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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센 바람 처음…떠나기 싫은 게지요”
입력 2017.11.19. 14:06 수정 2017.11.19. 17:29 댓글 0개1천313일 기다림…끝내 5명 못찾고 꽃·편지 관에 넣어
‘우리 가족만 못찾을까봐 겁이 난다’던 미수습자 가족들의 우려는 끝내 현실이 됐다.
지난 2014년 11월 11일 세월호 수중수색이 중단되면서 남게 된 9명의 미수습자 중 양승진·남현철·박영인·권재근·권혁규는 끝내 찾지 못했다.
진도 팽목항과 목포신항에서 3년 넘게 보내며 차가운 바닷바람에 몸을 내맡긴 가족들은 끝내 가족을 마음에 묻고 떠났다.
지난 18일 목포신항만 강당에서 열린 세월호 미수습자 합동추모식.
바깥에서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당초 야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행사는 실내로 변경됐다.
추모식을 준비하던 한 작업자는 “57년 평생 목포에서 살았지만 이런 바람은 처음이다”고 혀를 내두르며 “아직 못찾았는데 가기 싫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라는 세월호 추모곡 노래 가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미수습자 가족들은 오열하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며 식장으로 들어섰다..
앞서 이날 오전 가족들은 세월호 선체 근처에 마련된 안치실에서 시신 없는 입관식을 엄수했다.
가족들은 시신 대신 국화, 장미, 안개꽃을 넣었고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담은 편지와 유품도 함께 담았다.
가족을 떠나보내는 아픔에 입관식이 30분 가량 늦어졌지만 추모식장의 인파들 역시 가족들의 고통을 상상하며 기다렸다.
입관식을 마친 가족들은 슬픔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며 부축을 받고 추모식장으로 들어섰다.
헌화의 시간이 되자 양승진 교사의 모친은 며느리와 함께 아들의 영정을 수도 없이 쓸어만지며 눈물을 삼켰다.
남현철·박영인 학생의 부모도 제단에 머리를 떨구고 한참 동안이나 흐느끼며 일어서지 못했다.
권재근·권혁규 부자의 영정 앞에는 권씨 가정의 유일한 생존자 권양(9)이 고모들과 함께 섰다.
재근씨는 아내와 혁규 군, 권양과 함께 제주도로 가던 중 참변을 당했고, 세월호를 탈출하던 구명정에 딸만 겨우 건넸다.
참사 직후 목포 한 병원 응급실에 홀로 앉아 엄마를 찾던 권양은 벌써 초등학교 2학년이 됐다.
권양의 고모들은 “혁규야 왜 못나왔어 왜. 너희가 무슨 죄가 있다고 못나왔냔 말이야”라며 오열했고, 얼굴이 드러나지 않으려 후드를 깊이 눌러쓴 권양은 고개를 푹 숙였다.
가족들의 이런 모습에 지켜보던 시민들도, 행사를 진행하던 직원들도 눈시울을 붉혔고 입술을 깨물여 함께 고통을 느꼈다.
행사가 끝나자 일부 가족들은 그동안 지내며 도움을 줬던 이들에 감사를 표하며 뒷일을 기약했다.
권재근씨의 형 권오복씨는 “3년 넘게 지내면서 미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곁에서 함께 해준 분들 덕분”라며 “죽지 않으면 언젠가 다시 만나 보답을 할 수 있을 것”라고 말하며 서울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운구차에 몸을 실었다.목포= 서충섭기자 zorba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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