가대표의 '터줏대감' 역할을 했다.

한국 야구가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의 아픔을 맛 본 뒤 당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김인식 감독은 "젊은 지도자를 전임 감독으로 선임해 계속 맡겨야 한국 야구가 발전될 것이다. 이제 젊은 선수들이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선동열 감독을 전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0 도쿄올림픽까지 지휘봉을 맡긴 이유 중 하나도 세대 교체를 위한 것이었다.

선 감독이 전임 대표팀 감독이 된 후 첫 대회인 이번 대회는 향후 대표팀의 주축이 될 자원을 발굴하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젊은 선수가 한 명이라도 더 경험을 쌓도록 하기 위해 선 감독은 나이 제한 규정과 별도로 선발할 수 있는 와일드카드 3명을 포함하지 않았다. 오로지 젊은 피로만 대표팀을 구성했다.

각 팀의 기대주들은 국제 무대에서 가능성을 보이며 한국 야구 대표팀 세대 교체 기대를 키웠다.

일본과의 예선 1차전에서 대표팀은 객관적 전력상 한 수 위로 평가된 일본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비록 승부치기 끝에 7-8로 졌지만, 내용상으로는 크게 밀리지 않았다.

일본과의 첫 경기에 선발 등판한 장현식은 5이닝 4피안타 1실점(비자책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첫 성인 국제대회 등판임에도 긴장하는 기색없이 자신있게 공을 뿌렸다.

불펜이 아쉬운 모습을 보인 가운데 박진형(롯데)과 장필준(삼성 라이온즈)는 두각을 드러냈다.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4-3으로 쫓긴 6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등판한 박진형은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8회 마운드를 이어받은 장필준은 1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박진형과 장필준은 대만전에서도 각각 ⅔이닝 무실점, 1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한국의 1-0 승리에 힘을 더했다.

17일 대만과의 예선 2차전에 선발 등판한 임기영(KIA 타이거즈)은 7이닝 동안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쳐 한국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5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던 임기영은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이어갔다.

야수 쪽에서도 가능성은 보였다.

일본과의 예선 1차전에서 리드오프 중책을 맡은 박민우(NC 다이노스)는 볼넷 3개, 안타 1개로 4차례 출루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대만전에서도 4타수 2안타를 때려내며 1번 타자로서 제 몫을 했다.

또 박민우는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이면서 베테랑 정근우가 몇 년간 지켜오던 대표팀 2루 자리를 대신할 만한 자원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올해 프로야구에 돌풍을 일으킨 '슈퍼 루키' 이정후(넥센 히어로즈)는 국제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2타점 적시 2루타를 때려냈고, 대만과의 경기에서는 0-0으로 맞선 6회 2사 1루에서 적시 3루타를 때려냈다. 한국에 승리를 안기는 결승타였다.

김하성(넥센)은 일본과의 예선 1차전에서 선취점을 내준 직후인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동점 솔로포를 작렬, 미래 국가대표 중심타선 자원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이번 대회 대표팀을 구성하면서 선 감독이 고민한 포지션 중 하나가 포수다. 젊은 선수 가운데 안방을 든든히 지켜줄 만한 자원이 눈에 띄지 않은 탓이다. 도쿄올림픽까지 대표팀 안방을 지킬 양의지(두산)의 뒤를 이을 자원을 찾아야 했다.

이 자리에서 한승택(KIA)이 희망으로 떠올랐다. 한국시리즈에서 양현종의 1-0 완봉승을 합작한 한승택은 이번 대회에서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이며 눈도장을 찍었다. 한승택은 일본과의 결승에서 6회말 1사 1루 상황에 겐다 소스케의 도루를 저지하기도 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띈다.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한국 불펜은 줄줄이 무너졌다.

구창모(NC·⅓이닝 2실점)와 김윤동(KIA·⅓이닝 1실점)이 흔들렸고, 함덕주(두산)도 7-4로 앞선 연장 10회 승부치기 상황에서 동점 3점포를 얻어맞았다. 이민호(NC)도 끝내기 안타를 맞으며 급한 불을 끄지 못했다.

결승에서도 선발 박세웅(롯데)이 3이닝 1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된 가운데 김명신(두산·⅓이닝 1실점), 김윤동(1이닝 2실점), 김대현(LG 트윈스·1이닝 2실점), 이민호(1이닝 1실점)이 줄줄이 실점하면서 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기대를 모았던 주장 구자욱은 3경기를 치르는 동안 12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쓰라린 아픔은 앞으로 대표팀의 주축이 될 젊은 피에게 자양분이 될 것이다. 내년 아시안게임과 2020 도쿄올림픽 등 굵직한 대회를 앞두고 오히려 예방주사가 될 수 있다.

jinxijun@newsis.com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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