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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후 다시 주목받는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입력 2017.11.19. 11:20 댓글 0개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경북 포항에서 역대 2번째로 센 지진이 발생하면서 원자력발전소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진보정당과 영남권 환경단체들이 지진 발생 후 원전 축소와 새 원전 건설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보수정당이 광우병 논란에 버금가는 '원전괴담 유포행위'라며 비판, 논란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공론화위원회 논의로 일단락되는 듯 했던 원전 논란이 포항 지진을 계기로 재점화되는 가운데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이 재차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시, 원전 1기 분량 에너지 대체 추진

원전하나줄이기는 서울시민들이 에너지를 아끼고 직접 생산해 원전 1기가 생산하는 양 만큼의 에너지를 대체하자는 서울의 지역 에너지정책이다.

서울시민 모두가 힘을 모아 에너지를 절약하고 생산해 단기적으로는 원전의 추가 건설을 억제하고 장기적으로는 독일이나 대만처럼 원전 완전 폐쇄를 목표로 할 수 있도록 도시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다.

원전하나줄이기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시작됐다. 이후 국내 순환 정전사태 등이 겹치면서 서울시는 에너지 문제에서 전환 필요성을 실감했고 박원순 시장 취임후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2012년 4월 원전하나줄이기 종합대책 발표후 시는 당초 목표보다 6개월이나 단축된 2014년 6월 사실상 목표를 달성했다. 총 204만TOE(석유환산톤)의 에너지를 생산하고 절약한 것이다. 원전 1기가 평균적으로 생산하는 전력량이 연간 200만TOE임을 감안하면 실제로 원전 1기분 에너지를 대체한 셈이다.

첫 목표를 달성한 원전하나줄이기는 현재 2단계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2단계 사업 목표는 2020년까지 600만TOE를 절약하고 생산하는 것이다.

2단계 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1단계에서 204만 TOE를 절감한 데 이어 지난해까지 162만TOE 에너지 대체를 이뤄냈다. 지난 5년간 절약한 총 에너지는 366만TOE(원전 1.83기분)로 이는 석탄발전소(연간 92만TOE) 4기분의 에너지를 대체한 것이다.

지난달 말까지 에코마일리지 가입, 건물에너지효율화, 에너지수호천사단, 미니태양광 발전소 설치 등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에 서울시민 337만명이 참가했다. 이는 1000만 서울시민의 ⅓에 달하는 수치다.

이 과정에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축적됐으며 전원공급 차단 등 에너지 위기 발생시 도시기능이 정지되는 것을 예방하는 능력이 키워졌다. 온실가스는 820만t 감축했다. 온실가스 820만t 감축은 30년생 소나무 숲 7588㎢(여의도 면적 1686배m, 서울면적 12배)를 조성한 효과이자 소형 승용차 521만대가 1년간 배출하는 양을 줄인 것에 해당하는 성과다.

마을공동체가 스스로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에너지자립마을’은 서울 곳곳 55개 마을이 함께하고 있다. 내년에는 총 100개의 에너지자립마을이 조성될 예정이다.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자 하는 시민들은 아파트 베란다에 미니태양광을 설치했고 시내 곳곳에는 고효율 발광다이오드(LED)조명이 설치됐다. 공공건물과 지하철의 조명은 모두 LED조명으로 교체됐다.

이밖에 태양광·연료전지발전소 건설, 열병합발전 확대, 소각 폐열 및 하수열 냉난방 이용 사업, 친환경보일러 보급, 나눔카 이용 확대건물 냉난방 온도 제한 등 시민참여 에너지복지기금 구축, 에너지빈곤층 실태조사, 저소득층주택 및 공공임대주택 에너지효율화 사업 등이 시행되고 있다.

◇원전하나줄이기 넘어 원전3기줄이기로

원전하나줄이기 2단계 사업이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면 2020년 서울은 원전 3기가 1년간 생산하는 전력량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대체하게 된다. 또 온실가스 25%까지 감축하며 전력 자립률을 20%로 높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시는 에너지 소비도시에서 에너지 생산도시로 대전환을 선언할 계획이다.

태양광 보급량도 크게 늘린다. 시는 2022년까지 원전 1기 설비용량에 해당하는 1GW 규모 태양광을 보급하는 내용의 '태양의 도시, 서울' 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12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열린 '지방정부 기후 정상회의'에서 이같은 계획을 일부 공개했다.

박 시장은 "1000만 시민들이 밀집해서 살고 있는 서울이라는 대도시 지역 특성에 적합한 신재생에너지로 태양광을 선택했다"며 "2022년까지 5년 동안 원자력발전소 1기 설비용량에 해당하는 1GW 규모로 태양광을 보급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서울시는 적극적인 에너지 정책을 통해 향후 2020년까지 총 400만TOE의 에너지를 줄이고 온실가스를 1000만t 감축하며 전력 자립률을 20%로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이같은 움직임은 중앙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견인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노후 원전 1기 영구정지를 비롯해 30년 이상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신규 원전 증설 중단, 신재생에너지 생산 확대를 약속했다.

시는 '서울은 에너지 정책의 선도도시로서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정부에서도 에너지전환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중앙정부에 필요한 재정지원과 제도개선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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